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건설업계가 길어지는 불황에 신음하고 있습니다. 올 1분기 건설관련 각종 수주 지표들은 전년도 보다 급감하고 있고, 커지는 지방 미분양 리스크에 문을 닫는 건설사도 늘고 있습니다. 건설산업의 수익성을 떠받쳐야할 민간 건설 부문 불황은 더욱 심각합니다. 급등한 공사비로 민간 건설사들은 확실한 수익이 담보되지 않는 사업장은 배제하는 옥석가리기 현상이 극심해지면서 도시정비사업 등 민간 건축부문 수주 실적은 크게 떨어진 상황입니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1분기를 지나면서 세부지표적으로 다소 회복세는 관찰되고 있지만, 고금리와 불안정한 국외 정세 등을 감안하면 적어도 올해까지는 건설업계 불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국내 건설 수주, 민간·공공 모두 전년 대비 감소
22일 대한건설협회와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등의 자료에 따르면 올 1분기 국내 건설 수주액은 34조2212억원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1분기의 47조5574억원과 비교해 28.0% 감소했습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공공과 민간부문 가릴 것 없이 수주 규모는 줄었습니다. 올해 1분기 민간부문 수주는 22조2121억원으로, 1년 전의 33조2400억여원보다 36.2% 감소했습니다. 공공부문 수주도 같은 기간 5.9% 줄었습니다.
공종별로는 국내 건축 수주가 같은 기간 27.4%, 토목이 29.0% 감소했습니다. 건축부문 부진은 공사비 급등 영향으로 예년 대비 활기가 떨어진 도시정비사업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됩니다.
10대 건설사 도시정비사업 수주 '휘청'
건설사들은 정비사업조합 측이 제시한 공사비가 수익성을 내기 힘들다고 판단하면 아예 입찰 자체를 꺼리는 추세입니다. 이는 서울 강남권도 예외가 아닙니다. 최근 도곡개포한신아파트는 평당 920만원의 공사비가 사업성이 안맞는다는 이유로 시공사 선정이 유찰되기도 했습니다. 신반포27차 아파트 재건축 사업은 소규모 사업장이라는 이유로 시공사 선정에 난항을 겪다가 SK에코플랜트의 단독 입찰로 한숨을 돌린 상황입니다.
실제 올해 1분기 수주 실적을 공개한 국내 상위 건설사 10곳의 정비사업 수주액은 3조9994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의 4조5242억원보다 12% 가량 감소했습니다. 2년 전과 비교하면 약 40%가 감소한 수치입니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부동산 시장이 안 좋을뿐 아니라 생산 비용에 포함되는 자재비 등 제반 비용 자체가 올랐기 때문에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업계 전반에 손실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라며 "공사비도 예년 같으면 30% 오르는데 5~6년 정도가 소요됐는데 경기침체와 고금리, 대외 경제적 불안 요소들로 인해 이 속도가 3년 정도로 크게 단축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불황 장기화…문 닫는 건설사 속출
건설업계 불황에 문을 닫는 건설사는 늘고 신규등록 업체는 줄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종합건설업 폐업 건수는 10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25.3% 늘었습니다. 반면 지난 3월 종합건설업 신규 등록 업체 수는 104곳으로 지난해 3월의 333곳 보다 68.7%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울 시내 한 아파트 공사 현장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전문가들은 건설불황 여파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박 연구위원은 "부동산 가격도 회복 하고 금리도 내리면서 물가 상승률 자체가 어느 정도 공사비를 따라갈 만한 정도 수준이 되려면 한 2~3년 정도 걸릴 것"이라며 "따라서 수주 침체가 올해는 좀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습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