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한솔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전공의들을 향해 대화의 문을 연 가운데, 전공의들 내부는 의견 조율을 마치지 못한 모습입니다. '일단 만나서 과감하게 주장하자'는 쪽과 '의대 증원 2000명 철회가 먼저'라는 의견이 맞섭니다. 하지만 대통령이 만남을 제안한 상황에서 무작정 거부만 하기에는 '여론 악화'라는 부담이 따릅니다.
정부, 거듭 대화 촉구에 전공의 내부 '이견'
박민수 보건복지부2차관은 3일 윤 대통령과 전공의들과의 대화를 위해 접촉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조건과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소통을 강조했습니다. 박 차관은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더 합리적이고 통일된 대안을 제시한다면, 정부는 열린 자세로 논의하겠다"며 "조건, 형식의 구애 없이 소통할 준비가 돼 있으니 정부를 믿고 대화의 자리로 나와 기탄없이 논의하자"고 말했습니다.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 인턴 생활관. (사진=뉴시스)
정부로부터 공을 넘겨받은 전공의들 사이에선 이견이 노출됩니다. 그만큼 고민이 깊다는 뜻입니다. 대한전공의협회가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가운데,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들은 의사들이 모여있는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각자의 입장을 밝히는 중입니다.
일부는 "전공의들의 의견을 명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대통령과 대화를 하더라도 생방송 토론으로 해야 한다" 등 대화에 찬성 입장을 밝힌 반면, 또 다른 한 쪽에서는 "명분만 주게 된다. 대통령이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는데도 우리 입장을 고수하면 국민 여론도 악화될 것", "의대 증원 철회가 먼저" 등의 강경 입장을 보였습니다.
경기도 성남 소재 종합병원에서 근무하다 이번 사태로 사직서를 제출한 한 전공의는 "의대 증원에 대해선 아무 변화 없이 무작정 대화만 하자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제대로 된 해결 방안 없이 정부와 손을 잡을 수는 없다. 주변 전공의들도 비슷한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교수들 "대화 원칙적 찬성…전제조건으로 의대 증원 양보"
전국의대교수 비대위는 "대통령과 전공의들 간 대화를 제안한 것에 원칙적으로 환영한다"면서도 "다만 무조건 만나자고만 한다면 대화 제의에 진정성이 없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비대위는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의료계와 협의해 합리적인 방안을 만들겠다는 것을 먼저 제안해 달라"며 의대 증원 2000명을 더 이상 고집하지 않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서울의 한 병원 소속 A교수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지금 상황에선 전공의들과 대화 자체가 어려울 것 같다"면서 "담화문에서 2000명을 포기할 수 없다고 해놓고 대화하자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2000명 증원은 고정된 값이 아니니까 의제에 올려 대화하자'는 이 한마디를 대통령이 직접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결국 핵심은 '의대 증원 2000명' 유지 여부입니다.
전국 의과대학 예비 전공의 인턴 상반기 수련 임용 등록 마감일인 2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 인턴 생활관 휴게실이 텅 비어 있다.(사진=뉴시스)
박한솔 기자 hs696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