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스타 등용문으로 역할을 했던 오디션 프로그램이 신통치 않습니다. 재능을 알릴 길이 없는 일반인과 뮤지션 등 불특정 다수에 열린 공정한 장이었고, 길거리 캐스팅으로 원석을 찾아내야 했던 연예 기획사 입장에선 손쉬운 인재 발굴의 기회였지만, 범람하는 오디션 프로그램 속에서 기존 흥행공식을 답습하는 행태가 이어지면서 시청자의 외면을 받고 있는데요.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오디션 프로그램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봅니다. (편집자주)
TV의 전유물이던 공개 오디션 프로그램이 유튜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 확대하고 있습니다. TV 채널 자체의 시청률과 화제성이 시들해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한데요. '아티스트 발굴'이 엔터사 본연의 역할인 만큼 오디션이 TV, 특히 '국내 지상파'라는 울타리를 벗어나는 현상은 점차 가속화할 전망입니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힙합 서바이벌 콘텐츠 '2024 토너먼트 벌스 랩 배틀 랩컵'이 지난 7일부터 매주 목요일 오후 6시 공식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되고 있습니다. TV가 아닌 유튜브에서 오디션 프로그램이 공개되는 셈입니다.
유튜브는 특성상 방송에 비해 규제가 덜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욕설과 디스전으로 갈등이 오가는 경우가 잦은 랩 프로그램에서 참가자들은 날 것 그대로의 감정을 표출할 수 있게 됩니다.
국내 엔터사들이 해외 팬덤 확보에 주력하면서 오디션 프로그램 공개 플랫폼을 다변화하는 것도 탈TV 가속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JYP Ent.(035900)는 국내 엔터 기업들 중 해외 현지 활동을 전제로 한 아티스트 육성 및 시장 확장 전략을 가장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는데요. 지난 2020년 일본에서 정식으로 데뷔한 NiziU의 오디션은 일본 ‘닛폰 TV’와 OTT 채널 훌루(Hulu)를 통해 방영됐습니다.
에스엠(041510)도 그룹 NCT의 새로운 팀을 선발하는 '라스타트'의 경우 일본 훌루와 니혼TV 채널, 북미 지역 최대 K-엔터테인먼트 플랫폼 코코와(KOCOWA), 한국에서는 ENA 채널과 티빙을 통해 공개해 왔습니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예전 오디션 프로그램인 SBS의 라우드나 JTBC 믹스나인의 경우 방송국에서 대대적으로 크게 기획, 제작했지만 흥행에 실패했다"며 "반면 에스엠의 라스타트나 JYP의 국제 걸그룹 유튜브 및 OTT 공개 등을 보면 요즘은 편성에 힘을 빼는 추세"라고 밝혔습니다. 굳이 TV를 통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기보다 애초 관심있는 특정 타깃을 향해 오디션 프로그램을 기획한다는 설명입니다.
플랫폼이 다양해지면서 아티스트 등용문으로서의 권한을 갖던 TV의 힘이 빠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는 "그동안 TV와 연예기획사 간 상당히 은밀한 커넥션이 있었다"고 운을 뗐습니다. 기획사는 TV에 미리 아티스트의 얼굴을 미리 비추고 띄워주면서 훨씬 리얼한 준비를 하고, TV는 이들을 키운 곳이 돼 서로 밀어주는 관계를 구축했다는 설명입니다.
이어 "TV가 오디션 프로그램 방영에 있어 힘을 갖고 대중적 관심을 획득했지만 '공정'이라는 시대 정신을 감안할 때 좋은 방식은 아닌 것 같다"며 "원래 아티스트 육성 및 기획은 엔터사의 몫이며 TV는 현상을 포착하고 유행을 확산시키는 미디어 본연의 기능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2024 토너먼트 벌스 랩 배틀 랩컵' 출연자들(사진=랩컵)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