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사, 보장성 보험 많이 팔고도 실적 울상

빅3 순이익 전년비 29% 급감
IBNR 제도 변경 따른 일회성 손실 탓

입력 : 2024-05-18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여파에 따라 1분기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 실적의 희비가 엇갈렸습니다. 보장성 보험 비중이 컸던 손보사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역대급 실적을 낸 반면 생보사들은 준비금 적립 부담이 커지면서 전년 대비 순이익이 급감했습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손보사들이 1분기 사상 최대 이익을 발표한 데 반해 생보사들은 1분기 실적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 등 '빅3' 생보사의 1분기 순이익은 1조283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1% 줄었습니다.
 
생보사들의 순익 감소는 회계제도 도입 이후 미보고발생손해액(IBNR) 준비금 적립 기준이 변경된 탓입니다. IBNR은 보험사고 발생했지만 아직 보험사에 청구되지 않은 금액으로, 보험사는 이를 추산해 지급준비금(부채)로 적립해야 합니다.
 
기존에는 이 기준이 생보사의 경우 보험금 청구시점을 보험 사고 일자로, 손보사는 실제 사고 발생일로 각각 달랐는데, 제도 개선 후 모든 보험사가 실제 사고 발생일, 즉 원인사고일로 변경돼 기간의 차이 만큼 준비금을 적립하게 됐습니다. 생보사들은 당초 예상했던 지급준비금보다 더욱 큰 규모로 이를 반영하게 된 셈입니다.
 
삼성생명은 1분기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이 622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 감소했습니다. 종신보험 대신 보장성 보험 판매 비중이 늘었지만 투자손익이 줄어들며 순익이 하락했습니다.
 
신계약 보험계약마진(CSM)은 전년동기 대비 1.4% 증가한 8576억원을 기록했습니다. CSM은 보험계약의 미래 수익을 현재 가치로 평가한 금액인데, 보험 기간 긴 장기 보험 판매 비중이 높을수록 유리합니다.
 
CSM 증가는 사망보험 비중이 줄어든 대신 건강보험 등 보장성 보험 판매를 확대한 영향입니다. 삼성생명의 사망보험 실적은 최근 1년 간 28.4% 줄어들고 건강보험은 70.6% 증가했습니다. 지난해 2분기 이후 사망보험은 감소세, 건강보험은 증가세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CSM 호조에도 불구하고 IBNR 적립과 투자손익에 따라 전체 실적은 하락했습니다. 삼성생명의 1분기 투자이익은 5630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대비 1.7% 하락했습니다. 일반보험 투자손익은 이자 수익 덕에 8.7% 늘었으나, IBNR에 따른 부채 이자와 퇴직연금 해지가 늘어나며 실적이 줄었습니다.
 
한화생명도 1분기 당기순이익이 368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5% 감소했습니다. IBNR 적립 기준 강화로 일회성 예실차 손실이 840억원 발생했습니다. 보험이익은 보험이익은 910억원으로 47.1% 감소했고 투자이익도 1290억원으로 70.2% 줄었습니다.
 
한화생명 역시 생보사 주력 상품이었던 종신보험 축소 영향도 컸습니다. 고수익 보장성 상품의 신계약 CSM은 3561억으로 전년 동기 대비 57.5% 늘었지만 종신보험(1479억원)과 연금보험(114억원)이 각각 17.8%, 92.0% 줄어들며 보장성 보험 전체 신계약 CSM은 5154억원으로 5.3% 감소했습니다.
 
교보생명도 1분기 당기순이익이 293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72% 감소했습니다. 보장성 보험 판매 확대로 신계약 CSM은 전년 동기 대비 7.69% 증가한 3934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다만 투자손익은 2960억원으로 41.5% 줄었습니다. CSM에서 창출된 상각이익 증가와 손실부담계약 감소 등으로 보험이익은 1024억원으로 110.7% 증가했지만, 금리 상승으로 인한 유가증권 평가손익 감소 등으로 투자이익은 3725억원으로 42.9% 감소했습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손보사들은 지난해 4분기에 미보고발생손해액을 이를 미리 반영했지만 생보사들은 이번 1분기에 반영하면서 실적이 하락했다"며 "종신보험 대신 제3보험 등 건강보험 비중을 늘리며 지속 성장 전략을 짜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생보사 빅3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1조283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평균 29.1% 하락했다. 왼쪽부터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사옥. (사진=각 사)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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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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