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의 건설, '스마트도시' 사활…실체는 불분명

스마트도시 조성사업, 국내·외 전방위 관심
국토부, 5월 '제4차 스마트도시 종합계획' 발표
건설업, 스마트도시 조성 사업 참여 제한적…실용적 대책 마련 필요

입력 : 2024-08-05 오후 4:47:01
 
[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건설업계가 불황의 터널을 벗어나기 위해 다양한 신사업 먹거리를 찾는 가운데 정부가 주도하는 '스마트도시' 사업은 대표적인 신성장 동력 방안으로 꼽힙니다. 
 
다만 스마트도시 조성 사업에서 건설업이 차지하는 비중에 비해 여전히 제한적이고 가이드라인도 모호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예산과 수익구조·법적인 문제로 인해 스마트도시 사업에서 건설업의 한계가 뚜렷하다는 건데요. 업계와 전문가들은 도심복합개발 사업 등 뚜렷한 방향성을 지닌 사업과 연계해 건설산업의 역할을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국토부, 5월 '제4차 스마트도시 종합계획' 발표
 
5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 등 정부 관계기관은 지난 5월 '제3차 스마트도시 종합계획(2019~2023)'이 만료됨에 따라 '제4차 스마트도시 종합계획(안)'을 발표했습니다. 
 
정부가 스마트도시 구현을 위해 계획안을 세우고 각종 추진 전략 등을 실행해 온 건 지난 2009년부터입니다.
 
정부는 '제1차 유비쿼터스 종합계획(2009~2013)'과 '제2차 유비쿼터스 종합계획(2014~2018)'에 이어 3차 계획안부터는 '스마트도시'라는 명칭을 넣어 도시공간을 대상으로 혁신 프로그램을 도입해 왔습니다. 
 
4차 계획안은 △지속가능한 공간 모델 △AI·데이터 중심 도시기반 △민간 친화 산업생태계 △K-스마트도시 해외 진출 활성화 등 4개의 핵심 추진 전략을 설정했습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스마트도시 사업은 해외 각 국가들도 주목하는 사업입니다. 시장조사기관 '인사이트 파트너스'에 따르면 스마트도시 시장 규모는 지난 2022년 1조940억 달러(약 1422조원)에서 2028년 3조1110억 달러(약 4044조원) 규모로 연평균 19%씩 성장할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우리나라도 2019년 이후 정부의 재정 지원 아래 스마트도시 사업이 본격 추진되면서 2018년 45개 지자체만이 추진하던 사업 규모가 2023년 기준 147개까지 확대됐습니다. 
 
'건설업'이 핵심…역할 제한적·사업방향도 불분명
 
이처럼 국내외적으로 스마트도시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스마트도시의 기반 인프라 구축의 핵심이 될 건설산업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내한한 마지드 빈 압둘라 알 카사비 사우디아라비아 상무부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스마트도시 등 다양한 프로젝트에서 후속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 같은 정부의 스마트도시 사업 확대 노력에도 여전히 핵심 산업인 건설업의 역할이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승우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추진 중인 스마트시티 프로젝트 성격과 주요 참여자는 건설산업과 거리가 있다"며 "제4차 종합계획의 13개 과제 중에서도 건설산업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과제는 거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스마트시티 관련 정책이 기존 인프라 효율화를 통한 비용 절감과 체감형 주민 편의 서비스 제공에 집중됐기 때문입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형건설사들이 스마트도시 조성 사업에 참여하도록 권장되는 분위기지만 다소 뜬구름 잡는 이야기와 실체 없는 계획들이 난무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의견"이라며 "특히 중동이나 동남아시아 등 개발도상국 스마트도시 조성 사업 참여가 많이 검토되고 있는데, 해당 지역의  통신 인프라가 얼마나 잘 조성돼있느냐가 사업 성패를 가를 수 있는 요소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상당히 리스크가 크다고 할 수 있는 부분인데 이에 대해 건설사들에게 다소 떠맡기는 분위기도 조성돼 있는 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스마트도시 조성 사업이 건설업계의 미래를 좌우하는 주요한 먹거리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그렇지만 정확한 가이드라인 설정이 더 중요하다"며 "지금 같은 보여주기식 단계라면 한계가 명확할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습니다. 
 
이승우 연구위원은 "스마트도시 사업을 추진하는 지자체 대부분이 재정 자립도가 낮고 개발 수요가 적은 지역이라 추가 예산을 통해 건설투자와 연계시킬 여력이 부족하다"며 "여기에 기존 개발사업에 보태어 수익 창출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짚었습니다. 
 
여기에 스마트도시 사업이 건설과 ICT를 융합한 성격이 강하지만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에서는 스마트도시 서비스 관련 공사들이 건설공사에 포함되지 않아 건설 물량 증가에 큰 영향을 주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에코델타시티 국가시범도시 조감도. (사진=국토부)
 
뚜렷한 방향성을 지닌 사업과 연계해야
 
전문가들은 민간사업자들에게 문호를 더 열고 소규모 편의 증진 서비스 제공에서 벗어나 스마트도시의 다양한 측면을 아우를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합니다.   
 
박성남 건축공간연구원 연구위원은 올초 열린 '제4차 스마트도시 종합계획' 수립을 위한 공청회를 통해 "도시 규모에 따라 스마트도시에 접근할 수 있도록 지역 위계(광역·시·군)별 차별화된 전략과 사용자 측면을 고려해 계획의 실행력을 보완해 나가야 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승우 연구위원은 "도심복합개발, 노후 인프라 성능 제고 등 향후 도시공간의 질을 높이기 위한 프로젝트를 스마트도시와 연계해 건설산업의 역할 확대를 모색해야한다"고 말했습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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