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삼성전자(005930), 인텔과 손을 잡으며 반(反)엔비디아 동맹 전선 구축에 발을 딛는가 싶던 네이버(
NAVER(035420))가 최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립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지난달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위치한 엔비디아 본사에서 젠슨 황 CEO를 만나, 소버린(Sovereign·주권) AI 문제를 논의했습니다.
네이버는 “양사는 일찍부터 소버린 AI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대표적인 기업으로, 이번 미팅은 국가별 AI 모델 구축을 위한 하드웨어 인프라를 제공하는 엔비디아와 초거대 AI 모델을 ‘토대부터(From Scratch)’ 개발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보유한 네이버 AI 기술력과의 시너지를 모색하기 위해 이뤄졌다”고 설명했습니다.
양사의 만남을 두고 시장 안팎에선 네이버가 반 엔비디아 연합 구축에서 빠져나오고 있다는 움직임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올 상반기까지만 하더라도 네이버는 삼성전자와는 AI 추론용 칩 ‘마하1’을 개발을 언급했고, 자사 대규모언어모델(LLM) 개발 및 테스트에는 인텔의 AI칩 가우디2를 활용하며 반 엔비디아로 뭉친 이들과 긴밀히 협업하는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마하1 개발의 경우 삼성전자가 칩 디자인과 생산을, 네이버가 핵심 SW 설계를 맡았습니다. 가우디2와 관련해선 지난 4월 인텔 국내 기자간담회에서도 이야기가 나왔는데요. 당시 온라인으로 참석한 이동수 네이버클라우드 박사는 “가우디2가 들어가는 서버를 도입한다”면서 “인텔이 데이터센터 운영 경험이 있어 데이터센터 구동 관점에서 차별화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협력하게 됐다”고 인텔과 손잡은 배경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 세종' 내부 서버실. (사진=네이버)
하지만 네이버의 주요 경영진이 젠슨 황 CEO를 만나면서 분위기는 달라졌습니다.
네이버는 두 대표와 젠슨 황 CEO가 소버린 AI 논의를 위해 만났다고 설명했지만, 생성형 AI에 지속적인 투자하고 있는 네이버와 AI칩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엔비디아가 만난 건, 서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네이버는 생성형 AI인 ‘하이퍼클로바’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며 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습니다. 네이버뿐만 아니라 글로벌 유수의 빅테크 기업들은 생성형 AI가 사람처럼 사고하고 판단하는 사람의 뇌와 가까워지도록 고도화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는 상황인데요.
향후 지능형 AI가 출현했을 때 이를 실질적으로 디바이스 등에 접목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 위해 필수적으로 뒷받침돼야 하는 것이 AI칩입니다. 때문에 네이버 역시 하이퍼클로바를 위한 전략적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됩니다. 엔비디아가 올 연말 출시 예정인 차세대 AI칩 B100 칩은 H100보다 연산 속도가 2.5배 빠르다고 합니다.
업계 관계자는 “AI 기술 개발이 지속되고 있고 보다 고차원의 AI 모델을 돌리기 위해서는 최고 성능의 그래픽처리장치(GPU)가 필요하다”면서 “아무리 역량이 높은 AI 모델이 있다 하더라도 이걸 돌릴 수 있는 AI칩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라고 말했습니다.
이해진(왼쪽)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 엔비디아 본사에서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최 대표가 들고 있는 액자 속 그림은 엔비디아 본사 전경. (사진=네이버 사회관계망서비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