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DGB금융, 글로벌 시장 진출 본격화…자회사 시너지 '관건'

첫 해외 자회사 편입으로 글로벌 역량 강화
자회사 간 시너지 기대…투자회수 기간은 요원

입력 : 2024-02-06 오전 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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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이성은 기자] DGB금융지주(139130)가 싱가포르에 자산운용사를 설립하면서 자회사 간 협력을 통한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수년에 걸친 사법리스크를 뒤로 하고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싱가포르를 글로벌 사업의 허브로 삼는다는 구상이다. 특히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면서 수익 구조 다각화도 꾀하고 있다. 
 
대구은행 제2본점 전경(사진=DGB금융)
 
해외 첫 자회사 설립, 해외사업 구심점 역할
 
DGB금융이 최근 싱가포르 자산운용사를 자회사로 품었다. 지난해 4월부터 운용업 라이선스를 신청하는 등 과정을 거쳐 약 10개월 만에 본인가 취득에 이어 자회사 편입까지 완료했다. 이번 편입으로 DGB금융은 11번째 자회사이자 첫 번째 해외 자회사를 얻게 됐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자회사의 자회사, 즉 손자회사로 해외 법인을 편입하는 방식이 아닌 DGB금융의 직접 자회사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DGB금융지주의 해외 법인은 손자회사 형태로 설립됐다. 대구은행 자회사는 DGB뱅크와 DGB마이크로파이낸스미얀마가 각각 캄보디아와 미얀마에서 영업하고 있으며, DGB캐피탈은 DGB라오싱과 캄캐피탈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DGB금융의 해외 영업 확대는 예견된 수순이라는 게 업계 평가다. 글로벌 자회사를 통해 수익구조를 다각화할 필요성을 느낀데다 수년간 해외 사업 확장 과정에 존재하던 사법 리스크도 해소됐기 때문이다. 캄보디아DGB뱅크의 상업은행 전환 과정에서 뇌물을 줬다는 혐의를 받은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이 지난달 1심서 무죄판결을 받았고 이후 용퇴 의사를 밝혔다.
 
업계에서는 DGB금융이 현재 영업 중인 국가가 싱가포르에 첫 해외 자회사를 설립한 것은 아시아 권역을 아우르는 구심점이 필요했던 것으로 본다. 싱가포르는 과거 홍콩으로 몰리던 자금이 정치적 안정성과 문화적 유사성으로 이동, 아시아 금융 허브로 각광받고 있는 상황이다. 싱가포르 통화청에 따르면 지난 2022년 말 기준 싱가포르 운용 자산은 3조6500억1000만달러(약 4861조8133억원)로, 이 중 해외 투자 비율은 88%에 달한다. 우리나라 4대 금융지주 중에서는 KB자산운용과 하나금융지주(086790)가 싱가포르에 자산운용 자회사를 두고 있다.
 
DGB금융이 은행이 아닌 자산운용사를 통해 싱가포르에 진출한 것은 지난 2020년부터 도입된 가변자본기업(VCC)제도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판단된다. VCC는 투자 펀드를 위한 새로운 형태의 법인 구조로, 각종 면세 혜택과 보조금 혜택 등을 지원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회사 간 시너지 기대…비은행 이익은 '미지수'
 
DGB금융이 싱가포르 하이에셋매니지먼트아시아를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특히 하이자산운용과의 시너지가 기대되고 있다. 하이자산운용은 DGB금융의 자산운용사로, 지난 2016년 DGB금융 계열사로 편입된 후 2020년 종합자산운용사로 전환됐다. 지난해 3분기 하이자산운용의 당기순이익은 46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38억원에서 21% 증가했다. 총자본도 상승세다. 지난 2019년 말 353억원 수준이었던 총자본은 꾸준한 증가세를 이어가 지난해에도 3분기 745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다만 전체 운용 자산은 감소했다. 주식형을 비롯해 채권형, 혼합형 등이 줄어든 탓이다. 초단기금융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만이 증가했는데, 지난 2022년 3분기 하이자산운용의 MMF 규모는 1조1233억원에서 2조6162억원으로 132.9% 증가했다. MMF가 100%를 넘는 성장률을 보였음에도 하이자산운용의 운용자산은 지난 2022년 3분기 말 11조8828억원에서 11조2578억원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하이에셋매니지먼트아시아와 하이자산운용이 연계상품을 출시할 경우 양 사의 운용자산 증대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이자산운용의 운용자산이 감소한 만큼 하이에셋매니지먼트아시아가 자체 트랙레코드를 확보하고 국내외 투자자금을 유치하면서 글로벌 자금조달을 맡을 예정이다.
 
DGB금융은 계열사 간 협업을 통한 비은행이익 증대도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DGB금융의 비은행순이익은 156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9% 증가했다. 하이투자증권의 실적이 감소했으나 DGB캐피탈과 DGB생명, 하이자산운용 등 비주요 자회사들의 순익 개선이 증권사의 감소세를 메워 성장을 뒷받침했다. 
 
문제는 자금회수다. 국내 자회사와의 시너지를 통해 비은행이익 증대 등의 효과는 기대되지만 자금회수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경쟁사인 하나증권의 하나에셋매니지먼트아시아도 지난해 3분기까지 적자를 지속하다 올해 들어서야 투자자금 회수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나에셋매니지먼트아시아는 지난 2021년 운용사 설립 예비인가를 받은 후 하나금융의 자회사로 설립됐다. 이후 하나증권이 지난 2022년 6월 지분 100%를 인수해 하나증권의 자회사가 된 지 1년이 넘었으나 여전히 투자자금회수이 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3분기 하나에셋매니지먼트아시아의 분기 순손실은 23억1868만원으로, 2022년 말 6억3891만원 손실보다 262.9% 적자 규모가 확대됐다.
 
DGB금융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이제 막 설립을 마친 단계기 때문에 세부적인 사항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하이에셋매니지먼트아시아가 안정 단계에 도달한 후 하이자산운용과의 연계상품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 같다”라며 “100억원의 자본 회수도 중요하겠지만 현재 싱가포르 자회사가 현지에서 안정적으로 자리잡는 것을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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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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