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SK텔레콤(017670)의 지난해 투자지도가 인공지능(AI) 중심으로 대폭 확대됐습니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가 글로벌 AI 컴퍼니 도약을 목표로 내걸면서 AI 생태계 확장을 위한 투자가 늘어난 것입니다. 도심항공교통(UAM), 반려동물 관련 투자도 본격화됐습니다. 신사업 중심으로 투자가 집행되면서 사업 중요도가 떨어지는 부문에 대해서는 비중 축소에 나섰습니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SK텔레콤 사업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이 회사는 AI 관련 투자를 대폭 늘렸습니다. 지난해 7개 법인에 대해 출자가 확대됐는데, 이 가운데 스캐터랩, 페르소나AI, 앤스로픽(Anthropic) 등 3개 법인이 AI 관련 회사였습니다.
앤스로픽은 오픈AI 출신 창업자들이 만든 회사로, 오픈AI 대항마로도 평가받는 스타트업입니다. SK텔레콤은 1321억원을 투자했는데요. 한국어·영어·독일어·일본어·아랍어·스페인어 등을 포함한 글로벌 통신사에 맞는 다국어 대규모 언어 모델을 함께 개발할 계획입니다. 앤스로픽은 기본적인 초거대 AI 목적에 따라 미세 조정하고 최적화하는 도구와 함께 AI챗봇인 클로드를 SK텔레콤에 공급하는 구조입니다.
스캐터랩에는 150억원을 투자, 지분 7.6%도 보유 중입니다. SK텔레콤의 AI에이전트 에이닷 고도화 차원에서 협업이 진행됐는데요. 이 과정에서 스캐터랩의 챗봇들을 에이닷에 결합하기도 했습니다. 페르소나AI에는 50억원을 투자하면서 지분 10.3%를 보유했습니다. 3대주주에 오르기도 했는데요. 페르소나AI는 자연어처리 엔진을 자체 개발하고 구독형 AI컨택센터(AICC) 서비스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SK텔레콤은 페르소나AI와 음성인식 합성 기술과 자연어 처리, 생성기술을 결합한 콜봇·챗봇 상품을 개발하고 있고, AICC 공동사업 출시를 준비 중입니다.
신사업과 관련된 출자도 확대했습니다. UAM이 대표적인데요. 기체 제조사 조비 에비에이션에 1960억원을 투자하며, 지분 2.2%를 확보했습니다. 이를 통해 한국 시장에서 조비 기체를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고, 올해 조비 기체를 국내에 들여올 계획입니다. 반려동물도 선점적으로 나서는 분야 중 하나인데요. 지난해 SK텔레콤은 동물병원 네트워크 코벳(COVET)에 5억2000만원을 투자하며 지분 49%를 취득했습니다. 반려동물 엑스레이를 진단 보조하는 AI 서비스 엑스칼리버의 공급확대를 추진하기 위함입니다.
SK텔레콤 T타워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AI를 중심으로 한 신사업에 대한 출자가 늘어나면서 사업 중요도에서 밀린 부문의 경우 지분 축소가 단행됐습니다. 특히 헬스케어와 전기차충전 부문에 대해 출자를 진행했던 것을 모두 축소했습니다. SK텔레콤은 지난 2021년 피노멕스(PhenomeX, 구 Berkeley Lights) 31만9700주에 대해 315억9000만원에 매입해 0.6%의 지분을 보유 중이었지만, 지난해 보유주식을 모두 매도하며 지분율은 0%가 됐습니다. 피노멕스는 바이오치료제, 세포 기반 제품을 개발하는 바이오 회사인데요. SK텔레콤은 앞서 인바이츠헬스케어 투자금액을 전액 손상처리하는 등 헬스케어와 관련된 투자를 줄여왔습니다. 전기차 충전 네트워크와 관련된 볼타(Volta)에 대한 지분도 줄였습니다. 지난 2022년 볼타 30만4850주에 대해 16억3000만원 투자를 단행하며 0.2% 지분을 보유 중이었지만, 지난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모두 정리했습니다. 자회사 SK브로드밴드가 전기차 충전 사업을 철수하면서 이와 관련된 투자 비중을 줄인 것으로 파악됩니다. 이밖에도 SK텔레콤은 지분율 6%를 보유하며, 2대주주로 있던
엔텔스(069410)에 대한 지분도 모두 정리했습니다. SK텔레콤은 "단순 투자 활동에 따른 지분 축소"라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SK텔레콤은 지난해 해외법인에 대한 지분 정리도 진행했습니다. 기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SK텔레콤 재팬을 지분 양수도를 통해 SK텔레콤과
SK스퀘어(402340),
SK하이닉스(000660) 3사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합작법인(JV)으로 전환했는데요. 이에 따라 SK텔레콤 지분은 33%로 줄었습니다. 회사 관계자는 "일본 내 비즈니스 경험과 네트워크를 보유한 SK텔레콤 재팬의 역략을 SK ICT 패밀리사와 공유하고, 공동으로 신사업 발굴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