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가요계의 연간 음반 판매량이 매년 급상승하고 있습니다. 기획사는 팬사인회 추첨권, 포카(랜덤포토카드)을 앞세워 팬덤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고 있습니다. 이에 기획사가 팬덤을 쥐어짜 만든 결과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도 '앨범깡'(팬사인회 추점권, 포카만 챙기고 앨범을 버리는 행위)이 논란이 된 만큼 K팝을 위해서라도 개선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17일 한국음악콘텐츠협회가 운영하는 써클차트에 따르면 작년 음반 판매량은 1억1500만장으로 2019년(2500만장) 대비 6배 가량 증가했습니다.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4100만장)부터 매년 급상승해 작년 1억장을 돌파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앨범의 판매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팬사인회 추첨권을 언급했습니다. 앨범 하나당 추첨권 한 장이 들어 있어 앨범을 많이 살수록 당첨 확률이 높아지는 구조입니다. 팬들은 스타를 만나기 위해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의 비용을 들여 앨범을 사 팬사인회 추첨 확률을 높이고 있습니다. 이를 이용해 일부 소속사는 아티스트가 컴백하면 1~2주 방송활동을 한 뒤 일명 '무한 팬사(팬사인회)'를 돌려 앨범 판매를 높이고 있습니다.
가요계에 따르면 코로나19 기간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평균 100~200명 정도 였던 팬사인회 당첨 인원이 20~30명까지 줄었습니다. 여기에 영통(팬과 가수의 영상통화) 이벤트 등 변형된 팬사인회가 생겨났습니다. 줄어든 인원, 다양한 형태로 진화한 팬사인회로 인해 오히려 2020년부터 K팝 시장 음반 판매량이 증가했습니다.
김성환 음악 평론가는 "이런 식의 상황이 오는데 있어 가장 큰 문제는 사인회였다고 생각한다"며 "몇 장을 사든지 주어지는 투표의 기회가 한 번이라면 지금처럼 불필요한 앨범 판매가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평론가는 "이런 부분이 개선되기 위해선 4대 기획사부터 나서 개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앨범깡'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 팬덤 사이에서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지난달 30일 한 일본인은 일본 도쿄 시부야의 한 백화점 인근 공원에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소속 세븐틴의 새 앨범 수십 개가 상자에 담겨 버려진 모습을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공개했습니다. 새븐틴 팬들이 포토카드나 팬사인회 응모권 등을 위해 앨범을 대량 구매한 뒤 버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업계는 굿즈의 경우 소비자의 선택권이 있지만 앨범의 경우 소비자에게 판매를 강요하는 방식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TV로만 보던 스타를 실제로 볼 수 있다는데 국내 팬이든 해외이든 팬 입장에서는 수십만원, 수백만원을 써서라도 당첨되고 싶은 건 당연하다"며 "이 욕구를 자극해 앨범 판매를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베이비몬스터 첫 팬사인회 현장.(사진=와이지엔터테인먼트)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