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HUG)①올해 예상 손실만 7조원…자본잠식 위기

지난해 집주인 대신 낸 변제액 3조5544억원…올해 더 늘어날 전망
세금 투입 바람직하지 않아…채권회수율 높이고 제도 손질해야

입력 : 2024-05-16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편집자주> 국내 유일의 주택보증전문기관 HUG가 전세사기 여파에 흔들리고 있습니다. 급증한 전세보증금반환보증액에 최대 재정적 위기에 봉착한 모습입니다. 설립 이후 2000만이 넘는 가구에 2000조원 이상의 보증을 공급해오고 분양보증이행 등을 통한 분양계약자보호, 미분양주택 매입 등을 통한 건설사 유동성 지원 등 건설·부동산 현장에 활력을 불어 넣어주던 HUG가 마주한 위기는 심각하게 바라 볼 필요가 있습니다. 본지에선 3회에 걸쳐 HUG의 위기는 어디서 비롯됐으며,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인지 살펴보고 향후 HUG가 해야할 역할도 짚어 보겠습니다.
 
 
HUG(주택도시보증공사)의 올 1분기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보험 사고액은 1조435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0%가 급증했습니다. 2023년 한 해 동안 사고액이 4조3347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1분기에만 전년도의 33.1%를 채운 셈입니다. HUG가 전세자금보증보험을 통해 임차인에게 대신 갚아주고 임대인으로부터 받지 못한 채권잔액, 즉 대위변제액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맹성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올 초 HUG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세자금보증보험 대위변제액은 2021년 5041억원에서 2022년 9241억원, 2023년에는 3조5544억원으로 3년 사이 7배 가량 늘었습니다. 올해 HUG 당기 순손실이 설립 이후 최대치에 달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도 나옵니다. HUG가 지난 3월 29일 발표한 제31기 결산공고에 따르면 지난해 HUG의 당기 순손실 규모는 약 3조8598억원이었습니다. 2022년 당기순손실액 4087억원보다 1년 새 무려 3조4000억원대가 늘어난 겁니다. HUG 관계자 등에 따르면 HUG의 올해 당기순손실 규모는 7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HUG의 위기는 보증여력 감소로 이어져 주택시장 전반에 큰 위기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정부도 나서서 HUG에 현물출자를 하는 등 부랴부랴 지원에 나선 상황인데요. 국토부는 최근 HUG에게 4조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의한 바 있습니다. 국토부가 보유한 한국도로공사 주식 3억5964만7546주를 현물 출자하고, HUG는 주당 5000원에 8억주를 신주 발행하는 구조입니다. 그러나 올해 손실규모가 7조원 대로 예상되는 만큼 3조원의 가까운 금액이 더 필요한데 세수 부족으로 더 이상의 지원은 요원한 상황입니다. 
 
특히 정부의 출자 방안은 결국 세금으로 HUG의 자본금을 확충하는 것인 만큼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데요. 때문에 HUG가 자체적으로 채권 회수율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권대중 서강대 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세금으로 자본금을 메우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며 "보증 사고율을 낮추는 것이 우선"이라고 했습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전세보증 한도 너무 높아…‘모럴 해저드’ 유발
 
HUG의 재정악화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재정적 지원뿐 아니라 악용 가능성이 있는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규모 축소 등 정책 개정 등의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습니다. 현재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의 보증한도는 공시가격의 140%까지, 매매가격의 90%까지인데요. 보증한도가 높아 악용의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HUG에 정통한 관계자는 "한국의 특수한 주택임대차 전세제도와 HUG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을 이용해 사실상 LTV(담보인정비율) 100%로 무자본 갭투자를 조성하는 환경이 조성됐다"면서 "한때 100%에 이르렀던 보증한도 때문에 임대인들은 이를 빌미로 중개업자들과 짜고 바지사장을 내세워 세입자를 안심시키고 전세에 들어가게 한 것"이라고 전세사기의 배경을 짚었습니다.
 
이어 "집값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추세에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사고는 급증하고 HUG는 손실 보전을 해야 하니 부담이 커지면서 재정적 위기를 초래한 것"이라며 "HUG에서 국토부 등을 상대로 보증한도를 70~80%정도로 축소해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를 막자고 여러 차례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세보증보험이 신축빌라 등의 사례에서 도덕적 해이를 조장할 수 있다는 주장은 타당하다"며 "다만 대안으로 위험물건에 대한 보증요율 조정 등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시내 한 주택가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HUG, 공기업에서 금융기관 전환 논의 필요
 
우리나라 주택 시장의 특성과 한계를 감안하면 HUG가 단순 공기업이 아닌 금융기관으로 전환해 자체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됩니다. HUG는 주택도시기금법 16조 등에 따라 10조원을 자본금으로 하고 50% 이상을 정부가 출자하는 공기업으로 규정돼 있습니다. HUG에 정통한 관계자는 "주택도시기금법 조항만으로 HUG를 규정하지 말고 주택도시보증공사 설립에 관한 법률을 따로 제정해 일반공기업이 아니라 금융기관으로 분류시키는 것이 건전성과 공익성 모두를 충족시킬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전문가들은 HUG의 역할을 강화할 필요에 대해서는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입니다. 다만 제도적 보완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은형 위원은 "HUG의 금융기관 전환은 시장경쟁체제 운용을 전제로 한다면 검토할 수 있다"며 "다만 분양보증 같은 사업을 독점적으로 유지하면서 금융기관 전환을 요구한다면 설득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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