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더기 된 비례대표제…청년·약자 소외에 공천장사까지

사회적 약자 배려 없는 비례 공천…이틈에 비례 노리는 전·현직 의원들

입력 : 2024-03-13 오후 5:02:20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연합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더불어민주연합 공동대표 등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비례대표 공천을 둘러싼 잇단 잡음으로 여야가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애초 취지와는 달리, 밀실 나눠먹기 공천으로 전락하면서 '비례대표 무용론'까지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특히 사회적 약자들이 배제된 채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하면서 비례대표제의 애초 목적인 다양성도 없어졌습니다. 과도한 비례대표 후보 신청 비용을 두고 '공천 장사'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비례대표제가 사실상 누더기 제도로 전락한 셈입니다.
 
비례대표도 그들만의 리그…'피고인 피난처' 전락
 
13일 지역구 254곳의 후보 공천 작업이 막바지에 접어든 가운데 여야가 시동을 건 비례대표 선정 과정에서 잡음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반미 논란'으로 자진 사퇴한 더불어민주연합 소속 전지예 전 금융정의연대 운영위원과 정영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부회장이 대표적입니다. 이들은 민주당이 주도하는 비례대표 연합 위성정당에서 비례대표 1번과 17번을 각각 받았는데요. 애초 비례대표 취지보다는 진보당 계열 인사를 심다가 사달이 난 대표적 사례로 꼽힙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20명의 비례대표를 가장 먼저 선발한 민주당의 면면을 살펴보면 청년과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이름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청년의 경우, 교사 출신의 민주당 영입인재인 백승아 공동대표를 제외하면 전무했습니다. 더군다나 백 대표마저 '교사노조'에서 추천한 인물인 만큼, 청년 후보라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장애인 후보도 없었습니다. 지난 2020년 총선 때는 장애인인 최혜영 의원이 비례대표 후보에 오른 바 있습니다.
 
'셀프 공천' 논란에도 휩싸였습니다.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 후보에 새진보연합 몫으로 이름을 올린 용혜인 의원은 지난 총선에 이어 비례대표 후보로 재선 도전에 나섰습니다. 전직 중진 의원들도 뛰어들었습니다.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에 4선 의원을 지낸 조배숙 전 국민의힘 전북도당위원장, 재선의 송영선 전 의원이 신청했습니다. 여기에 초선의 최명길 전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위원과 이동섭 국기원장도 신청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개혁신당에선 양정숙 의원과 김용남 전 의원이 비례대표 공천을 신청했습니다.
 
'피고인 피난처'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조국혁신당에선 조국 대표를 비롯해 민주당을 탈당한 황운하 의원 등이 비례대표 출마를 선언했습니다. 조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 등으로 2심에서 2년 실형을, 황 의원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으로 1심에서 징역 3년 실형을 각각 선고받았습니다. 정치권 안팎에선 지역구 선거가 힘든 정치 신인을 발굴해 국회 진출을 돕고 의정활동에 대한 전문성을 보완하려는 비례대표의 취지를 내팽개친 것이란 비판도 제기됩니다.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미래 중앙당사에서 열린 비례대표 면접심사에서 참석자들이 면접을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비례대표로 26억 번 국힘…4당 총액은 '31억' 규모
 
각 당의 과도한 비례대표 신청 비용을 두고도 뒷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청년과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일부 신청비를 감액해주기도 하지만, 대체로 비용 자체가 높은 편입니다. 새로운미래를 제외한 여야 4당의 신청비 총액을 합하면 대략 31억원으로, '공천 장사'라는 비판까지 나옵니다. 
 
국민의힘 위성정당 국민의미래의 공천 신청 접수 결과, 총 530명이 지원했습니다. 국민의힘의 비례대표 신청비는 당비 300만원과 심사비 200만원을 더해 총 500만원이 소요되는데요. 단순 계산해도 신청비 총액이 26억5000만원에 이릅니다. 민주당의 경우, 비례대표 신청에 192명이 지원한 가운데 접수 비용은 50만원으로, 국민의힘의 10분의 1 수준입니다. 민주당의 신청비 총액은 9600만원입니다.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 조국혁신당의 비례대표 신청비도 만만치 않습니다. 개혁신당은 직책 당비 90만원과 심사비 200만원 총 290만원이고, 새로운미래도 100만원으로 정했습니다. 조국혁신당의 경우, 200만원으로 책정됐습니다. 비례대표 공천 접수 인원과 함께 신청비 총액을 단순 계산해 보면 개혁신당은 51명이 지원해 1억4790만원, 조국혁신당은 101명이 신청해 2억200만원 정도가 걷힙니다. 새로운미래는 이날까지 비례대표 신청을 받을 계획입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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