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노동자 70% '폭염' 시달려…대책은 '전무'

ILO "전 세계 노동자 34억명 중 24억명 '폭염 노출'"
"폭염 산업재해, 연간 2000만건에 달해"
ITUC "기후변화 막으려면 국제사회 긴급 조치 필요"
전문가 "정부, '기후 위기 대응 컨트롤타워' 구축해야"

입력 : 2024-05-02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임지윤 기자] 전 세계 노동자 70%에 해당하는 24억명 이상이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에 시달린다는 국제 보고서가 나왔지만, 관련 대책은 전무하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야외 노동자들에 한해 특단의 보호 조치를 할 수 있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제기됩니다. 특히 기후 위기와 관련해 부처 간 책임을 미루지 않도록 '기후 위기 대응 컨트롤타워'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ILO "전 세계 노동자 70% 폭염 위기"
 
국제노동기구(ILO)가 이달 발표한 '기후 변화 속 직장 내 안전 및 건강 대책' 보고서를 보면, 지난 2020년 전 세계 노동인구 34억명 가운데 24억명 이상이 업무 중 폭염에 시달린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이는 70.9% 비중으로 2000년 65.5% 대비 5%포인트가량 증가한 수준입니다.
 
폭염으로 인한 산업재해는 연간 2000만건 발생했습니다. 사망자만 매년 1만8970명에 달합니다. 작업장 폭염 문제로 만성 신부전증을 앓는 노동자 수는 2620만명으로 추산했습니다. 만성 신부전증은 신장 기능이 되돌릴 수 없을 만큼 저하된 상태를 말합니다.
 
보고서는 기후변화가 더위 이상의 악영향을 끼친다고도 경고했습니다. ILO 집계에 의하면 매년 1만8960명이 자외선 노출로 인한 흑색종 피부암 때문에 목숨을 잃었습니다.
 

1일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5~7월 우리나라 월평균 기온은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뉴시스)
 
세계 각국은 노동자들의 안전을 위해 긴급 조치에 나선 상태입니다. 스페인은 2021년 환경미화원이 열사병으로 사망한 뒤 폭염 기간 이들의 일부 야외 작업을 금지했습니다. 그리스는 지난해 하루 중 가장 더운 시간대 건설과 배송 작업을 하지 않도록 규정했습니다.
 
마날 아지(Manel Azzi) ILO 산업 안전보건(OSH) 팀장은 "기후변화가 이미 노동자들 건강에 중대한 위협이 되고 있음은 분명하다"며 "기후변화 요소도 고려한 산업안전 부문 정책과 대응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165개국 2억1000만명 노동자를 대표하는 국제노동조합총연맹(ITUC)도 지난 28일 국제노동자 기념일 주제를 '노동자를 향한 기후 리스크(위험)'로 선언하면서 업무 환경 내 기후변화 위험을 막기 위한 국제사회의 긴급 대책을 촉구했습니다.
 
올해 '최악' 온다…"기온 더 올라"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5~7월 우리나라 월평균 기온은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에 환경부는 주요 오염원 집중관리 등 3대 추진 전략과 9대 세부 실천 과제를 담은 '2024년 녹조 중점 관리 방안'을 마련했습니다. 행정안전부는 17개 시도에 폭염 대책비(특별교부세) 총 15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1일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5~7월 우리나라 월평균 기온은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지난해 폭염 속 카트를 정리하다 사망한 고 김동호 씨 유족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 산업노동조합 회원들. (사진=뉴시스)
 
하지만 환경 전문가들은 정부가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아직 깨닫지 못했다고 지적합니다.
 
김진우 전 제천환경운동연합 회장은 "건설사 중 소규모 사업장 같은 경우는 아예 폭염 관련 안전 지침이 없는 곳도 많다"며 "농촌의 외국인 노동자들도 기후 재난에 방치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지난해가 산업혁명 이래 가장 더운 한 해였는데, 올해는 능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룬다"며 "가장 폭염 피해가 클 수 있는 건설 현장 노동자의 경우 정부가 나서서 기상청 예보에 따라 의무적으로 당일 쉴 수 있게 하는 등 선제 조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이어 "우리나라는 현재 폭염뿐만 아니라 탈탄소 측면에서도 부처별로 업무가 다 나눠진 상태"라며 "노동자 보호 차원에서 여러 부처를 통괄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를 국무총리실 산하에 두는 등 기후 적응 대책을 정부가 마련해야 한다"고 보탰습니다.
 
신우용 서울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전 세계적으로 폭우, 가뭄, 산불 등 기후재난 양상이 더 극심해지고 있는데 대한민국은 관련 대책이 거의 없다시피 한 상황"이라며 "온실가스 감축 정책 등 기후 재난 대응 정책은 대통령을 포함해 중앙부처가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윤석열 정부는 전 정부에서 했던 정책이라는 이유로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이 위원장으로 초대돼 만들었던 국가기후환경회의 등을 아예 제로(0)로 돌려놓았다"며 "기후 위기 해결책을 찾는 것은 진보나 보수 어떤 이념에 치우쳐 세우는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습니다.
 
녹조 중점 관리 방안에 관해서는 "녹조를 안 만드는 게 중요한데 물을 흐르게 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녹조가 계속 문제 될 것 같으니 걷어내겠다는 퍼포먼스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날을 세웠습니다.
 
1일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5~7월 우리나라 월평균 기온은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뉴시스)
 
세종=임지윤 기자 dlawldbs2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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