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인천 남동구 인천시청에서 열린 2024 인천공기업·우수기업 청년취업설명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업체 부스에서 전형 일정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김진양·박진아·최수빈·유지웅 기자] "어렸을 땐 국민연금을 막연히 '노후에 비빌 언덕'으로 생각했는데 현재는 어차피 우린 못 받는 돈이라고 본다. 마치 '효도기금' 같다."(20대 여성)
26일 본지는 시민들에게 평소 국민연금에 대한 생각과 최근 시민대표단 다수가 '더 내고 더 받는' 노후 소득 보장 강화 방향의 연금 개혁안을 선택한 데 대한 반응을 들어봤습니다. 전반적으로 국민연금에 대한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실제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이 커 보였습니다.
특히 국민연금 제도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도는 100점 만점에 '40점'으로 과락에 가까웠습니다. 위 세대보다 더 내고도 덜 받을 것이라는 우려에 'MZ세대'로 일컬어지는 이른바 20·30대에서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이 컸습니다. 무엇보다 국민연금이 "내가 쓸 수 없는 돈", "국가에 기부하기 위해 빠져나가는 세금"으로 본인이 아닌 다른 사람의 혜택이란 인식이 팽배했습니다.
'연금 불신' 큰 MZ세대…"어차피 우린 못 받는다"
특히 20·30대와 50대 이상에서 불신의 차이가 크게 나타났습니다. 20·30대에선 대다수가 "어차피 우리는 못 받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서울에 거주하는 한 20대 남성은 "우리 세대는 어차피 국민연금을 못 받을 것이란 인식이 팽배하다"며 "각자도생해야겠다는 생각"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향후 정치권이 마련할 국민연금 개혁안에 대해 "급박한 추진보다는 충분한 논의 후에 나오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무엇보다 국민연금 보험료를 '세금'으로 보는 시각이 강했습니다. 인천에 거주하는 한 20대 남성은 "40대 정도까지만 국민연금 혜택을 최대한 누릴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국가에 기부하는 세금으로 보고 있다. (국민연금 얘기만 들으면) 열 받는다"고 꼬집었습니다. 또 시민대표단 다수가 '더 내고 더 받는' 방향의 연금 개혁안을 선택한 데 대해 부정적인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한 20대 여성(서울 거주)은 "왜 더 내고 더 받는 것이냐"며 "미래에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데 세금 부담만 늘고 불만"이라고 토로했습니다.
30대에선 구체적인 노후 소득 보장액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한 30대 남성(서울 거주)은 "사실 '더 내고 더 받는다'는 것은 엄청나게 추상적"이라며 "얼마나 더 낼 것인지, 그래서 얼마나 더 받을 것인지에 따라 (개혁안에 대한 입장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다른 30대 여성은 "최근 물가 상승률이 어마어마하지 않느냐"며 "더 내고 덜 받으면 사실상 손해"라고 지적했습니다.
40대도 20·30대 만큼은 아니지만, 국민연금 제도에 대한 강한 불신을 보였습니다. 한 40대 여성(서울 거주)은 "왜 강제로 (국민연금 보험료를) 내야 하느냐"며 "신청자만 하면 좋을 텐데"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노후 보장이라는 단어가 크게 와 닿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50대 이상, '소득 강화'에 공감…"'덜 받는' 개혁 안 돼"
50대 이상에선 대체로 노후 소득 강화 방향에 대해 공감하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한 50대 여성(인천 거주)은 "평균 수명이 늘어나는 게 현실이고 노후에 경제력 문제 때문이라도 덜 받는 국민연금 개혁안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본격적으로 국민연금 혜택을 받는 60대는 현재 노후 소득 보장 액수로는 실질적으로 생활하기 어렵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울산에 거주하는 한 60대 남성은 "덜 받는 개혁안은 안 된다"며 "국가가 보장해 줘야 하는 문제다. 국가 재정으로 어떻게든 충당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한 60대 여성(서울 거주)은 "더 내고 더 받는 것을 선택한 이유는 국민연금만으로는 생활하기에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노후 소득 강화에 찬성했습니다.
박주용·김진양·박진아·최수빈·유지웅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