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KDDX 위기 벗어난 현대중공업…수출 전초전 돌입

매출·영업이익 모두 대폭 감소…투자하면 남는 것 없는 상황
KDDX 사업, 연간 매출 5000억원 이상 창출 전망

입력 : 2024-03-06 오전 6:00:00
이 기사는 2024년 03월 4일 16:42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HD현대중공업(329180)(이하 현대중공업)이 사업 입찰 참가 제한 위기에서 벗어나며 수주가능성에 업계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방위사업청이 현대중공업의 차기구축함 상세설계 및 건조 사업(이하 KDDX 사업)의 입찰 참가를 제한하지 않기로 결정하며 현대중공업은 KDDX 사업에 참가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KDDX 사업은 내수 국방사업이라 수익성은 낮지만 사업 규모가 큰 데다 향후 특수선 수출에 건조 실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 특수선 사업의 지속적인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 다만 현대중공업이 2025년 11월까지 보안감점 1.8점을 적용받기 때문에 KDDX 사업 수주에 대해서는 업계의 의견이 갈리고 있다.
 
(사진=현대중공업)
 
특수선 사업 수익성 악화
 
4일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중공업의 특수선 사업 매출은 4188억원, 영업이익은 186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4.4%다. 2022년에 비해 매출(7073억원)과 영업이익(464억원)은 각각 40.8%, 59.9% 줄었고 영업이익률(6.6%)은 2.2%포인트 감소했다. 수익성이 높은 특수선 수출 실적이 줄어들면서 매출과 영업이익, 영업이익률이 모두 감소한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중공업은 현재 건조 중인 필리핀 초계함 2척을 포함해 설립 이래로 14척의 함정을 수출했다.
 
내수 방산 사업은 수출보다 수익성이 낮다. 조선 업계 등에 따르면 내수 방산 사업의 수익성은 1~2%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방위사업청이 입찰 업체들을 대상으로 원가 경쟁을 시키기 때문에 수익성이 높지 않다. 따라서 현대중공업 등 특수선 제조사들은 지속적으로 수주를 확보해야 시설과 인력을 유지할 수 있다. 게다가 조선산업의 대규모 설비에 따른 고정비 비중이 큰 것도 지속 수주가 필요한 이유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고정비 비중은 매출의 10~20% 수준으로 파악된다.
 
 
현대중공업은 해외 수출로 눈을 돌리고 있다. 수출은 내수 방산 사업에 비해 수익성이 좋다. 방산 수출 비중이 높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의 경우 2022년 방산분야 영업이익률이 15%로 알려졌다.
 
이에 현대중공업은 함정 수출을 통해 특수선 사업부의 낮은 수익성을 반전시킬 것으로 보인다. KDDX 사업은 향후 수출 확대를 위한 전초전이라는 평가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페루 정부의 호위함 6척 도입 사업에도 입찰했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내년에는 폴란드 잠수함 사업과 필리핀 호위함 사업 입찰이 시작될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 조선업계가 관심을 가지는 캐나다 잠수함 사업도 이르면 올해 중 입찰 공고 전 사전 절차가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활을 건 KDDX 사업 입찰
 
HD현대는 KDDX 사업 수주에 사활을 걸고 있다. 총 6척의 구축함을 건조하는 해당 사업의 규모는 총 7조8000억원에 달한다. 건조비는 대략 구축함 1척당 1조원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사업 기간은 2036년까지다. 내년부터 사업이 시작된다 가정하면 매년 평균적으로 5000억원 이상의 매출이 발생한다. 방산 수출은 그동안 건조 실적이 중요한 평가기준인 만큼 대형 프로젝트를 따내는 것이 필수적이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이르면 올해 말 입찰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 구축함을 설계와 건조를 모두 할 수 있는 회사는 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042660)이 유일하다. 업계에 따르면 수상함 분야에서 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점유율은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점유율이 비슷하니 각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포트폴리오도 유사하다. 이에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지난해 11월 한화오션이 방사청으로부터 울산급 차기 호위함 배치-III(3세대) 5번·6번함 건조 수주를 따냈는데 현대중공업보다 0.1422점 높은 점수를 받아 수주에 성공했다. 현대중공업의 1.8점 보안감점이 적용된 결과다. 현대중공업은 방위사업청의 입찰 제한은 피했지만 보안감점은 적용받고 있다.
 
두 회사 모두 특수선 사업 수출을 향후 성장 동력으로 삼을 계획이기 때문에 KDDX 수주가 필요하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특수선 매출 4000억원을 올해 1조원, 2030년까지 2조원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한화오션은 2030년 특수선 매출 3조원, 특수선 매출 비중도 20%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특수선 사업에 9000억원을 투자해 특수선 건조 시설·기술 등을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방사청이 현대중공업에게 KDDX 입찰을 허용했지만 보안감점 1.8점 때문에 수주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압도적인 점수로 입찰을 따내지 않는 이상 1.8점 감점을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란 내용이다. 지난해 11월 울산함 수주의 점수차를 생각하면 1.8점 감점은 매우 크다. 현대중공업은 2025년 11월까지 보안감점이 적용된다. 다만 조선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규정상 기본설계를 맡은 업체가 상세설계와 건조를 해 왔기 때문에 현대중공업이 보안감점에도 불구하고 KDDX 사업을 수주할 것이란 의견도 있다.
 
현대중공업 측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조선사업 자체가 고정비 규모가 매출의 20%에 달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물량을 확보해야 고정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라며 "KDDX 사업 등은 수익보다 기술 축적 등을 바탕으로 해외 특수선 수출을 늘릴 수 있다는 측면에서 수주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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