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보험사와 카드사·저축은행 등 2금융권도 수년전부터 탄소중립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양과 질적인 측면에서 지지부진한 모습입니다. 보험사는 탈석탄 신규 투자 금지를 천명했지만 기존 보유한 화석연료 관련 보험 자산 처리 계획은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카드사와 저축은행은 각각 제로 플라스틱과 페이퍼리스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곳은 사실상 전무합니다.
보험사 석탄금융 비중 '금융권 최고'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022년 6월 말 기준 대출·채권·주식 투자를 통한 국내 민간 금융기관의 석탄 금융 잔액은 56조5000억원입니다. 전년 대비 5조9000억원으로 약 1% 가량 감소했습니다. 금융기관들의 탈석탄 선언 추세를 고려하면 유의미하게 감소했다고 보기에는 민망한 수치입니다.
전체 잔액 중 민간 금융의 석탄 금융 규모는 20조8000억원입니다. 눈여겨볼 사항은 금융기관별 석탄 자산 비중입니다. 금융기관의 전체 운용 자산액 대비 석탄 자산의 비중이 큰 곳은 보험사입니다.
2022년 6월 기준으로 5대 시중은행(하나·NH농협·우리·신한·국민은행 순)의 석탄 자산의 비중은 총 자산 대비 평균 0.6%였습니다. 이 기간 화석연료 투자 총액 상위 5개 생명보험사(흥국·DGB·ABL·동양생명·신한라이프 순)의 평균은 3.98%, 손해보험사(롯데·DB·현대해상·코리안리·삼성화재)는 3.86%를 기록했습니다.
원래 금융업권별 총 자산은 시중은행(평균 441조원)이 10개 보험사(평균 37조원)으로 12배가량 많습니다. 그러나 화석 연료 투자액은 보험사가 평균 1조2422억원, 시중은행이 평균 2조6000억원으로 차이는 2배가 채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자산대비 투자 비율로만 보면 보험사가 시중은행보다 65%가량 높습니다.
보험사들은 2021년 금융업권 최초로 공동으로 ESG 경영 선포식 갖고 온실가스 감축·저탄소경제 전환을 위한 노력에 동참할 것을 선언했습니다. 이후 보험사들은 탈석탄 선언을 이어갔습니다.
삼성생명, 교보생명, 한화생명, 신한라이프, 흥국생명, DGB생명 등 주요 생보사들은 물론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등 대형 손보사들도 국내·외 석탄발전소 건설을 위한 신규 투자와 채권에 투자하지 않겠다는 방향을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기존 보유 자산에 대한 감축 계획은 사실상 전무합니다. 신한라이프만이 화석연료 자산 익스포저를 줄이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습니다. 석탄 관련 익스포저는 2030년, 석유·LNG 익스포져는 2040년까지 만기 상환·매각으로 감축하고 금융·IT·유통업으로 익스포저를 전환하는 내용입니다.
신한라이프의 ESG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석탄·석유·LNG 투자 잔액은 9898억원으로 전년 대비 11.38% 줄었습니다. 친환경 사업으로 분류되는 일본 태양광발전소 PF투자에 300억원, 폐플라스틱 재활용 수거 및 선별 관련 업체 지분투자에 90억원, 재생에너지 사업 법인 지분투자에 10억원을 투자했습니다.
총 자산 대비 석탄 금융 잔액이 가장 큰 금융기관은 보험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충남 태안군 석탄가스화복합화력발전소 일대. (사진=뉴시스)
재활용 소재·페이퍼리스 지지부진
카드사들의 경우 1년 이상 이용실적이 없는 휴면카드를 재사용하는 마케팅에 힘을 실고 있습니다. 실물카드 1장당 5g의 플라스틱이 필요한데 휴면카드를 다시 쓰면 신규 카드 발급을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휴면카드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여신금융협회 따르면 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하나·우리·BC카드 등 전업카드사 8곳의 휴면카드는 올해 1분기 1443만장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모바일 QR결제 시스템 등 실물카드 결제를 대체할 수단이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실물카드 발급도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업카드사와 은행에서 발급한 신용카드는 1억2980만장으로 전년 대비 4.5% 증가했습니다. 체크카드는 1억446만매로 0.7% 감소했지만 최근 이용 금액이 감소한 것을 고려하면 사용 대비 발급 수가 많습니다.
실물카드 발급이 불가피하자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한 카드 플레이트를 발급하는 카드사도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신한카드는 친환경 소재(R-PVC)로 만든 카드 플레이트를 지난해 125만장(5.8%) 발급했는데, 2040년까지 모든 카드를 이 소재로 만들 예정입니다.
KB국민카드도 일부 카드는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하고 소각 폐기 시 유해 물질이 발생하는 않는 친환경 자재로 만들고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 버려진 카드는 친환경 보드게임 제작에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삼성카드도 폐플라스택 소재를 활용한 기프트카드를 출시하기도 했지만 전사적으로 확대하지는 않는 모습이며 하나카드도 특정 기업과 손잡고 일부 카드만 친환경 소재를 활용했습니다.
저축은행업권의 경우 ESG경영 일환으로 친환경 경영·녹색금융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SBI저축은행은 종이 대신 태블릿 등으로 업무를 보는 페이퍼리스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꼬, OK저축은행은 2030년까지 모든 업무용 차량을 전기차·수소차 등 친환경 차량으로 100% 전환할 계획을 밝혔습니다. 애큐온저축은행은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에너지를 공급한 사실을 증명한 국제 재생에너지인증서(I-REC)를 획득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중소형사를 제외하고 자본력을 갖춘 그룹 계열이거나 대형 저축은행 위주로 녹색금융 경영을 주도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일부 카드사들은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재활용 소재로 카드를 만들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식당에 설치된 카드단말기에서 카드 결제가 이뤄지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