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서울교통공사가 다음달부터 직원을 전수조사해 혈액암의 위험 요인을 분석합니다. 조사 대상은 전동차 도장작업, 배수 펌프실 점검 등 유해 요인에 노출된 경험이 있는 직원입니다. 누적 8명의 직원이 혈액암에 걸림에 따라 취하는 조치입니다.
공사는 다음달부터 혈액암과 관련해 오는 7월부터 전수조사를 실시합니다. 작업할 때 악영향을 끼치는 유해 요인을 전면 제거하는 작업환경 개선 등을 추진합니다.
공사에서는 현재까지 8명의 혈액암 환자가 발생했습니다. 이 중 4명은 산업재해 인정을 받았습니다. 또 현재 추가로 1명이 산재 신청을 진행하는 중입니다. 산재를 인정받거나 신청을 진행하고 있는 5명을 부문별로 보면 차량 분야 3명, 기계 분야 2명입니다.
공사는 차량기지 내 도장작업과 지하철역 배수펌프실 점검 과정에서 직원이 위험에 노출됐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직원들은 전동차 외관(차체) 및 하부의 대차, 회전모터 등의 부식 방지를 위해 3년 단위로 도장작업을 해왔습니다. 과거에는 벤젠 성분이 포함된 시너를 유성페인트와 함께 사용해 도색 및 건조 작업 과정에서 흡입 위험에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또 배수펌프실에는 라돈이 다량 함유된 집수정이 있는데, 직원이 집수정 배수펌프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흡입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하철은 대부분 지하 암반 구간에 건설돼 라돈이 지하수를 통해 방출됩니다.
공사는 이달부터 작업환경과 혈액암 발병 간 정확한 인과관계를 분석,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작업에 본격 착수했습니다. 직업환경분야 전문의, 노동전문변호사, 보건학 교수 등 6명의 전문가로 이뤄진 조사위원회를 꾸렸습니다.
조사위원회는 다음달부터 오는 2025년 1월까지 전동차 도장작업, 배수 펌프실 점검과 같은 유해 요인에 노출된 적 있는 직원 816명을 대상으로 정밀 조사를 실시할 예정입니다.
816명은 다시 전동차 도장작업 부문과 배수펌프설 점검 부문으로 나뉩니다. 도장작업 분야 529명 중 현직은 509명, 퇴직자 20명입니다. 배수펌프실 점검 287명의 경우 현직 248명, 퇴직자 39명입니다.
조사 범위는 작업환경, 작업자 유해 요인 노출입니다. 작업환경 조사에서는 환경 오염 물질, 노출 경로 등 해당 공정의 작업환경을 확인합니다. 작업자 유해 요인 노출 조사는 작업자 집단 면담을 통해 유해 요인 노출 가능성과 강도를 분석합니다. 작업자 집단의 건강 수준을 평가해 유해 요인이 발병에 미치는 수준을 분석하는 내용을 포함합니다.
조사위원회는 발병 인과관계 분석과 작업환경 위험 요인이 확정되면 2025년 2월부터 4월까지 3개월 동안 유해 요인 제거 와 노출 최소화를 위한 개선 방안을 수립해 공사에 제시합니다.
한편, 공사는 혈액암으로 인한 산업재해가 승인된 지난 2019년부터 유해 물질인 벤젠 성분이 포함된 시너의 사용을 전면 중단하고 폐기한 바 있습니다. 2022년부터는 벤젠계 희석제 사용이 불필요한 전동차용 친환경 수성페인트를 개발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페인트를 건조할 때 발생하는 유해 물질 차단을 위해 친환경 도장 설비를 3개 차량기지(군자·신정·지축)에 구축했습니다. 2025년 6월까지 2개 기지에도 추가 도입할 계획입니다. 세척할 때 생기는 유증기 비산 방지를 위한 환기설비도 5개 차량기지 18곳에 추가 설치합니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67억원을 투입해 검수고 대기실, 주공장 작업장 등 차량사업소 내 96곳의 작업환경을 개선한 바 있습니다.
또 배수펌프실 점검 환경 개선을 위해 2017년 8월 56개역 배수펌프실에 국소배기장치를 설치했습니다.
백호 공사 사장은 "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유해 요인 노출 직원의 건강 검진과 발병 직원 지원 등 보호 방안을 적극 마련하겠다"면서 "앞으로 작업장 유해 물질 노출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고, 추가 작업환경 개선도 추진함으로써 직원이 안전한 작업환경에서 보수와 점검이 이뤄지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