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국민의힘 당권 주자 3인방이 '극우 껴안기'에 나섰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을 따라 극단 보수단체 행사에 참여한 건데요. '중도 외연 확장' 대신 '윤심(윤 대통령 의중)'과 '반공'을 꺼내든 셈입니다. 국민의힘은 지난 총선에서 '영남 자민련(자유민주연합)'이란 평가를 받으며 참패했습니다. 당대표 후보들이 여전히 대중의 정서와 거리가 먼 '이념전쟁'을 좇으면서, 국민의힘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습니다.
나경원(오른쪽부터), 원희룡,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4일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자유총연맹 창립 제7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있다. (사진=뉴시스)
8년 새 수도권 의석수…'35→16→19석'
한동훈·원희룡·나경원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는 4일 '한국자유총연맹' 창립 70주년 기념식에 나란히 참석했습니다. 한국자유총연맹은 국내 최대 보수단체로, 과거 반공주의 운동 과정에서 창립된 단체입니다. 수십억 원의 국가보조금을 받으면서도 박근혜정부 당시 총선 동원, 탄핵 반대 집회 동원 의혹 등으로 '정치적 중립 위반' 논란에 휘말린 적도 있습니다.
이는 지난 4·10 총선 결과와 배치되는 행보입니다. 국민의힘은 수도권·중도층·청년 민심과 멀어지며 보수정당 사상 초유의 '총선 3연패' 기록을 남겼는데요. 앞서 국민의힘(당시 새누리당)은 20대 총선에서 수도권(서울·인천·경기) 122석 중 35석을 얻었는데, 21대에선 16석만 확보해 이미 당세가 쪼그라든 상태였습니다.
22대 총선에서도 국민의힘 수도권 의석수는 고작 3석 늘어난 19석이었습니다. 최대 승부처에서 4년 전과 같은 상황이 연출된 겁니다. 반면 민주당은 102석을 챙겼는데요. 수도권에서만 80석 넘는 의석 차가 생긴 겁니다.
영남 편중 현상은 더 심해졌습니다. 국민의힘 22대 지역구 당선자 90명 중 영남권 당선자는 59명(65.6%)으로 3분의 2 수준입니다. 민주당이 지역구 당선자 161명 중 수도권에 102명(63.4%)이 몰린 것과 정반대입니다.
국민의힘이 '수포당'(수도권을 포기한 정당)이나, 과거 충청권에 기반했던 자유민주연합에 빗대 '영남 자민련'이라 불리는 이유입니다. 이를 두고 보수정치가 근원적 위기에 봉착했다는 진단이 나오는데요. 지난해 12월 김기현 전 대표가 물러나고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취임한 뒤에도 지도부의 쇄신 움직임은 강하지 않았습니다. 전·현직 국회의원, 당협위원장을 공천하는 등 '현역 불패' 흐름을 이어갔고, 수도권 민심을 잡기 위한 정책·공약도 미흡했습니다.
3번 참패에도…변화 거부한 국민의힘
윤 대통령이 지난해 '한국자유총연맹' 창립행사에 참석해 '매카시즘'(1950년대 미국에서 일어난 반공주의 열풍)적 발언을 서슴지 않았는데요. 반공주의를 앞세운 '이념 정치'의 신호탄이었습니다. 이후 윤석열 대통령이 앞장서 이념전쟁을 부추기면, 여당 대표가 발맞춰 '운동권 세력'을 강조하며 색깔론을 띄웠습니다.
단적인 사례가 육사의 '흉상 철거' 시도였습니다. 독립운동을 했어도 좌파 경력이 있으면 배제한다는 논리였습니다. 당정은 백선엽 장군의 친일 행적 지우기, 이승만 전 대통령 기념관 건립 지원도 밀어붙였습니다. 이런 흐름은 지난 총선에서도 이어졌습니다.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은 22대 총선을 '종북세력'과의 대결로 규정했고, 인요한 당시 국민의미래 선거대책위원장도 '이념전쟁'을 선언했습니다.
'반국가·공산·종북세력 척결'이라는 외침을 중도층은 거북하게 받아들였습니다. 결국 헌정사상 처음 진보계열 정당이 총선에서 연거푸 과반 의석을 얻는 결과였습니다.
이날 공표된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 여론조사(7월1~2일 조사·무선 ARS 방식·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결과에 따르면, 중도층의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38.6%, 국민의힘 26.2%, 조국혁신당 16.1% 순이었습니다. 민심의 바로미터에서 국민의힘이 민주당보다 12.4%포인트 낮게 나타난 겁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