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하경방)실종된 기후위기 대책…한국 사회 나침반 '빈칸'

국토재창조 프로젝트 이면에 '그린벨트 해제'
'큰 그림' 안 보이는 하경방…위기 대처 '역부족'

입력 : 2024-07-03 오후 5:36:36
[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3일 정부는 기존에 발표하던 '하반기 경제정책방향(하경방)'에 더해 이례적으로 남은 3년 임기 동안의 정책 방향을 제시한 '역동경제 로드맵'까지 발표했는데요. 장기 대응책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정작 '지속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빠져 있습니다. 특히 가장 시급한 현안인 기후 위기에 대한 대책은 전무했습니다. 그나마 매년 경제정책의 일환으로 언급되던 기후변화 대책이 아예 실종됐다는 지적마저 나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및 역동경제 로드맵 발표' 행사에서 마무리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환경 정책 실종…환경부 '패싱론'도
 
정부가 이날 발표한 '2024년 하경방'을 살펴보면 주요 정책과제를 제출한 부처 명단에 환경부는 빠져 있습니다. 당장 '환경부 패싱'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는데요. 
 
기후변화 과제는 매년 발표하는 경제정책방향에 포함됐습니다. 지난해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3년 하경방의 경우 기후·에너지 위기 대응에 집중하는 에너지 사용 효율화부터 원전 생태계를 복원하는 내용 등이 담겨 있습니다. 
 
이번 하경방에는 친환경차 지원 정도만 포함돼 환경정책은 실종 그 자체라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전기 화물차 구매 시 업계 할인 폭만큼 추가 보조금을 지원하고, 올해 말 종료 예정이던 친환경차(하이브리드차·전기차·수소차) 개별소비세 감면 특례 적용기한을 2026년까지 2년 연장하는 게 전부입니다. 
 
국토 개발에 밀린 '환경 보전'
 
이뿐만이 아닙니다. 이번 정부 들어 '환경 보전'과 '국토 개발' 등 가치가 충돌하는 사안에 대해 협업을 하겠다는 취지로 '환경-국토 정책협의회'를 발족했는데요. '보전'에 방점을 둬야 할 환경부가 개발 논리에 밀려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날 발표한 '역동경제 로드맵'을 살펴보면 1대 과제인 '혁신 생태계 강화' 중 두 번째 과제인 생산요소 활용도 제고에는 '국토재창조 프로젝트'가 포함돼 있습니다. 난개발 방지 등 국토보전 목적으로 도입된 농·산지 등 토지 이용규제가 수도권 집중화에 따른 지역 소멸 위기 상황에서 지역경제 활성화를 저해한다는 진단인데요. 국토의 62.7%를 차지하는 산지는 관광휴양시설 등 지역경제를 위한 활용 가능성이 높으나 각종 규제로 인해 산지 이용 및 관련산업 발전이 저조한 상황이라는 설명입니다.
 
이에 대해 안숙희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국토재창조 프로젝트는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경제성장을 위해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등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인데, 이(그린벨트 등) 때문에 지역경제 활성화가 안 된다고 하면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성장에 방점'지속가능성' 빠진 정부정책
 
국제연합(UN)이 2015년 17개의 지속가능발전목표를 제시하면서 처음으로 등장한 '지속가능성'은 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개념으로 떠올랐는데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에서 그린뉴딜, 저탄소 정책까지 모든 환경이슈에서 핵심으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때문에 장기 정책방향인 역동경제 로드맵까지 발표했지만 정부 정책에 정작 '나침반'이 없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윤석열 정부 들어 기후위기 해결과 생태 위기 타계는 뒷전이고 오로지 성장과 경쟁력 강화라는 명목으로 온갖 규제를 완화한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됐습니다. 무분별한 개발 사업만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건데요.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민생의 근본적인 개선을 위해서는 국민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이 필수적으로 전제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여전히 '성장'에 방점이 찍혀 있는 셈입니다. 
 
이에 대해 안숙희 활동가는 "경제 때문에 모든 것이 후순위로 밀릴 순 없다"며 "환경은 경제와 더불어 보존돼야 할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부처별 사업을 살펴봐도 사실 대단히 새로운 사업은 보이지 않고 기존 사업에서 몇 가지 추가로 제출한 것 같다"며 "하물며 해양수산부는 김 양식장을 더 만들겠다는 상황이라 아주 근본적인 로드맵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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