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선거 유세 중 울린 8번의 총성이 '대세론'에 쐐기를 박았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후보로 공식 임명될 공화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벌어진 일인데요. 그가 '화려한 대관식'을 앞두고 있는 것과 달리, TV토론에서 한 차례 패배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사면초가에 빠졌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3일 유세 중 총기 피격 이후 성조기 아래에서 주먹을 불끈 치켜든 모습. (사진=뉴시스)
'화려한 대관식' 트럼프, 수락 연설 다시 쓴다
14일(이하 현지시간) <CNN> 등은 지난 13일 유세 도중 뒤에 총상을 입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15~18일까지 열리는 공화당 전당대회 참석을 위해 위스콘신주 밀워키에 입성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공화당 내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총격을 입고 대피했던 만큼 전당대회를 연기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예정대로 전당대회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오는 18일 전당대회 마지막 날 수락연설에 나설 예정이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일정을 바꿔 첫날부터 연단에 올라 직접 부통령 후보를 발표할 것으로 보입니다.
'화려한 대관식'을 치르게 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수락연설의 내용도 완전히 다시 쓰겠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보수성향 매체인 <워싱턴이그재미너>와 가진 인터뷰에서 "솔직히 말해 이젠 완전히 다른 연설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당초 트럼프 전 대통령의 수락연설에는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공세에 초점이 맞춰졌는데, 총격을 계기로 국가 단합을 촉구하는 방향으로 수정할 전망입니다. 사실상 이번 대선의 쐐기를 박는 겁니다.
또 다양한 이벤트에 대한 예측 베팅 사이트인 <폴리마켓>에서는 총격 사건 직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60%에서 70%로 올라섰습니다.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의 가격도 상승했는데, <블룸버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 유세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한 후 비트코인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번 사건으로 트럼프의 대선 승리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고 했습니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은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미국 대선은 트럼프의 승리로 끝난 거라 볼 수 있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총격 이후 퇴장하며 청중을 바라보며 주먹을 쥐어 보인 사진 한 장의 효과가 굉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미국 내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무대에서 내려가며 '싸우자'라고 외친 사진이 '강한 트럼프'라는 이미지를 굳히면서도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 논란과 대비해 중도층의 지지를 끌어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NYT)>도 "대혼란 가운데 순식간에 나온 트럼프의 행동은 미디어를 다루는 그의 본능을 드러냈고 역사가 잊지 못할 이미지를 만들어냈다"고 평가했습니다.
여기에 중도 보수층의 지지를 받고 있는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가 경선 과정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갈라섰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확고한 지지 의사를 보내면서 확장성은 더 넓어졌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각) 백악관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와 관련해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네거티브' 어려워진 바이든…좁아진 '운신의 폭'
반면 바이든 대통령의 셈법은 복잡해졌습니다. 그간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상대로 네거티브 선거전을 펼쳐왔는데, 유세 방향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바이든 캠프의 선거운동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와 '독재적 성향'을 부각하는 데 초점을 맞춰왔는데요.
바이든 캠프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데 중점을 둔 TV 광고와 정치적 선전을 중단했고, 공화당 텃밭인 텍사스주 방문 계획도 취소했습니다. 카밀라 해리스 부통령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핵심 본거지인 플로리다주 팜비치 유세 일정을 미뤘는데, 한동안은 네거티브 선거전은 물론 '보수 텃밭' 공략에도 차질이 생긴 셈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 사건 이후 두 차례의 대국민 담화를 가졌는데 "통합은 가장 이루기 어려운 가치이지만, 지금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원론적 메시지밖에 내놓을 수 없었다며 '운신의 폭'이 좁아진 것이라고 평가합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현재 불리한 상황에 처해있는 바이든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선거 유세는 지역을 찾는 것보다는 차분하고 정리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라면서도 "결국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 쪽으로 분위기가 몰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