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밥상 물가가 요동치고 있습니다. 외식은 물론, 장을 보는 것도 두려울 만큼 물가 압박이 큰 상황인데요. 당장 서민들이 죽을 맛입니다.
과일·채소 등을 포함한 신선식품 물가 상승률이 지난달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할 정도로 크게 뛰었습니다. 외식 물가는 '사치'로 여겨질 정도로 치솟았습니다. 정부는 물가 안정에 힘을 쏟는다지만, 이상기후로 농산물 작황이 불안정한 데다 국제유가 변동성 확대로 기름값도 오르고 있어 이 같은 물가 고공행진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월간 소비자물가상승률 추이 그래프. (인포그래픽=뉴스토마토)
11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3.1% 상승했습니다. 외식물가 상승률은 3.8%를 기록하며 전체 평균보다 0.7%포인트 높았습니다. 외식물가가 소비자물가 평균을 웃도는 현상은 지난 2021년 6월부터 33개월째 이어지는 중입니다.
세부 지표를 뜯어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합니다. 외식 품목 39개 중 27개가 평균을 웃돌았는데요. 햄버거가 8.2%로 가장 높았고 △김밥 6.4% △냉면 6.2% △도시락 6.2% △비빔밥 6.1% △오리고기 6% △떡볶이 5.7% △치킨 5.4% 순이었습니다. 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보인 품목은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대표적 서민 음식으로 불리는 삼겹살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올해 1월 서울 음식점 삼겹살 평균가격은 200g 기준 1만9429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지역별, 식당별로 편차는 있지만 4인 가족이 삼겹살 4~5인분을 시키고 식사나 음료를 곁들일 경우 10만원이 훌쩍 넘습니다.
끼니 대용으로 활용되는 김밥의 가격 상승세도 가파른데요. 2019년까지만 해도 유명 김밥 프랜차이즈점의 일반김밥 한 줄은 2500원 정도였지만, 지금은 최소 가격이 3500원에 형성돼 있습니다. 이마저도 프리미엄 김밥 체인점의 경우 1000~2000원가량 더 비쌉니다.
밥상 물가 핵심인 과일·채소류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농·축·수산물 물가는 11.4% 급등했는데요. 이중 과실은 작황 부진의 여파까지 겹치며 40.6%로 평균의 13.1배에 달했습니다. 농산물 품목별로는 귤이 78.1%로 전체 평균의 25.2배였고 △사과 71% △복숭아 63.2% △배 61.1% △감 55.9% 순으로 폭등했습니다.
정부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정부는 내달까지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에 역대 최대 수준인 600억원을 투입하는 등 범부처 총력 대응을 하겠다는 방침인데요. 다만, 이 같은 단편적이고 일시적인 지원책만으로는 물가 안정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해 2월에도 물가 고공행진이 이어졌는데 여기에 더해 외식 물가가 3.8%가 오르다 보니 서민들이 체감하는 고통은 커질 수밖에 없다"며 "특히 과일 가격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상황에 보조금 지급은 오히려 물가 불안을 촉진할 수 있어, 보다 근원적인 안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서울 한 대형마트의 채소 코너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