[IB토마토]HMM 실적 상승 기대감에…하림, 배당에 '눈독' 들이나

인수전과 달라진 사정에 인수 후 배당 확대 가능성도
산은·해진공 잔여 영구채 전환되면 배당으로 부담 덜기 어려워

입력 : 2024-02-01 오전 6:00:00
이 기사는 2024년 01월 30일 18:04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하림(136480)HMM(011200) 인수 이후 배당을 통해 인수 부담을 덜어낼 것이란 우려가 잦아들지 않고 있다. 특히 올해 HMM의 수익성이 대폭 커질 전망인데다 하림이 동원하는 인수금융 규모도 2조원 이상 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결국 HMM의 배당을 활용해 인수부담을 덜어내지 않겠냐는 것이다. 이에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의 남은 HMM 영구채 잔여분을 주식으로 전환해 보호 장치를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두 기관이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지분율은 33%에 달하고, 하림의 지분율은 58%에서 39%로 대폭 줄어든다. 지분율 감소는 배당금 감소로 이어진다.
 
깜짝 실적 증가, 배당 확대 가능성도
 
30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현재 이뤄지고 있는 중동정세 불안이 HMM 수익성 확대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홍해 항로가 예멘 후티 반군의 무차별 공격에 항행이 제한되자 컨테이너선 운임이 급등하고 있다. 아시아와 유럽을 오가는 지름길이 막힌 탓에 컨테이너선들이 아프리카 대륙을 돌아가면서 시간·연료가 더 들기 때문에 운임이 오른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내내 1000 수준을 맴돌던 상하이컨테이너선지수(SCFI)는 지난해 12월부터 상승하기 시작해 1월 2239까지 2배 이상 올랐다.
 
이에 당초 HMM의 올해 수익성 전망도 수정되고 있다. 특히 해운업계는 연초에 연간 운임이 정해지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해상운임지수가 높아진다면 연간 매출과 영업이익 증가로 이어진다. 대신증권(003540)은 당초 올해 HMM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각각 8조510억원, 1500억원으로 전망했지만 이를 10조8510억원, 2조8050억원으로 대폭 올려잡았다.
 
비용에 해당하는 유류비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에 비해 증가했지만, 운임 상승률이 더 커서 이를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HMM이 지난해 3분기까지 지출한 유류비는 지난해 3분기 9246억원으로 2022년 같은 기간(1조2100억원)보다 23.6% 감소했다. 미국에너지관리청(EIA)에 따르면 올해 유가 전망치가 배럴당 83달러 수준으로 지난해 배럴당 80달러 수준보다 5% 이내 상승률이 예상된다. 유류비 규모는 국제유가에 따라 결정된다.
 
 
 
HMM의 수익성이 대폭 커질 것으로 예상되자 하림이 배당을 통해 인수 부담을 덜어낼 것이란 관측이 해운업계로부터 나오고 있다. 하림은 10조6585억원에 달하는 HMM의 이익잉여금을 해운산업 불황을 이겨낼 자금으로 사용하고, 배당은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운업계에서는 하림이 배당을 언제든지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인수전 당시보다 해운운임이 크게 뛰는 등 환경 변화가 있기 때문이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하림은 2조원가량의 인수금융을 차입해 HMM 인수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보인다. 전체 인수규모(6조4000억원)의 30% 이상이다. 하림 양재동 물류부지 개발 등 돈이 나오는 다른 사업은 HMM 인수에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은 상태다. 보유 현금자산, FI(재무적 투자자) 모집 자금, 반대여론이 큰 팬오션 유상증자 등을 고려했을때 인수금융 규모가 2조원에서 더 줄어들기는 어렵다는게 관련 업계의 평가다. 
 
결국 HMM 인수 후 인수금융 부담을 어떻게 줄이냐로 시선이 이어진다. 하림이 HMM 인수외에 양재동 개발사업, 식품 사업 확대 등 전방위적으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어 결국 HMM 인수부담 덜어내기는 해운 카테고리 안에서 이뤄질 것이라는게 업계의 관측이다.
 
변수는 잔여 영구채의 주식 전환 여부
 
하림은 HMM에 대한 지분율을 높게 유지해야 배당을 통해 인수 부담을 줄여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한 영구채의 주 전환의 영향을 최대한 늦추는 것이 하림 입장에서는 유리하다. 그러나 두 기관은 해운산업 보호를 이유로 보유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해 HMM 지분을 들고 있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한 잔여 영구채 1조6800억원(3억3600만주)은 특별한 합의가 없는 경우 올해부터 HMM 지분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올해 5월 2000만주, 6월 4000만주, 10월 1억3200만주, 내년 4월 1억4400만주가 보통주로 전환된다. 해당 영구채가 주식으로 전환될 경우 두 기관이 보유하는 HMM 지분율은 32.8%로 하림에 이어 2대 주주가 된다. 하림은 영구채가 전환되지 않을 경우 지분율이 57.9%지만 영구채가 전환될 경우 38.9%로 지분율이 대폭 주저 앉는다. 
 
이에 하림이 배당을 통해 덜어낼 수 있는 인수부담을 줄일 수 있는 여지도 크게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산업은행이 요구하는 연간 배당한도 5000억원을 모두 채운다해도 두 기관의 영구채가 주식으로 전환된다면 하림이 가져가는 배당금은 1945억원에 불과하다. 지분율이 57.9%일 경우 하림이 받는 배당금은 2895억원이다. 배당금이 1000억원가량 줄어드는 것이다.
 
한편, 해운업계 일각에서는 하림이 두 기관의 영구채 전환분을 최대한 소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하림은 당초 두 기관의 영구채 전환을 3년간 유예하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이는 실현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향후 산은이 보유한 영구채 전환 지분(지분율 16.4%)을 하림이 우선매수할 수 있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산은 지분 매입에 드는 비용은 29일 HMM 1주 가격(1만9440원)에 대입하면 3조2659억원이다. 하림 입장에서는 부담일 것 이라는게 현재의 주된 관측이지만 2025년부터 양재동 물류부지가 개발될 경우 현금 확보가 이뤄져 가능할 것이란 의견도 존재한다. 하림이 산은 지분을 추가로 확보할 경우 HMM 지분율은 55.3%로 올라간다.
 
하림 측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현재 하림의 입장은 당초 발표한 입장문 그대로다”라고 말했다. 하림은 지난해 12월 HMM 유보금은 현재 불황에 대비하고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우선적으로 사용하며 배당은 최소화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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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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