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스포츠 무료시청 제공 사업자에 중계권 줘"

한국서 보편적시청권 보장 의무 없는 OTT
프로야구·축구 유료화 수순…2년 후 월드컵도 유료방송서 주도
Free-To-Air 사업자에 중계권 주는 유럽
모든 국민 정보 접근성 우선해 법개정 필요 목소리

입력 : 2024-07-11 오후 4:12:57
 
[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간 스포츠 중계권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보편적시청권이 논쟁의 중심에 섰습니다. 국민 대다수의 관심도가 높은 스포츠는 무료 시청을 제공하는 사업자에게 우선적으로 방송할 권리를 주는 유럽연합(EU)·영국과 달리 한국은 국민적 관심 행사를 보다 제한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마저도 가구수에 따라 그룹을 나누고 있죠. 대중이 즐기는 스포츠에 대한 보편적 접근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고민수 강릉원주대 법학과 교수는 11일 한국방송협회 주최로 열린 'OTT시대의 스포츠 중계와 보편적 시청권' 세미나에서 "방송서비스는 국민의 정보의 자유를 실현하는 중요한 수단"이라며 "문화적·역사적으로 온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스포츠에 대해 보편적시청권이 적용돼야 할 바텀라인으로 설정하고, 이에 대해서는 국민 누구나 무료로 시청할 수 있도록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고민수 강릉원주대 법학과 교수가 11일 보편적시청권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방송법 제76조는 국민적 관심이 큰 체육경기대회 등 주요 행사에 대한 중계방송권을 다른 방송사업자에게 공정하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하도록 규정, 보편적시청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국민적 관심행사를 시청 가구 수에 따라 두가지 그룹으로 분류하고 있는데요. 동·하계올림픽과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은 국민 전체 가구수의 90% 이상이 시청 가능한 방송수단을 확보하도록, 동·하계 아시아경기대회, 야구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성인남자 국가대표팀이 출전하는 아시아축구연맹(AFC)과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경기, AFC와 EAFF가 주관하는 성인남자 국가대표팀 평가전 등은 국민 전체 가구 수의 75% 이상이 시청 가능하게 해야 합니다. 
 
대중적 관심을 끌고 있지만 방송법 보편적시청권 분류에 포함되지 않은 한국야구위원회(KBO) 리그 프로야구나 한국프로축구는 유료화 수순을 밟고 있습니다. 티빙과 쿠팡플레이가 독점 중계권을 확보하면서 프로야구 중계를 보기 위해서는 OTT 티빙의 최소 요금제 월 5500원을 내야하고, 한국프로축구 중계를 보기 위해서는 쿠팡플레이 구독료 7890원을 내야 합니다. 특히 국내에서 OTT를 규제하는 법안은 없는 상황으로, 이들은 보편적시청권 보장에 대한 의무도 지니고 있지 않습니다. 2026년 밀라노 동계올림픽, 2028년 LA올림픽, 2032년 브리즈번 하계올림픽 등은 중계권을 JTBC가 확보하고 있는데, 유료방송 미가입자는 볼 수 있을지 아직 미지수입니다.    
 
티빙 야구 중계화면. (사진=티빙 앱)
 
한국의 보편적 시청권은 대중적 접근성을 중시한 EU·영국과 대비됩니다. 유럽은 주요한 스포츠 이벤트중계와 관련해서는 FTA(Free-To-Air) 사업자에게 우선권을 주고 있습니다. FTA는 가입비 없이 방송 수신이 가능한 사업자들을 일컫습니다. 월 구독료와 같은 추가적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디바이스만 있으면 무료로 시청할 수 있다면 FTA에 묶일 수 있죠. EU는 시청각미디어 서비스 지침(AVMSD)을 통해 전통적인 방송사업자와 실시간·비실시간 OTT를 동일하게 규제하고 있습니다. OTT가 대중적 스포츠를 중계하려면 AVMSD를 적용, FTA 기능을 수행해야만 하는 것이죠. 영국에서는 공영방송인 BBC뿐 아니라 영국 최대 민영방송인 ITV, 채널4, 채널5 등이 FTA 기능을 수행한다면 이들에게 주요한 스포츠 이벤트를 중계할 권리를 제공합니다. 
 
고민수 교수는 보편적 시청권 법개정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스포츠 종류 제한이 있고, 유로방송 서비스 제공자가 방송권을 독점적으로 확보할 경우 경제적 여건이 좋지 않은 시청자는 중요 정보에 접근할 기회가 박탈될 수 있다"며 "모든 국민이 정보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도록 보편적 접근과 문화적 중요성, 공공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공공서비스 방송의 원칙을 담아 법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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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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