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화재, MG손보 인수전…득일까 실일까

CSM 크게 늘려 시장지배력 강화
경영 정상화 위한 추가 자금 지원 부담

입력 : 2024-08-12 오후 2:06:10
 
[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메리츠화재(000060)가 MG손해보험 인수전에 참전한 가운데 득실 전망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MG손보를 품으면 미래 이익에 해당하는 보험계약마진(CSM)을 크게 늘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반면 경영 정상화를 위한 요구 자본이 만만치 않은 만큼 메리츠화재가 끝까지 완주할지 지켜봐야 한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MG손보 인수전 '3파전'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메리츠화재가 MG손해보험 인수전에 참여했습니다. MG손보를 두고 사모펀드운용사(PEF) 데일리파트너스와 JC플라워, 메리츠화재 등 총 3곳이 경쟁합니다.
 
예금보험공사는 "원매자에 대한 계약 이행능력 평가와 예정 가격 충족 여부에 대한 검토 등을 거쳐 낙찰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예보는 지난 2022년 4월 MG손해보험이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된 후 경영관리를 맡아오고 있습니다. 이번 공개 매각도 예보가 진행합니다.
 
MG손보의 매각 가격은 2000억~3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인수 후 정상화를 위해 8000억~1조원 규모의 자본 확충 비용 투입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를 포함한 총 소요 자금은 1조원을 넘길 전망입니다. 예금보험공사는 인수자의 자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4000억원 안팎의 자금 지원에 나선다고 밝혔습니다.
 
자본력을 보면 세 곳의 경쟁자 중 메리츠화재가 우위에 있습니다.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1조5670억원의 순익을 기록했는데, 삼성화재(000810)의 뒤를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입니다. 지급여력비율(K-ICS)도 금융당국 권고치 150%를 훨씬 웃도는 227.3%를 기록 중입니다.
 
업계에선 메리츠화재의 깜짝 등장에 의외라는 반응이 나옵니다. 메리츠금융지주가 인수합병(M&A)에 뛰어든 건 지난 2014년 아이엠투자증권 인수 후 처음입니다.
 
업계에서는 메리츠화재가 MG손보의 손실을 일부 떠안으면서도 시장 지배율을 높이기 위해 매각에 뛰어든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옵니다. 실제로 김중현 메리츠화재 대표는 지난 2월 최고경영자(CEO) 메시지를 통해 "우리의 목표와 눈높이는 이미 전 채널에서 1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화력에 화력을 더하고 축적의 속도를 더 높일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한 1월"이라고 밝혔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메리츠화재가 실적이 좋다 보니 시장 지배율을 높이기 위해 적당한 가격에 매물로 나온 MG손보에 관심을 두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하면서도 "두 회사가 합쳐졌을 때 시너지 효과는 지켜보고 평가할 부분"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메리츠화재가 MG손해보험 인수 희망 의사를 밝혔다. 메리츠화재가 인수합병(M&A) 시장에 나타난 건 10년 만이다.(사진=메리츠화재)
 
MG손보 수익성 개선 과제
 
메리츠화재가 MG손보의 보험 계약을 흡수하면 실적 확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상당한 규모의 CSM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CSM은 올해 신설된 지표로 보험계약 시 미래에 발생할 것으로 생각되는 이익의 현재 가치를 의미합니다. CSM이 높을수록 이익이 많아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난해 기준 업계 1위 삼성화재의 CSM이 13조3028억원, DB손해보험(005830) 12조2000억원, 메리츠화재 10조4687억원입니다.
 
MG손보의 지난해 CSM은 6774억원입니다. 메리츠화재와 MG손보의 CSM 지표를 합산하면 DB손보를 위협하기에 충분합니다. 게다가 메리츠화재는 지난 1분기에 신계약 CSM을 확보하기 위해 사업비를 4740억원 썼습니다. 이를 고려했을 때 인수가 2000억원을 내고 그 3배 이상의 CSM을 확보하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MG손보의 CSM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MG손보는 지난 2022년 말 새 회계제도(IFRS17)이 도입된 후 CSM을 8414억원으로 공시했습니다. 하지만 이듬해 감사보고서에선 같은 수치를 6056억원으로 수정했습니다. 보험사들이 계리적 가정 값을 낙관적으로 정해 CSM을 부풀린다는 문제제기가 나오자 당국이 관련 기준을 마련했는데, 그 결과 대부분의 보험사들의 CSM가 크게 줄었고 MG손보도 타격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MG손보를 얻기 위해선 인수가 이외의 비용이 더 필요하다는 점도 걸림돌로 작용합니다. MG손보의 K-CIS는 올해 1분기 말 기준 42.71%로 업계 최하위 수준입니다. 동시에 보험금 청구가 발생했을 때 청구액을 100% 지급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금융당국 권고치의 3분의 1 수준입니다. 지급여력기준금액이 증가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지급여력비율을 권고치까지 끌어올리기 위해선 약 1조150억원의 자본이 필요합니다.
 
MG손보의 K-CIS는 2024년 3월 말 기준 42.71%로 업계 최하위 수준이다.(사진=MG손해보험)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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