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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8월 13일 17:19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찌는 듯한 무더위가 무색하게 저축은행 인수합병(M&A) 시장은 여전히 한겨울에 머물러있다. 투자업계는 올 상반기부터 활발하게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거래는 전무하다. 부동산 경기 악화 등의 영향으로 가격이 하락해 M&A 적기로 봤으나 어느 매물도 주인을 찾지 못했다. <IB토마토>가 회사별 속사정과 외면받는 이유를 살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이성은 기자] 한화저축은행이 매각 기로에 놓였다.
한화(000880) 그룹 승계작업에 미칠 영향 때문이라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한화저축은행은 기존 한화생명 중심의 지배구조에서 벗어나 있어 계열사 지분 정리가 필수기 때문이다.
한화빌딩 전경(사진=한화)
금융계열사 중 '나홀로'
한화생명은 김승연 회장의 둘째 김동원 사장이 생명보험사와 산하 금융계열사를 이끌고 있다. 김 사장은 2020년 한화생명 최고디지털전략책임자 전무 등을 거쳐 지난해 사장 자리에 올랐다. 한화 계열 금융사들이 모두 한화생명 산하에 있다 보니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삼 형제 중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은 한화솔루션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우주 항공과 방산, 에너지 등을 총괄하는 한화 그룹 승계 구도 정점에 있다. 특히 한화솔루션은 김 부회장이 추진하는 에너지 사업의 주축 계열사다. 한화저축은행이 금융 계열사임에도 한화솔루션 산하에 있다보니 자연스럽게 김동원 사장보다는 김동관 부회장의 영향력이 크다.
한화저축은행이 한화생명 품 밖에 있는 이유는 따로 있다. 지난 2008년 금융위원회는 한화그룹의 저축은행 인수를 인가했고, 한화그룹 5개 계열사는 한화저축은행 전신인 새누리상호저축은행의 지분 90%를 인수했다. 당시 한화건설을 비롯해 한화엘엔씨 등 법인들은 각각 출자를 통해 새누리상호저축은행의 자본확충을 도왔다. 새누리상호저축은행은 김승연 회장의 친누나인 김영혜 씨가 경영하던 제일화재의 적자 자회사였다.
한화그룹 인수 후 2008년에만 제일화재가 180억원, 한화그룹이 600억원 규모로 유상증자를 단행했으며, 이듬해인 2009년부터 2011년까지는 매년 850억원, 650억원, 300억원을 유상증자로 조달했다. 2011년에는 새누리상호저축은행에서 한화저축은행으로 상호를 바꿨다. 이후 2021년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한화건설 등 계열사 4곳이 한화글로벌에셋에 지분을 모두 매각하면서 현재 지배구조가 완성됐다.
금융지원에도 실적 '미미'…위치 이동 불가피
2014년 250억원의 유상증자 이후 한화저축은행이 그룹사에서 받은 지원은 없다. 2014년부터는 본격적인 영업을 통해 흑자를 내면서 100% 자회사로서 연결기준 실적에 보탬이 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룹 입장에서 한화저축은행은 계륵 같은 존재다. 지난해 실적이 대폭 축소된 데다 인수 후 10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중위권에 머무르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화저축은행의 당기순이익은 26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189억원 감소했다. 올해 1분기에는 지난해에 비해 나아져 5억원의 순익을 기록했으나, 문제는 건전성이다. 같은 기간 한화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0.85%다. 전년 동기 3.98%에서 2배 넘게 늘었다.
특히 타 자회사와의 실적 차도 크다. 한화그룹 대표 금융 자회사인 한화생명의 경우 업계 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으며, 지난해 당기순익은 8259억8100만원에 달한다.
모회사 사정도 좋지 않다. 한화솔루션은 2분기 1078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한화솔루션 실적이 악화된 상태에서 한화저축은행까지 품고 갈 가능성은 낮다. 한화 그룹 삼형제의 승계가 본격화되면서 실적으로 입증해야 하는 시기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한화그룹의 사업 확장은 끊임없는 인수·합병(M&A)을 통해 이뤄졌다는 점도 한화저축은행의 주인이 바뀔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그룹사 기조를 따를 것이라는 예상이다. 한화그룹은 전략부문실에서 사업 전략 등을 구축해 M&A를 진행해왔다. 특히 김동관 부회장은 한화솔루션의 전략부문대표를 거쳤으며, 지금도 한화그룹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전략부문 대표를 맡고 있다. 실적과 건전성 등 경영 지표가 지속적으로 악화될 경우 매각 가능성은 점차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재 M&A 시장이 침체된 탓에 매각보다는 한화그룹 내에서 이동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화그룹 내에서 승계작업이 한창인 만큼 한화저축은행을 한화생명 자회사로 편입하는 방안이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현재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건은 없다”라면서도 “매각과 한화생명 자회사 편입 등의 가능성은 모두 열려있다”라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