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2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 대정부질문에서 박성준 민주당 의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총선 패배의 그림자가 민주당을 덮쳤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MB) 심판론에만 기대, 과반 의석을 자신했다가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에 참패했던 지난 2012년 4·11 총선과 판박이라는 분석마저 나옵니다. 당시 민주통합당(현 민주당)은 총선 6개월 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범야권 단일화로 승리, 19대 총선 압승을 자신했지만 결과는 새누리당의 과반(152석) 확보였습니다. 강서 보궐 대승에 취했던 민주당 내부에선 "2012년보다 상황이 더 안 좋다"는 얘기까지 나옵니다.
2012년 '노이사 공천' 논란…2024년 '이재명 사천' 파동
22일 본지가 19대 총선 직전 여론조사를 분석한 결과, 초반 주도권은 민주당이 잡았습니다.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기준으로 보면 1월3주차 조사에서 당시 제1야당인 민주통합당(현 민주당) 지지율은 39.7%로, 집권여당인 새누리당 지지율(29.1%)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았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물러나고 치러진 2011년 10월26일 보궐선거에서 야권 단일후보인 박원순 후보가 당선된 기세가 한몫했습니다.
이듬해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패배할 것이라는 전망도 짙어졌습니다. 하지만 2월 말까지 30%대 중반에 머물렀던 민주통합당과 달리 새누리당 지지율은 2월2주차 조사에서 33.9%로 오르더니 2월5주차 조사에서는 36.3%를 기록, 민주통합당과 동률을 이뤘습니다. 이후 3월 조사 때부턴 새누리당 지지율이 40%를 넘어서며 오차범위 내 우세를 이어갔습니다.
당시에도 공천 갈등이 모든 이슈를 집어삼켰습니다. 한명숙 대표의 리더십 부재 속에 민주통합당은 혁신은 고사하고, 이른바 '노이사'(친노+이대+486) 기득권 담합공천으로 구민주계의 반발이 극심했습니다. 이명박정부 심판에만 매달렸던 민주당은 허무하게 무너지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정권심판론은 희석됐습니다. 결국 2012년 총선은 '새누리당 152석' 대 '민주통합당 127석', 야당의 참패로 끝났습니다.
현 민주당의 상황도 12년 전과 유사합니다. 지난해 10월11일 치러진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진교훈 후보를 내세운 민주당은 56.52%의 득표율로 압승을 거뒀습니다. 이후 민주당 지지율은 고공행진을 거듭했습니다. 리얼미터 기준으로 올해 1월3주차 조사 땐 민주당 45.1% 대 국민의힘 36.6%를 기록,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올해 들어 가장 크게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2월2주차 조사 때부터 민주당 지지율이 40%대 초반으로 내려가더니, 국민의힘 지지율은 점차 상승해 40%를 돌파했습니다. 2월2주차 조사 민주당 41.8% 대 국민의힘 40.9%, 2월3주차 조사 민주당 40.2% 대 국민의힘 39.1%로, 양당의 지지율이 딱 붙었습니다. 민주당 입장에서 보면 압승 흐름에서 다시 원점으로 회귀한 것입니다. 현 민주당의 위기 또한 12년 전과 마찬가지로 당내 공천 갈등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2012년 '박근혜 비대위'…2024년 '한동훈 비대위'
12년 전과 마찬가지로 이번 총선에서도 비상대책위원회를 띄운 미래권력이 여당 선거를 이끈다는 점이 흡사합니다. 2012년 당시 새누리당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라이벌이자, 차기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위촉했습니다. '박근혜 비대위' 등장으로 총선 구도는 국정안정 대 정권심판에서 미래권력 간의 경쟁으로 전환됐고, 새누리당은 그해 총선에서 승리했습니다. 그 결과 박 전 대통령은 대권으로 가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총선도 닮은꼴입니다. 국민의힘은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인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하는 '한동훈 체제'로 전환했고, 여론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게다가 '윤석열-한동훈 충돌'을 계기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비대위원장을 분리하는데 어느 정도 효과를 거뒀습니다. 명품백 수수 의혹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던 김건희 여사도 숨어버렸습니다. 이 과정에서 총선 구도는 '윤석열 대 이재명'에서 '한동훈 대 이재명'으로 전환됐습니다.
그 사이 정권심판론은 희석됐고, 가장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인 양당의 대표가 총선을 앞두고 진검승부를 펼쳐야 하는 상황으로 전개됐습니다. 현재 민주당 내부는 술렁이고 있습니다. 특히 공천 잡음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해결 방법이 요원하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이재명 대표는 원로들의 잇단 충고에도 "툭하면 사퇴 요구"라며 마이웨이를 선언했습니다. 당내에선 "이대로라면 총선 참패"라는 하소연까지 나오는 실정입니다. '압승'에서 '참패'로 분위기가 급격히 전환되는 사이, 민주당은 손을 놓고 있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