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빚 상환 유예 "다음 정부로 폭탄돌리기"

대출 5년 더 연장…사실상 손 뗀 현 정부
"경기 순환 대책 등 근본적인 문제 해결 부재"

입력 : 2024-07-05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정부가 폐업 위기에 놓인 소상공인의 채무 상환을 유예하는 정책을 내놨습니다. 그간 수차례 상환 유예에도 불구하고 연체율은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는데요. 빚 상환을 유예하는 것만으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다음 정부로 부담을 넘기는 이른바 '폭탄 돌리기'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상환 유·금리 인하에도 연체율↑
 
4일 금융권에 따르면 내달부터 경영애로를 겪고 있는 소상공인의 정책자금 상환연장 대상은 업력과 대출 잔액에 상관없이 확대되고 연장기간도 최대 5년까지 늘어납니다. 연장 시 적용되는 금리도 기존에는 정책자금 기준금리에 0.6%포인트를 더했다면, 내달부터는 기존 이용금리에 0.2%포인트만 더해서 계삽합니다.
 
또 지역신용보증재단의 보증부 대출을 이용하는 소상공인이 상환기간을 최대 5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5조원 규모의 전환보증이 신설됩니다. 은행·비은행권의 고금리 대출(7% 이상)을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저금리 대출(4.5% 고정금리·10년 분할상환)로 전환하는 프로그램의 요건도 완화됩니다.
 
정부는 지난 3일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발표한 '소상공인·자영업자 종합대책'을 통해 '금융지원 3종 세트'에 14조원을 추가 투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코로나19가 심각했던 2020~2022년 대출이 증가하면서 상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들을 위한 지원 방안입니다.
 
2019년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686조원에서 2022년 1020조원으로 48.7% 늘었고 이 기간 대출차주도 191만명에서 307만명으로 60.7% 증가했습니다.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권 사업자대출 연체액(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은 10조8000억원으로 2009년 통계가 작성된 이래 가장 큰 규모를 기록했습니다. 대출 잔액과 대출 차주가 크게 늘어나면서 취약 차주를 중심으로 연체율이 빠르게 늘었습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최근 고금리 지속 등으로 올해 1분기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1.5%로 최근 3년간 3배가 올랐습니다. 특히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대출한 다중 채무자이면서 저신용·저소득 취약 차주의 대출 연체율은 10.2%까지 치솟았습니다.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올해 1분기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1.5%로 최근 3년간 3배가 올랐다. 사진은 3일 오후 서울의 한 전통시장. (사진=뉴시스)
 
재기 가능자 선별해야
 
그러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대한 정부의 채무조정 방식은 폭탄 돌리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여러 번 나온 상황입니다. 코로나19 이후 수년째 정부의 대출 지원 등이 반복되고 있고, 이마저도 초기 영세 소상공인 57만여명에게 선지급됐던 8000억원 규모의 재난지원금은 환수가 면제됐습니다.
 
신용보증기금·서민금융진흥원 등 공공기관이 상황이 어려운 차주의 빚을 대신 갚아주는 대위변제액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신용보증기금이 올해 편성한 대위변제액은 2조9467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41.9% 늘었습니다. 서민금융진흥원은 대위변제에 1조1159억원을 편성했고 이 또한 지난해 보다 64.2% 증가했습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2금융권 고금리 상품을 저금리 상품으로 대환 할 수 있도록 상생금융안 마련을 주문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출 잔액은 물론 연체율이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빚을 당장 갚지 않아도 계속해서 정부의 지원 대책으로 연명하는 도덕적 해이, 대출을 성실히 변제하고 있는 소상공인에게는 역차별을 불러온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정부는 엔데믹 이후 일률적으로 상환을 유예하거나 만기를 연장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지만, 소상공인의 실질적인 어려움을 해소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3일 소상공인·자영업자 종합대책 발표 당시 "업종을 전환할 정도는 아니지만 비용 부담이 큰 자영업자에 대해선 금융비용 완화, 업종 전환이나 폐업 후 취업하려는 경우에도 재창업이나 취업 지원 서비스를 연계하려고 한다"며 "모럴 해저드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디자인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근본적인 해결 대책은 부재하다는 지적입니다. 사업장 평가를 통해 재기 의지가 있는 곳을 선별해서 지원하는 등 경기 순환 대책도 병행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구조적 해법과 재원 방안 없이 기존 대책들을 끌어모은 빛 좋은 개살구"라며 "위기 상황에서도 연매출 5000만원 미만의 소상공인 비중이 증가하고 있는 반면 1억~10억원 미만의 업체들은 줄어들고 있어 이들의 매출을 끌어올릴 수 있는 경기 순환 대책이 절실하다"고 밝혔습니다.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권 사업자대출 연체액은 10조8000억원으로 2009년 통계가 작성된 이래 가장 큰 규모를 기록했다. 사진은 1일 서울 중구 명동 시내의 한 가게 앞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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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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