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광풍을 지나고 있습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방안에 무엇이 담길지는 모르겠지만 매일매일 선물 보따리가 폭우처럼 쏟아지는 한 달이었습니다.
최근의 선물은 ‘저PBR주 테마’로 명명된 것 같고 그 외에도 숱하게 많습니다. 기업이 물적분할 할 때 다른 주주들에게도 주식매수 청구권을 부여하고, 자사주의 마법은 막겠다고 했던가요? 자사주 제도는 뭔가 획기적으로 개선할 것 같은데 홍콩처럼 자사주는 소각을 전제로 매수해야 한다 못박는 데까지 가진 못하겠죠?
공매도 제도는 근본적으로 개선할 계획입니다. 근본적 개선이 구체적으로 무얼 의미하는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개악은 아닐 테니 기다려 볼 일입니다.
금융투자소득세는 없애겠다고 몇 번이나 강조했습니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납입한도를 2배 늘린다고 했으니 그만큼 금투세 걱정도 줄 텐데 투자자들이야 원천 차단이 더 좋긴 하겠죠.
증권거래세는 이미 계획대로 단계적 인하 중입니다. 작년엔 0.20%였고 올해는 0.18%, 내년엔 0.15%까지 떨어질 예정입니다. 작년에 거래세가 2000억원 덜 걷혔다는데 알아서들 하시겠죠.
일부에선 구멍 난 세수를 메우기 위해 조세 조항이 적은 부가세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주식은 그나마 먹고살 만한 사람들이 하는 것이고, 금투세는 형편이 더 나은 사람에게 물리는 세금이고, 대주주 양도세는 더 큰 부자에게 걷지만, 부가세는 근근이 먹고사는 사람들도 똑같이 내는 세금이죠. “나만 아니면 돼”를 외치며 외면해야 하나 봅니다.
이렇게 선물 보따리를 푸는 동안 이재용 회장은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이분 혐의가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삼성물산을 낮게 평가하고, 본인이 지분을 많이 가진 제일모직을 높이 평가해서 합병을 진행, 삼성물산 주주들의 이익을 훼손했단 거였습니다. 국제 소송도 걸려있고요.
법원에서는 경영권 안정이 삼성물산 주주들에게도 이익이 되는 측면이 있다고 했답니다. 양사 주주의 이익과 손실은 숫자로 명확히 드러나는 것인데, 판사님은 어쩜 그렇게 신박하고 관대한 시선으로 판결하셨는지… 그래서 정부가 내놓은 상법 개정 선물엔 이사의 배임을 추궁할 수 있게 하는 항목은 쏙 빠져있나 봅니다.
아무래도 정부가 말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는 주주 권익을 대폭 강화하지만 최대주주의 권익은 그보다 더 강하게 보호하는 것인가 봅니다. 마침 포이즌필을 패키지로 도입하자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경영진보다 더 많은 지분을 확보하고도 경영진의 온갖 꼼수에 막혀 주주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는 것이 이 나라 현실인데 말이죠.
이쯤 되면 말 잔치를 넘어 거나하게 취한 한밤의 파티 같기도 합니다. 파티가 빨리 끝나길 고대합니다. 일단 4월은 넘겨야겠죠? 쏟아낸 선물 보따리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도 올해가 가기 전엔 확인이 가능할 겁니다. 과대포장에 한두 번 속았어야 말이죠. 기대는 미뤄두겠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