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한솔 기자] 의대 증원을 두고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장기화 국면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정부는 의료현장을 벗어난 전공의들에게 행정·사법 제재를 가하겠다 밝히며 면허정지 가처분을 위한 '행정처분 사전통지서'를 발송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의대 교수들은 삭발, 사직, 겸직해제 등의 방법을 동원해 단체 행동에 나서겠다 밝힌 상태입니다.
정부 면허정지·고발 조치…의료계 반발
6일 정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대책본부는 전공의 7000여명에 대한 미복귀 증거를 확보한 뒤 3개월 면허정지에 대한 행정처분에 착수했습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전공의 집단사직을 유도하고, 수련병원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의협 전현직 간부 5명을 고발 조치했습니다. 이에 경찰은 지난 1일 의협 전현직 간부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고, 당시 해외에 있던 노환규 전 의협회장도 귀국과 동시에 압수수색을 받았습니다.
주수호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이 전공의 집단사직 공모 의혹과 관련해 6일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로 출석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사진=뉴시스)
이에 따라 이날 주수호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이 처음으로 경찰에 출석했습니다.
주 위원장은 "숨길 것도 없고, 숨길 이유도 없어 편하게 왔다"며 "빨리 대화의 장으로 나올 수 있도록 정부가 고집을 꺾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정부의 압박 수위가 높아지면서 전공의에 이어 의대 교수들까지 집단행동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2025학년 의대 정원 신청 규모가 지난해 수요 조사를 크게 뛰어넘는 수치가 나와 반발은 더욱 커진 상태입니다. 정부는 전국 40개 의대가 3401명의 증원을 요구했다고 밝혔습니다.
의대 교수 "의료환경 대물림…후배들에 미안"
충북의대 심장내과 배대환 교수는 정부의 행태를 비판하며 사직 의사를 밝혔고, 강원대 의대 교수들은 지난 5일 춘천시 강원대 의대 건물 앞에서 삭발식을 거행했습니다.
이어 건국대학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도 이날 성명을 내고 집단행동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비대위는 "정부는 필수의료를 살린다는 명목하에 필수의료를 짊어지고 있는 의사들을 사회악으로 여론몰이하며 오히려 의업을 포기하게 만들었다"면서 "이런 의료 환경을 대물림시킨 선배 의사로서 미안함과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수련의와 전공의에 대한 협박과 처벌이 지속돼 그들이 병원으로 돌아올 수 없다면, 교수직 수행의 의미와 명분이 없기에 제자들을 지키기 위해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분당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가 지난달 28~29일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응답자의 85%가 전공의들이 면허정지나 취소, 구속 등 사법 조치를 당할 경우 집단행동에 나설 의향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전공의들을 향한 면허정지 사전통지서 발송을 기점으로 교수들의 집단행동이 가시화될 전망입니다.
지난 5일 오전 강원대학교 의과대학 앞에서 의대 교수들이 삭발식을 열고 대학 측의 증원 방침에 반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박한솔 기자 hs696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