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굴기, 위협 아닌 현실)값싼 짝퉁차는 옛말…전기차 시장도 중국 주도

BYD, 세계 전기차 판매량 테슬라 제치고 1위
중국 비웃던 머스크 "경쟁사 괴멸" 태도 바꿔
내수 넘어 유럽·북미 등 글로벌 진출 추진
한국도 중국산 공습 본격화…"보조금 장벽 등 자국 이점 살려야"

입력 : 2024-05-10 오후 4:00:00
 
[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무역 장벽이 없다면 (BYD를 비롯한)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경쟁사들을 괴멸시킬 것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올 초 실적 발표에서 중국 전기차의 경쟁력을 높이 평가하며 이같이 경고했습니다.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중국국제전람중심 순의관에서 열린 베이징 국제모터쇼 '오토차이나 2024'에 BYD 차량이 전시돼 있다.(사진=뉴시스)
 
2011년 한 미국 방송에서 BYD 차량을 비웃으며 "저런 차 봤나요"라고 말한 것과는 완전히 다른 태도인데요. 테슬라와 비교해 경쟁상대로도 보지 않았던 BYD가 이제 위협적인 라이벌이 됐음을 보여준 장면입니다.
 
현재 BYD는 후발 주자로서 테슬라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중국뿐 아니라 유럽 등 해외 시장에서도 '메이드 인 차이나' 전기차 돌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10일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BYD의 세계 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 포함) 판매량은 58만대로 전년동기대비 9.9% 증가했습니다.
 
점유율 18.5%로 1위를 이어갔죠. 테슬라는 2.4% 줄어든 41만3000대로 점유율 13.1%를 기록해 2위에 머물렀습니다. 두 회사의 점유율 격차는 전년 동기(4%)보다 1.2%p 증가한 5.4%p로 벌어졌습니다.
 
지난해 4분기에는 순수 전기차 판매량만 53만대로 49만대를 판매한 테슬라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라서기도 했습니다. 불과 수 년 전만 해도 중국차는 해외 디자인을 모방해 '짝퉁 디자인'이라는 오명을 썼습니다. 완성도가 떨어지고 내구성 논란이 끊이지 않으며 시장에서 외면당했었죠.
 
2024년 1분기 글로벌 전기차 인도량.(그래픽=뉴스토마토)
 
하지만 중국 완성차 업체들은 내수 시장에서 품질 경쟁력을 키우고 최근엔 가격 경쟁력까지 앞세우며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전기차를 필두로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대 자동차 수출국으로도 부상했죠.
 
BYD의 성장은 자체 기술력과 중국 정부의 지원이 맞물린 결과입니다. BYD는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를 자체 조달하는 방식으로 차량 가격을 크게 낮췄는데요. BYD의 차량은 테슬라 차량 가격의 60~80%밖에 되지 않습니다. 배터리, 모터, 전자제어 장치(ECU) 모두를 자체 조달할 수 있는 유일한 전기차 업체이기도 합니다. BYD는 중국을 넘어 멕시코·브라질·헝가리를 거점으로 유럽과 북미·남미 등 시장에도 적극적인 침투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양진수 현대차그룹 경제산업연구센터 자동차산업연구실장은 "중국 전기차 기업의 속도와 효율을 배워야 할 때"라며 "중국 전기차 회사의 세계 시장 영향력은 급속히 커질 전망"이라고 말했습니다.
 
우리나라도 중국산 전기차의 공습을 받고 있습니다. 중국산 전기버스는 지난해 기준 점유율이 절반을 넘었습니다. 연내에는 BYD가 전기 승용차도 출시합니다.
 
중국에 맞선 경쟁력 카드로 '소재→배터리→완성차'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이 꼽히는데요. 한국의 전기차·배터리 기업들은 북미와 유럽 현지에 진출해 밸류체인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반면 중국 기업들의 경우 미국과 유럽 정부의 견제를 받고 있습니다. 삼원계(NCM·NCA)에서의 우위를 바탕으로 중국 리튬인산철(LFP) 등 저가 제품과 차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특히 생산 현지화는 중국에 확실하게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또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서 중국 전기차에 보조금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유럽은 중국 전기차에 관세를 인상하는 방향으로 무역장벽을 세우고 있는 것처럼 우리나라 역시 자국 업체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한국 시장이 크지 않고 미국이나 중국처럼 강대국도 아니기 때문에 노골적으로 차별적 보조금을 지급하게 큰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며 "수소 버스나 다른 나라에서 들어오지 못하는 차종 쪽으로 보조금 정책 방향을 바꾸는 등 자국의 이점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메이드 인 차이나' 이미지가 중국의 한계인만큼 글로벌 우회 진출은 늘어갈 전망"이라며 "중국계 하청공장으로 전략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통해 자정 기능을 잃지 말아야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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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준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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