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이효진 기자] 건설사들을 중심으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위험이 높아진 가운데, 이들이 소속된 모그룹에도 경고등이 들어왔습니다. 7곳의 건설사가 계열사에 갚아야 하는 매입채무가 5년 내 가장 높은 평균 44.9%로 집계되면서 부실 전이 위험이 커졌다는 분석입니다. 이들 건설사의 감사를 맡은 회계법인 측에선 검수 업무에 진땀을 빼는 등 시한폭탄이 곧 터질 듯한 긴장감도 흐릅니다.
매출채권 '눈덩이', 회수 못하면 계열채무도 부실화
4일 <뉴스토마토>가 대규모 기업집단 내 건설사의 PF 부실 전이 위험을 진단하기 위해 관련 재무지표(연결기준)를 집계한 결과, 현대차와 포스코, GS, 롯데, 코오롱, SK, 신세계 등 그룹의 계열로 있는 건설사 7곳 매출채권(유동)은 지난해 평균 32.3%로 전년 대비 증가했습니다. 건설사의 매출채권은 공사대금을 청구한 내역이 포함된 수치입니다. 회수 못할 경우 채무위험으로 번질 불안 요소입니다.
2020년엔 14.6% 감소했는데 이후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며 재작년부터 2년 연속 증가율이 30%를 넘었습니다. 미수기간이 1년을 넘은 비유동 장기매출채권은 작년에 평균 1.1% 줄었습니다. 하지만 2021년 78.6%, 2022년 14.4% 올랐던 점을 감안하면 부담은 그대로입니다. 연체 기간이 쌓이며 손상될 위험성도 커졌습니다. 이들 7곳의 매출 평균은 작년 20.9% 증가했는데 매출채권 증가율이 그보다 10%포인트 크게 웃돕니다. 한 관계자는 "겉으로 드러난 미수채권에다 숨겨진 우발채무까지 고려하면 부실 임계점에 가까워졌다"고 우려했습니다.
미분양이 포함된 재고자산은 7개 건설사 평균 5년 내 큰 변동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건설업계 전반적으로 미분양이 쌓이면서 '울며 겨자 먹기'로 할인 분양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레고랜드 사태와 태영건설 워크아웃 등으로 대출이 더 힘들어질 수 있어, 업계는 재고 소진에 안간힘을 쓰는 중입니다. 재고자산을 건설사 별로 뜯어보면 롯데건설과 코오롱글로벌, SK에코플랜트가 각각 지난해 7.7%, 92.2%, 82.5%씩 증가해 여타 기업들과 편차가 컸습니다. 롯데건설의 경우 2021년에 143%나 오른 뒤 매년 증가세가 이어졌습니다.
7곳의 평균 영업이익은 작년 59.4% 감소하는 등 영업 상황이 매우 어렵습니다. GS건설과 신세계건설이 영업적자를 보는 등 기업별 편차도 큽니다. 매출원가율(판매관리비 포함)은 공통으로 작년 98.8%를 찍었습니다. 2019년 94.9%를 시작으로 가파르게 올랐습니다. 금융조달 부담이 짓누르는데 공사비까지 수직상승해 어려움이 가중된 형편입니다. 이들 건설사를 지원하기 위해 기업집단 내 계열차입이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계열차입은 법정이자율이 4.6%로 고정되어 있습니다.
계열 매입채무 증가세 뚜렷…신용보증 편법 활용까지
특히 매입채무는 건설사가 차입금과 비슷한 용도로 가장 손쉽게 활용되는 방편입니다. 기업집단 내 건설사의 특수관계자향 매입채무 증가세가 뚜렷합니다. 지난해 이들 7곳이 특수관계자에 빚진 매입채무는 전년 대비 평균 44.9% 급증했습니다. 2020년 10.1%, 2021년 7.3%, 2022년 39% 등 매년 올랐는데 작년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습니다. 만약 건설사가 디폴트 위기에 빠지면 이들 매입채무는 손상처리되거나 담보권에 얽혀 우발채무로 바뀝니다.
계열사의 신용지원도 늘었습니다. 앞서 롯데케미칼은 롯데건설의 회사채 보증을 서줬습니다. 이와 관련 <뉴스토마토>는 "상호출자제한집단 규정상 계열사 간 채무보증을 회피한 편법"이라는 학계 지적과 함께 "금융기관 여신 관련 보증이 아니기 때문에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감독당국의 유권해석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후 경제개혁연대는 “기업집단 연쇄부실 차단의 채무보증 금지 규제 취지를 고려할 때 당국의 해석은 매우 형식적인 것으로, 스스로 규제 사각지대를 만든 것”이라는 비판적 논평을 냈습니다.
지난 2일 신세계그룹이 문책 인사로 신세계건설 대표이사를 경질하는 등 건설업계에 부는 칼바람이 매섭습니다. 이들 건설사의 장부를 검수하는 회계법인 측에서도 유례없는 긴장감이 감돕니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장부 정리가 여느 때와 비교할 수 없이 바쁘다”며 “조만간 부실이 터질 것 같은 기류”라고 전했습니다. 건설사는 PF 부실을 막기 위해 재무상태를 방어하려 하고, 책임이 미치는 감사법인은 적정의견을 내기가 어렵다는 설명도 더해졌습니다.
이재영·이효진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