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정은·홍연 기자] 장기화하는 부동산 경기 침체가 중개업 등 서비스업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지난달에 이어 이번 달도 부동산 공인중개사무소 신규 개업보다 휴·폐업이 많은 상황이고 휴·폐업 건수도 다달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중개업과 임대업 등 부동산서비스업계 종사하는 사람들의 연령층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물론 공인중개사의 경우 특별한 응시조건이 없고 노년기를 대비하기 위한 직업으로 각광받는 특성이 있지만, 향후 인구구조 변화를 감안하면 특정직업군의 노령화는 결코 반길만한 일은 아닙니다.
이에 협회 등 관계기관들은 공인중개사들의 경쟁력 강화 등 다양한 자구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길어지는 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 부동산 2차 산업 종사자들의 고전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공인중개사무소 개업보다 휴·폐업 많아…매물도 쌓여
21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한공협)에 따르면 지난달 신규 개업한 중개사무소는 총 890곳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바로 전달인 올해 1월의 1118곳 보다 20.4%, 지난해 1월의 1221곳보다 27.1%나 감소한 수치입니다. 협회가 관련 조사를 시작한 2015년 이후 2월 기준으로도 신규 개업수가 가장 적습니다.
반면 지난달 폐업한 중개사무소는 1049곳, 휴업한 사무소는 118곳으로 총 1167곳이 영업을 중단했습니다. 지난달부터 중개사무소 휴·폐업 건수는 신규 개업수를 초과하고 있습니다. 올해 1월 중개사무소 폐업은 1177건, 휴업은 127건 등 총 1304건으로 신규개업 수인 1117건을 넘어섰으며 이는 2월에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공인중개사사무소 휴·폐업 및 개업 현황. (그래프=뉴스토마토)
공인중개사 신규개업 건수는 지난해 5월 1096건을 마지막으로 9달 연속 세자리 수에 그치고 있습니다. 휴·폐업은 지역을 가리지 않고 발생하고 있습니다. 서울 강남 11개 자치구에서는 지난 1월 공인중개사 신규개업은 165곳으로 159곳의 폐업보다 많았지만, 2월에는 신규개업 116곳, 폐업 150곳으로 상황이 역전됐습니다. 지난달 전국에서 공인중개사 휴·폐업이 가장 많았던 곳은 경기 남부지역으로 총 226곳의 공인중개사무소(폐업 205곳, 휴업 21)가 문을 닫았습니다.
거래 침체로 문을 닫는 중개업소가 늘면서 중개업소 매물도 쌓이고 있습니다.공인중개사협회 홈페이지 중개사무소 매매(양도) 게시판에 최근 3개월간 올라온 매물은 지난 20일 기준 2838건에 달합니다. 지난 20일 하루에만 150건가량의 매물이 새로 등록되는 등 최근 들어 매물이 급증하는 추세입니다.
부동산서비스업 종사자 고령화 가속
공인중개업과 임대업 등 부동산 관련 2차산업 종사자들의 고령화도 눈에 띕니다. 지난 8일 국토교통부가 공표한 '2022년도 부동산서비스산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부동산 관리업과 공인중개서비스업 등에 종사하는 총 73만3210명 중 50대 이상은 71.9%에 해당합니다. 특히 감정평가사와 부동산 금융, 프롭테크 등 정보제공 업종을 제외한 나머지 사업분야에서 50대 이상이 절반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물론 부동산 서비스업 중 공인중개업의 경우 특별한 응시제한이 없고 자격 획득 후에도 초기투자자본이 비교적 적게 들고 업무강도도 높지 않아 중장년층이 은퇴 이후 선호하는 직종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뉴미디어 플랫폼을 기반한 부동산 콘텐츠의 홍수, IT 기술 기반의 프롭테크 분야의 강세 등을 감안하면 종사자의 고령화는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서울 시내 한 부동산중개사무소 모습. (사진=송정은 기자)
서울 성수동의 G부동산중개업소 대표는 "중개업소 운영만 20년이 넘었는데 프롭테크 등 관련 산업군의 성장과 부동산 경기침체에 해가 갈 수록 문 닫는 곳이 늘고 있다"며 "종종 30~40대 젊은 중개사들이 유튜브 등 뉴미디어 플랫폼을 이용해 인지도를 쌓는 경우도 있지만 소수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중장년층 중개사들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나마 젊은 층 종사자가 많던 프롭테크 업계조차도 최근 경영난을 겪으면서 대규모 인력조정에 나서는 등 부동산서비스업계가 전반적으로 위축돼 있습니다. 프로테그 업계 수위권에 위치한 직방의 경우 지난해 인원 감축에 나섰으며, 자회사인 직방파트너스의 경우 지난해 말 인력의 절반 가까이를 줄이는 강도높은 구조조정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한공협, 경쟁력 강화 등 자구책 마련 고심
이처럼 침체기에 돌입한 공인중개사업을 위해 한공협 등 관련 기관도 다양한 자구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협회 차원에서 대책을 세울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부동산 시장 자체가 얼어 있는 문제라 국토교통부 등에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는 다양한 제도 개선을 건의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종혁 한국공인중개사협회 회장은 지난달 20일 열린 한 간담회에서 "중개 분야에서도 전문성을 갖추는 것이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는 주요 요소"라며 "올해 민간자격사 인증 교육프로그램 개발, 연말 부동산 가격지수 시스템 개발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송정은·홍연 기자 johnnys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