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윤민영 기자] 보험사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기관으로부터 우수등급을 부여받았지만 'S'에 해당하는 사회적 가치 실현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인지산업으로 불리는 보험업의 특성상 보험 설계사는 핵심 영업인력인데요. 설계사의 노조 활동이 점차 확대되면서 보험사 내부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금융권 민원 최악이라는 불명예 타이틀을 지우고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서라도 'S' 가치 제고가 필수적인 상황입니다.
보험사, ESG 등급 우수 일색
사회 부문 평가를 위한 지표는 인권, 안전 등 사회책임경영 이슈를 중심으로 한 대분류 9개로 구성됩니다. △리더십과 거버넌스 △노동 관행 △장 내 안전보건 △인권 △공정 운영 관행 △지속 가능한 소비 △정보 보호 및 개인정보 보호 △지역사회 참여 및 개발 △이해관계자 소통 등입니다.
이 중 '노동 관행' 항목에는 건전한 노사관계 형성과 공정하고 차별 없는 고용 등 노동자 권리에 대한 평가가 포함됩니다. 또한 지속가능한 소비 항목에 소비자와의 소통, 소비자 권익 보호 등이 중분류로 들어가 있습니다.
보험사들이 사회 부문에서 대다수 우수 등급을 받았지만 노사 갈등은 풀어야할 과제로 남아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보험사 내에는 정규직으로 구성된 노조와 보험설계사로 구성된 노조가 있습니다. 보험사 노조는 민주노총 한국사무금융노조의 산별 지부로 분류됩니다. 보험설계자 노조는 지난 2020년 사무금융노조 전국보험설계사지부가 법적 노조 지위를 얻어낸 신생 조직입니다.
보험사들이 제판분리에 나선 가운데 노사 갈등이 첨예해지고 있다. 한국보험대리점협회 회원들이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생존권 사수를 위한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사진=뉴시스)
보험사-설계사 갈등 진행형
지난 2020년부터 한화생명·삼성생명 등 대형 보험사 뿐만 아니라 중소형 보험사들까지 제판분리에 나서면서 보험 설계사와 갈등은 고착화하고 있습니다. 제판분리란 상품 설계와 제조는 본사가, 판매는 판매 전문사가 도맡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본사에서 판매 조직을 따로 떼어 내 자회사로 설립하는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GA) 설립입니다.
과거 설계사는 정규직이 아닌 위촉 계약직이라는 이유로 노조를 설립하고 가입할 권한인 단결권도 보장받지 못했습니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해 최저임금, 건강보험, 국민연금 등의 혜택도 없었습니다. 그러다 지난 2020년 12월 30일 고용노동부가 최초로 설계사 노조의 설립신고증을 발급한 이후 다수 보험 노조가 설립됐습니다.
보험설계사 노조가 법적 지위를 보장받고 한화생명금융서비스에서 보험설계사 노조가 취초로 등장한지 4년이 지났지만 곳곳에서는 사측과 소통이 불발되거나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노조측에서는 사측으로부터 노조 활동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반면 보험사 입장에서는 수수료 변경시 노사 협의를 의무화 해야 한다거나 노조 간부 활동비 지원 등의 요구가 과도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제판분리 과정에서 설계사 고용 안전성과 관련한 갈등을 해소하지 못 하면 최종적으로 소비자 피해로 전가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설계사가 바뀌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보험료연체 사실 등의 정보를 제대로 전달받지 못해 보험이 실효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장기근속 설계사에 대한 우대, 유지율에 따른 인센티브·맞춤형 설계 등으로 소비자 중심의 유지관리서비스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생명보험사 설계사 정착률은 지난해 36.9%로, 전년 대비 2.1%포인트 떨어졌습니다. 정착률이 높을수록 설계사가 신규 등록 후 1년 이상 정상적인 보험 영업을 했다는 의미인데요. 손해보험사 설계사 정착률은 53.2%입니다. 절반 가까이는 1년을 못 버티고 그만둔 것입니다. 보험계약 유지율도 하락세입니다. 13회차 유지율은 생보업계 83.2%, 손보업계 86.3%로 전년 대비 각각 2.2%포인트, 1.0%포인트 하락했고, 25회차 유지율도 60.7%, 71.6%로 8.6%포인트, 0.9%포인트씩 줄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