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지윤·백승은 기자] 출산율 감소가 눈에 띄게 가속하면서 일·가정 양립을 위한 제도 정착 등이 시급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저출산과 고령화, 지역소멸 문제가 단순히 인구 감소만 의미하는 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일방적인 정부 주도에서 벗어나 공동 네트워크로 대응할 수 있는 거버넌스(governance) 해법이 절실하다는 반응이 나옵니다.
특히 경쟁사회에서 다양성 존중 사회로, 노동집약적 사회에서 일·가정 양립사회로, 차별사회에서 평등사회로 갈 수 있도록 국정 기조 자체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31일 <뉴스토마토>가 전문가를 대상으로 저출산 고령화의 해법을 문의한 결과, '노동 시장 개선', '일·가정 양립', '경쟁·교육 완화' 등을 꼽았습니다.
31일 <뉴스토마토>가 전문가를 대상으로 저출산 고령화의 해법을 문의한 결과, '노동 시장 개선', '일·가정 양립', '경쟁·교육 완화' 등을 꼽았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사회적 합의·사회 방향성 잡아야"
전문가들은 국정 기조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특히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인구 모니터링 평가센터장은 청년 삶을 개선하기 위한 '사회 구조 개혁'의 필요성을 지목했습니다.
이 센터장은 "이제는 정치권이 사회적 합의를 이루고 전반적인 사회 방향성을 잡아 줘야 한다"며 "예를 들면 집값을 잡기 위해 집값 지원책을 내놓은 게 아니라, 아예 집값을 잡고 연착륙을 도와주는 단계를 해야 하는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노혜련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명예교수는 '경쟁 사회'를 벗어나야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노 교수는 "한국은 사교육비가 너무 많이 들어가고 경쟁이 갈수록 심해진다"며 "청년들 본인들도 살아가기 힘드니까 아이를 키울 엄두를 못 내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전용호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저출산 고령화 문제 해결에는 노동과 교육 등 다양한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지만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하는 것은 다른 사람을 짓밟고 올라가는 경쟁사회 구조를 타파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31일 <뉴스토마토>가 전문가를 대상으로 저출산 고령화의 해법을 문의한 결과, '노동 시장 개선', '일·가정 양립', '경쟁·교육 완화' 등을 꼽았다. 사진은 저출산 극복 캠페인 현장. (사진=뉴시스)
이승윤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동시장 구조 개선'을 저출산고령화 해결책으로 제시했습니다. 이 교수는 "한국은 국제적으로 볼 때 노동시장 구조에서 불안정 노동자가 많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육아휴직 등 여러 사회보장 제도에 누락되는 노동자들이 많다 보니 남녀가 자녀를 계획하는 게 어려워진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권진 예명대 사회복지전공 조교수는 '양성평등' 정책의 중요성을 언급했습니다. OECD 회원국 중 꼴찌 수준인 성별 임금 격차 등을 해결해야 한다는 조언입니다.
권 조교수는 "한국 사회에서 가족을 이루고 자녀를 낳고 싶어 하는 환경 조성은 낮은 수준의 양성평등 인식과 행동을 어떻게 바꾸느냐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며 "현재 양성평등을 달성하고자 오랜 시간을 노력한 북유럽 국가 등과 달리 한국은 그나마 추진되고 있던 여성 관련 정책도 축소 또는 폐지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송다영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일·가정 양립 정책'이 가장 필요하다고 당부했습니다. 송 교수는 "최근 부모 급여부터 시작해서 여러 방면에서 출산율을 올리기 위해 돈을 많이 주고 있는데, 국가가 애가 다 커서 자랄 때까지 지원할 정도로 여력이 충분하지는 않다"며 "아이까지 양육할 수 있는 환경이 되려면 기본적으로 기업의 조직 문화 같은 게 장시간 일하는 것에서 벗어나고 육아휴직을 보장하는 등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31일 <뉴스토마토>가 전문가를 대상으로 저출산 고령화의 해법을 문의한 결과, '노동 시장 개선', '일·가정 양립', '경쟁·교육 완화' 등을 꼽았다. (사진=뉴시스)
'저출산' 일본…"양성평등·커뮤니티 필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심각하게 겪고 있는 일본도 양성평등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특히 '건강한 지역 커뮤니티' 조성의 중요성을 제안한 바 있습니다.
지난 28일 한국경제연구원과 게이단렌(일본경제단체연합회) 산하 21세기 정책연구소가 함께 개최한 '저출산과 지역소멸 극복을 위한 기업의 역할: 한일 경험과 비교' 세미나에서 마스다 미키토 고마자와대학 경제학부 교수는 "일본의 출산율 감소는 결혼율 감소에 기인한다. 정부 차원의 결혼 지원 제도, 양성평등 대책 등이 필요하다"고 분석했습니다.
요시노 마사노리 히타치제작소 시니어 프로젝트 매니저는 이날 '건강한 지역 커뮤니티' 조성의 중요성을 제시하면서 저출산 극복 해결책으로 '새로운 사람과 '모델 도시' 조성을 강조했습니다.
일본 사례를 소개한 후지사키 료이치 전일본공수(ANA) 종합연구소 집행임원은 "일본 경제의 '마이너스 성장' 배경이 인구 정체와 감소에 있다고 보고 정부에서는 보육환경 정비, 교육비·의료비 보조 등 아동 수당 정책에 많은 힘을 들이고 있다"고 문제제기 했습니다.
이어 "저출산 극복을 위한 근본적인 해법은 건강한 '지역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이라며 "이러한 비전 실현을 위해 2016년부터 히타치제작소는 홋카이도 대학과 연계해 '젊은이를 위한 라이프 디자인'이라는 지역사회 혁신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세종=임지윤·백승은 기자 dlawldbs2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