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통신조회, 불법사찰·언론감시”

시민단체들, 검찰 ‘적법절차’ 해명 비판

입력 : 2024-08-08 오후 4:47:56
 
 
[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의 전방위적인 통신조회에 대해 시민사회단체들이 규탄하고 나섰습니다. 검찰이 적법절차에 따른 조사라고 해명했지만, 이들은 불법사찰이자 언론감시 행태라고 주장했습니다. 향후 수사기관의 통신조회 문제를 근절할 제도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입니다.
 
유승익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부소장은 8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열린 긴급기자설명회에서 “이번 검찰의 통신자료 조회는 적법성이 없는 위법한 수사에 기초하고 있다”며 “윤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의 피의자 내지 핵심 참고인은 4~5명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를 위해 정치인과 언론인 수천여명의 통신이용자정보를 무분별하게 조회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검찰이 실시한 통신조회에는 개인의 휴대전화번호와 인적사항이 포함돼 있다”며 “이런 개인정보를 사법적 통제 없이 검찰이 수집해 관리하고, 주요 정치인과 언론인들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활용한다면 이는 정확히 사찰”이라고 강조했습니다.
 
8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검찰의 언론인 사찰 규탄 및 통신이용자정보 무단 수집 근절 방안’ 긴급기자설명회가 개최됐다. (사진=뉴스토마토)
 
그는 애초 윤 대통령의 명예훼손 사건이 검찰의 수사개시 범위를 벗어난다고 봤습니다. 검찰은 ‘검사의 수사개시에 대한 지침’(예규)을 통해 사건 수사를 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지침 제7조1항인 ‘범인·범죄사실·증거 중 어느 하나 이상을 공통으로 하는 등 합리적 관련성이 있는 범죄의 경우’에 해당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유 부소장은 “참여연대가 대검찰청 비공개 예규인 ‘검사의 수사개시에 대한 지침’ 정보공개 소송에서 승소했지만, 검찰은 여전히 이 예규를 비공개하고 있다”며 “비공개 예규는 검찰 수사의 근거가 될 수 없고, 이에 근거한 검찰의 통신이용자정보 조회도 근본적으로 근거가 없고 위법하다”고 평가했습니다.
 
“검찰 직권남용, 국정감사 추진해야”
 
검찰이 ‘단순 통신가입자 조회’라고 했던 통신이용자정보가 엄격한 보호가 필요한 민감한 개인정보라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오병인 진보네트워크 대표는 “통신이용자정보는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가입·해지일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통신 당사자들 사이의 관계를 보여준다”며 “특히 언론인이나 정치인의 경우 통신이용자정보를 통해서 취재원, 제보자, 내부고발자 등 엄격한 보호가 필요한 사람들의 신원이 노출될 우려가 있다”고 했습니다.
 
이에 시민단체들은 검찰 등 수사기관이 사법적 통제 없이 광범위하게 통신이용자정보를 수집할 수 없도록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수집 요건을 엄격하게 법률로 제한하고, 영장이나 허가와 같은 법원의 사전 통제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상 사후통지제도 역시 이를 평가하고 감시할 심사제도 등의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전대식 전국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이번 사태는 검찰이 윤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을 핑계로 언론계 블랙리스트 만들기나 저인망식 통신사찰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검찰의 이번 수사에서 직권을 남용한 부분은 없는지 따져봐야 한다. 향후 필요하다면 야당과 협조해 국회에서 국정감사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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