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병원도 ‘준법진료’ 동참…환자들 어디로?

의대교수 이어 개원의도 '준법진료'…야간·주말 진료 '비상'

입력 : 2024-04-01 오후 4:50:51
 
 
[뉴스토마토 안창현·박한솔 기자] 대학병원에 이어 동네 병·의원도 '준법진료'에 동참하기로 하면서 의료대란이 격화되는 형국입니다. 특히 야간 및 주말 진료가 문제입니다. 동네 병·의원에서는 주중 늦은 시간이나 주말에도 진료에 나서는 경우가 많은데, 주 40시간 준법진료를 시행하게 되면 환자들 불편은 더욱 가중될 전망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1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핵심 쟁점인 '의대 증원 2000명'에 대해 물러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에 전공의, 의대 교수에 이어 동네 병·의원까지 집단행동에 돌입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습니다. 대학병원 등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의료 공백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진료 축소 소식이 전해지면서 환자들은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의사단체들의 지침과 강제성 여부에 따라 법적 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1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 설치된 TV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의대 정원 증원 관련 대국민담화가 생중계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1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이달부터 개원의들이 주 40시간 준법진료에 돌입, 의대 교수들을 중심으로 한 진료 축소 움직임에 동참키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김성근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개원의도 주 40시간 진료시간을 지키기로 결론 내렸다”며 “의협 차원에서 참여를 강요할 수는 없지만, 많은 회원들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으로 의견을 모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확산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따라 대학병원의 외래 진료시간이 줄어든 상황에서 동네 병·의원들마저 야간과 주말 진료 등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여 진료 축소 여파는 가중될 것으로 보입니다. 전날 충북 보은에서는 마을 도랑에 빠진 세 살 여자아이가 상급종합병원 이송을 거부당하던 끝에 숨지는 일이 발생하는 등 의료 공백에 따른 환차 피해가 속속 발생했습니다. 
 
"갈 병원이 없다"…환자들 '노심초사'
 
주말에 동네 병·의원을 찾던 환자들은 벌써부터 수심이 가득합니다. 이날 오전 11시10분 수원 영통구 한 내과의원 앞에서 만난 신모(34)씨는 "심하지 않을 경우 보통 주말에 병원을 가는데 문을 안 열면 어떡하나 싶다"고 우려했습니다. 주변의 다른 병원들도 상황은 비슷했습니다. '진료 축소' 공지문을 붙여 놓은 병원을 아직까지는 찾아보긴 어려웠지만, 다급한 상황에 병원을 찾지 못할까 우려하는 시민들은 쉽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경기 성남시 중원구 한 이비인후과는 점심시간 이후 진료 준비에 한창이었습니다. 환절기인 탓에 비염환자가 많이 몰린 이 병원은 평일은 오전 9시에서 오후 7시까지, 토요일은 오전 9시반에서 오후 3시까지 진료를 합니다. 병원 측은 "아직까지 진료 축소에 대한 논의는 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병원을 찾은 전모(68)씨는 "병원에 사람이 많아서 한참 기다리는데, 문도 일찍 닫으면 어쩌라는 거냐"면서 "응급실도 못 가게 하고, 집 앞 병원도 못 가게 되면 노인들만 힘들게 된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인근에 위치한 소아과를 찾은 박모(35)씨도 의료 공백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했습니다. 박씨는 "아기가 이제 백일이 지나 병원을 찾는 일이 꽤 많은데, 평소에도 진료 보기 어려워 아침 일찍부터 친정 가족까지 동원해서 줄을 서는데 여기서 더 상황이 안 좋아지면 어떡하냐"고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개원의 집단행동, 제재 대상 될 수도
 
법조계에서는 전공의나 의대교수와 달리 개원의는 공정거래법 대상인 ‘사업자’인 만큼, 사업자단체 금지행위 등 관련법 적용과 함께 처벌도 가능하다고 지적합니다. 의협이나 개원의협의회 등의 단체가 개별사업자인 개원의들에게 진료시간 단축이나 휴업을 강요한다면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요지입니다.
 
다만, 강제성이 입증되어야 합니다. 대법원은 2000년 의약분업 사태 당시 의협이 집단휴진 불참 사유서를 요구하는 등 개원의들에게 집단행동을 강제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공정거래위원회 처분이 정당하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한 의료법 전문 변호사는 “의협의 준법진료 방침에 얼마나 많은 개원의들이 참여하고, 그 과정에서 협회의 강제성이 입증될 수 있느냐가 중요할 것”이라며 “협회가 집단행동을 결의하고 개별사업자인 개원의에 통보하거나 권고하는 것만으로 불법 집단행동을 모의한 혐의로 수사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현재 시민단체들도 의협을 비롯한 의사단체들의 집단행동에 대해서 고발을 고려하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습니다.
 
안창현·박한솔 기자 cha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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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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