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검찰이 범죄혐의와 무관한 전자정보를 보관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시민단체들도 나서 영장 범위를 벗어나 전자정보를 보관하는 검찰 관행이 중단돼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와 참여연대 등은 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수사나 재판과 관련된 정보를 넘어서 모든 정보를 복제해 보관한 건 위법한 공권력 행사”라며 “검찰의 정보 수집과 보관 과정에서 법 위반 혐의가 있는지 철저한 수사와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앞서 검찰은 대검찰청 예규에 따라 적법하게 이뤄진 절차라고 해명한 바 있습니다. 대검 서버 업무관리시스템인 디넷(D-NET)에 보관하는 전체 정보는 엄격히 통제되고 있고, 법정에서 증거능력이 문제되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시민단체들이 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위법한 영장 외 전자정보를 보관한 검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안창현 기자)
시민단체들은 이 예규가 행정기관 내부 지침에 불과하고 헌법상 영장주의 원칙과 형사소송법, 대법원 판례 모두에 어긋난다고 지적했습니다. 형사소송법은 정보저장매체 압수 시 정보의 범위를 정해 출력 또는 복제해서 제출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재근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대법원은 2022년 수사기관이 범죄 혐의사실과 관련 없는 정보를 그대로 보관하고 있다면 영장 없이 압수수색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판시한 바 있다”며 “법률적 근거 없는 예규에 기반한 검찰의 반인권적 관행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해당 예규는 지난 1월로 효력을 다한 것으로 알려졌고, 예규의 효력 문제가 불거지자 그제서야 대검은 2022년 5월 일부개정된 규정을 수정하는 촌극을 벌였다”며 “어떤 사과나 유감 표명도 없이 진행된 예규 수정은 문제를 제기한 시민들을 기만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또 ‘공판 과정상의 필요’ 때문이라는 검찰 득 설명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검찰은 삼성물산 불법합병 재판에서 국정농단 수사 당시 취득한 문자메시지를 증거로 제출했습니다. 공판이 종료된 사건에서 압수한 정보를 별건에 활용하면서 영장 외 전자정보 보관의 악용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겁니다.
“대통령 명예훼손 수사 자체가 위법”
이번 논란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수사를 받는 이진동 뉴스버스 대표가 영장 범위 외의 전자정보를 검찰이 무단 복제해 보관했다고 주장하면서 불거졌습니다. 이에 검찰의 대통령 명예훼손 수사가 적법한 것인지에 대한 문제제기도 나왔습니다.
최용문 법무법인 예율 변호사는 “윤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 그에 대해 불리한 보도를 했다고 검찰을 동원해 언론과 기자들을 상대로 적극적인 수사에 나섰다는 사실이 놀랍다”며 “대통령 명예훼손 수사 자체가 위법한 수사”라고 했습니다.
그는 “현재 서울중앙지검이 대선개입 여론조작 특별수사팀을 꾸려 정보통신망법 70조 명예훼손죄를 적용해 수사를 진행 중”이라며 “검찰청법에 의하면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는 대통령령으로 정한 부정부패나 경제범죄 등 중요범죄인데, 명예훼손죄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