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26일 국회 앞에서 기후위기비상행동 회원들이 2024 기후정치 선언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이른바 '기후 유권자'가 전체 국민의 30%를 웃돌지만, 윤석열정부의 기후위기 정책은 퇴행을 넘어 역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민 3명 중 1명가량이 기후위기 이슈에 관심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기후위기 대책은 되레 역주행하고 있는 건데요. 당장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석유·가스 탐사 작업인 일명 '대왕고래' 프로젝트 역시 기후위기 역행의 대표적 정책으로 꼽힙니다.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추산한 최대 140억배럴의 석유·가스 탐사자원량을 온실가스 배출량으로 환산하면 약 48억톤(t)에 달한다고 주장합니다. 뿐만 아니라 원전 산업 강화와 기업 규제 완화를 앞세운 정책 기조가 '탄소중립'이란 세계적인 흐름을 무시한 채 역행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거대한 흐름 '기후위기'…거꾸로 가는 정부
녹색전환연구소·더가능연구소·로컬에너지랩 등으로 이뤄진 '기후정치바람'이 22대 총선 전인 지난 1월22일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2023년 12월1~27일 조사17개 광역시·도 1000명씩 1만7000명 대상)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33.5%가 기후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답했습니다. 이들은 기후위기에 대한 개인 경험이 있고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행동에 참여하려는 성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응답자의 62.5%가 "기후대응 공약이 마음에 드는 후보에 대해서는 정치적 견해가 달라도 투표를 고민하겠다"고 답했다는 점입니다. "기후 공약에 상관없이 평소 지지하던 정당 후보에 투표하겠다"는 응답은 절반보다 적은 24.6%에 그쳤습니다.
이와 같은 결과는 기후위기 의제를 중심으로 한 표를 던지겠다는 유권자들이 많아졌음을 의미합니다. 이에 따라 기존에 정치·경제 분야에 비해 소홀하게 다뤄졌던 환경 분야 정책·입법의 중요성도 22대 국회 들어 훨씬 커졌습니다.
하지만 기후위기 극복이 국민적·시대적 요구인 상황에서 윤석열정부의 대응은 오히려 퇴행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우선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연도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하며 2030년까지 감축해야 할 총량의 75%를 다음 정부로 넘겼습니다. 정부 임기 기간인 2027년까지 매년 1.9% 감축하고 2028년 이후에 연평균 9.3% 감축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이번 정부에서는 실질적으로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월22일 경남 창원 경남도청에서 '다시 뛰는 원전산업, 활력 넘치는 창원·경남' 주제로 열린 열네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재생에너지 축소·재활용 규제 완화…세계 흐름에 역행
정부의 재생에너지 정책도 역주행하고 있습니다. 재생에너지 확대가 탄소중립 실현에 있어서 에너지 정책의 기본 방향이어야 하지만, 정부는 재생에너지는 한국의 실정에 맞지 않는다고 일관하며 원전 확대에 가속 페달을 밟고 있습니다.
2021년 국내 태양광 발전설비 신규 설치량은 4.2GW였는데, 2022년 3.0GW로 줄었고 지난해는 2.5GW에 그쳤습니다. 100kWh 이하 소형태양광 우대 제도도 폐지됐습니다. 여기에 재생에너지 지원 예산은 해마다 감소해 2022년 1조3000억원 규모에서 지난해 1조원, 올해 6000억원 규모로 2년 만에 반토막이 났습니다.
이 과정에서 대형 원전은 더 확대되고 있는 양상입니다. 2030년 원전(31.8%)과 화석연료인 액화천연가스(LNG·25.1%) 발전 비중보다 2030년 재생에너지 비중은 21.6%로 낮아졌습니다.
한국의 재생에너지 정책이 후퇴하는 사이 세계는 목표를 더욱 높이며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독일은 2045년 탄소중립 목표를 수립했고, 2030년 전력 중 재생에너지 목표를 80%로 설정했습니다. 영국은 70%이고, 일본은 38%입니다. 한국은 문재인정부 시절 2030년 재생에너지 설비의 목표치가 전체 전력생산 설비 중 30.2%를 차지하도록 잡았는데, 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21.6%로 내려갔습니다.
또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중요한 부분이 자원을 재사용, 재활용하는 순환 경제 시스템을 갖추는 것인데, 이마저도 후퇴하고 있습니다. 여러 나라에서 순환 경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상징적인 조치로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사용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것과 달리 정부는 시행을 유예하거나 백지화하며 세계 흐름에 역행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