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카드사 연회비 수입이 매년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카드사들은 연회비가 상대적으로 낮으면서 혜택이 많은, 이른바 '알짜카드'를 대규모 단종시키고 연회비가 비싼 프리미엄 카드 중심으로 영업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우량 고객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차원이라고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반갑지 않은 소식입니다.
프리미엄 카드 '선택과 집중'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전업 카드사 8곳의 올해 1분기 연회비 수익은 3492억원에 달합니다. 지난해 1분기 3160억원 대비 10.5% 증가했습니다.
연간 연회비 수익 규모는 1조원대를 넘어섰습니다. △2018년 8827억원 △2019년 9893억원 △2020년 1조685억원 △2021년 1조1343억원 △2022년 1조2235억원 △2023년 1조3255억원 등 증가세를 보입니다. 연회비로 톡톡한 재미를 본 카드사들은 연회비가 낮고 혜택이 좋은 알짜카드를 줄이는 대신 프리미엄 카드 전략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하나카드는 올해 초 프리미엄 브랜드 '제이드(JADE)'를 내놨습니다. 브랜드 첫 상품인 ‘제이드 클래식(JADE Classic)’의 연회비는 12만원에 달하지만 출시 후 120일 만에 4만 매를 돌파하며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후 지난 6월 △제이드 프라임(JADE Prime) △제이드 퍼스트(JADE First) △제이드 퍼스트 센텀(JADE First Centum) 3종을 새로 내놨습니다. 해당 카드의 연회비는 각각 30만원, 60만원, 100만원에 달합니다.
현대카드는 지난 5월 프리미엄 카드 '서밋(Summit)'과 ‘엠엑스 블랙 에디션2(MX Black Edition2)를 출시했습니다. 두 카드의 연회비는 20만원입니다. 높은 연회비에도 출시 후 한달간 서밋은 약 2000장, 출시 이후 열흘 만에 엠엑스 블랙 에디션2는 약 500장이나 발급됐습니다.
우리카드는 지난해 11월 연회비 250만원의 '투체어스(Two Chairs)' 카드를 출시했습니다. 우리은행 고액 자산가 특화 서비스로 투체어스 가입자 중 최상위 등급인 블랙·골드 회원만 발급할 수 있습니다. 지난 1월에는 '카드의정석 Dear(디어)' 시리즈를 추가로 내놨습니다. 디어 시리즈는 'Dear Shopper(디어 쇼퍼)'와 'Dear Traveler(디어 트래블러)' 등 2가지입니다. 두 카드의 연회비는 15만원입니다.
카드사들이 프리미엄 카드를 확대하는 이유는 영업성과 건전성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함입니다. 프리미엄 카드 고객은 비교적 매출 규모가 크고 연체율이 낮기 때문입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연회비가 수십만원인 프리미엄 카드는 매출이 상당히 높은 편"이라며 "아울러 높은 연회비를 내는 고객은 연체율도 낮아 카드사 입장에선 프리미엄화를 추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국내 카드사들의 연회비 수입은 1조원을 넘어섰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기존 카드도 연회비 인상
기존 카드의 연회비 인상·할인 축소 기조도 두드러집니다. 현대카드는 '대한항공 시리즈'의 최저 연회비를 3만원에서 6만원으로 두 배나 늘렸습니다. 마일리지 적립 조건도 무실적에서 전월 50만원 이상으로 바꿨습니다. '현대카드 제로 에디션 포인트형 카드'도 시즌2에서 3로 바뀌면서 연회비가 1만원에서 1만5000원으로 올랐습니다. 마찬가지로 결제 빈도수가 잦은 특별 적립을 없애 전체 적립·할인 폭이 줄었습니다.
신한카드는 다음 달부터 우수고객을 대상으로 한 '탑스 클럽(Tops Club)' 혜택을 줄입니다. 프리미엄 고객 대상 연회비 면제 해택이 '2만5000원 이하'에서 '7000원 이하'로, 기존 무제한 횟수에서 연 1회로 대폭 줄어듭니다. 신한카드는 이미 지난 2019년 에이스 등급 고객 대상 연회비 혜택을 줄인 바 있어 우수고객 제도를 지나치게 축소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삼성카드(029780) 역시 올해 초 우수 고객에게 제공되던 '프리미엄 리워즈 서비스'를 종료했습니다. 삼성카드는 해당 서비스를 통해 일부 회원에게 최대 4개월의 무이자 할부 서비스를 운영하고, 등급에 따라 5~10%의 포인트백을 제공했습니다. 하지만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서비스 운영을 중단했습니다.
카드 업계는 잇따른 혜자 카드 단종과 연회비 인상은 수익성 개선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합니다. 카드 업계 한 관계자는 "혜자 카드 단종이 신규 발급만 중단하는 것이지 기존에 가입된 소비자의 혜택을 축소하는 것은 아니"라며 "지속적인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에 따른 카드사 실적 악화에 대비하는 조치로,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적격비용 제도 개선 TF에서 합리적인 결론이 도출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카드사들은 연회비가 낮고 혜택이 좋은 알짜카드를 줄이는 대신 프리미엄 카드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왼쪽부터 하나카드 '제이드 클래식(JADE Classic)', 현대카드 '써밋(,Summit)', 우리카드 '투체어스(Two Chairs)'(사진=카드고릴라)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