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진영논리가 부른 대결정치

14번 거부권 쓴 대통령…마지막까지 짓밟힌 입법권
'강성당원 주권주의' 민주당…'대통령 호위무사' 국힘

입력 : 2024-05-30 오후 6:17:57
[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21대 국회는 '극단적 진영논리'에 의한 대결정치로 '낙제점'을 기록했습니다. 정치는 '갈등 조정'과 '문제 해결'이라는 본연의 기능을 상실했습니다. 법안처리율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고, 주권자 국민은 소외됐습니다. 윤석열정부가 들어서면서 극우 이념 편향성이 강화됐고, 민주당 역시 이른바 '개딸(개혁의딸)'로 불리는 강성지지자에 사로잡히며 이재명 대표의 '일극체제' 논란을 키웠습니다. '나와 다르면 적'으로 돌리는 행태가 한국 정치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 (사진=연합뉴스)
 
문제는 이념 갈등…"전체 75.4%"
 
30일 본지가 국무조정실이 단국대학교 분쟁해결연구센터에 발주한 '사회적 갈등으로 인한 경제적 비용분석' 연구용역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유형별로는 '이념 대립'에 따른 비용이 압도적으로 컸습니다. 전체 조사기간(1990~2022년)에 발생한 갈등비용(2628조원) 중 '이념갈등으로 인한 비용'(1981조원)은 전체의 75.4%를 차지했는데요. 이념 갈등이 결국 정치로 수렴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치는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한 셈입니다.
 
오히려 정치는 갈등을 부추겼습니다.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은 국내 최대 보수단체인 '한국자유총연맹'의 창립행사에 참석하며 '매카시즘'(1950년대 미국에서 일어난 반공주의 열풍)적 발언을 서슴지 않았는데요.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왜곡된 역사의식과 무책임한 국가관을 가진 반국가 세력은 북한 공산집단에 대한 유엔안보리 제재를 풀어달라 읍소하고, 유엔사를 해체하는 종전선언을 노래 부르고 다닌다"고 말하며 '불통 국정'의 신호탄을 쐈습니다.
 
민주당 주도의 개혁 법안은 번번이 재의요구권(거부권)에 막혀 폐기됐고, 인사 참사는 거듭됐습니다. 윤 대통령은 '채상병 특검법'(채상병 순직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까지 국회로 돌려보내며 민심에 정면 역행했는데요. 21대 국회 마지막 날엔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 등 무려 4건의 법안을 거부하며, 거부권 행사 기록을 다시 경신했습니다. 총선 참패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은 '단일대오'를 이뤄 대통령을 지켜냈습니다.
 
'극단정치 양 수장'…윤석열·이재명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4·10 총선 과정에서 '비명횡사'(비명계 공천 탈락을 빗댄 말) 논란을 자초했습니다. 이 대표는 총선 정국에 비명계 의원을 공격하는 강성 팬덤을 통제하지 않고, 오히려 이들의 영향력을 키우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강성 당원 목소리가 커질수록 그의 당내 기반은 강화돼 왔습니다. 결국 정권심판론에 힘입은 총선 압승 이후, 민주당은 친명 일색으로 재편됐습니다.
 
'명심'(이 대표의 의중)을 업은 박찬대 원내대표의 '단독추대'는 민주당의 단면을 고스란히 보여준 대목이었습니다. 국회의장 경선에선 각 후보가 '명심'을 강조하며 "명심을 명심하라"는 말까지 나왔는데요. 이 대표가 국회의장 경선에까지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당 안팎에선 당내 민주주의가 실종했다는 비판이 분출했습니다.
 
그러나 민주당은 아랑곳하지 않고 행보를 이어 나가고 있습니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당원 주권주의'도 맥을 같이 하는데요. 민주당은 지난 29일 국회의장 후보 선거를 비롯한 원내 선거에 당원 표심을 반영하기로 했습니다. 국회의장 후보 선거에서 강성 지지층이 밀었던 추미애 당선자가 탈락한 뒤, 탈당 행렬이 이어지자 내놓은 대책입니다. 이를 두고 "개딸 논란의 진짜 문제는 개딸이 아니라, 그들에게 편승하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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