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금융당국으로부터 기관경고와 과징금 등 중징계를 받은
한화생명(088350)의 불복 소송이 새로운 국면으로 흐르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이 내린 18억원 규모의 과징금 중 200만원만 인정한 1심 재판부와 달리 항소심 재판부는 11억여원을 인정했기 때문입니다. 사망보험 가입자가 우울증 등 정신질환으로 자살하면 재해사망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데, 과거 한화생명은 일반사망 보험금을 지급한 바 있습니다.
'자살보험금 부지급'에 발목
서울고등법원 행정11-1부가 4일 한화생명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제기한 '기관경고 등 취소청구의 소' 항소심 판결에서 원고인 한화생명에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소송이 시작된 지 약 3년 7개월 만입니다.
법원은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금융위가 2020년 11월6일 원고에게 한 과징금 총액 18억3400만원 중 11억4000만원을 초과한 부분을 취소한다"고 밝혔습니다.
1심 판결에서는 과징금 중 200만원만 인정한 반면 2심에서는 11억4000만원으로 크게 올라 한화생명에 불리한 방향으로 결정된 것입니다. 법원은 구체적인 판결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지만 과징금액을 고려할 때 처분사유 중 '보험금 과소지급'에 대한 처분이 적법했다고 인정된 것으로 보입니다.
보험금 과소 지급 문제는 자살보험금 부지급과 관련있습니다. 금감원은 한화생명이 4734건의 보험계약에 대한 약 21억원의 보험금을 과소 지급했고, 18건의 보험계약을 부당 해지하고 보험료를 과소 반환했으며, 위험관리책임자 운영 규정 등을 미준수했다고 밝혔습니다. 예를 들어 사망보험 가입자가 우울증 등 정신질환으로 자살할 경우 재해사망에 해당하는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지만 한화생명은 일반사망보험금을 지급한 것입니다.
이 외에 한화생명은 지난 2015년 본사가 있는 서울 여의도 63빌딩에 대주주(계열사)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가 면세점을 운영할 수 있도록 공간을 빌려줬습니다. 이 과정에서 80억1800만원의 금전적 이익을 대주주인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에 무상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보험업법 시행령 제57조에 따라 자산을 운용할 때 보험회사는 직간접적으로 대주주에게 증권, 부동산, 무체재산권 등 경제적 가치가 있는 유형·무형의 자산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행위가 금지됩니다.
다만 2심 재판부는 1심 결과와 마찬가지로 기관경고 처분 중 대주주 위반 부분은 취소했습니다. 기초서류 기재사항 준수의무 위번 관련 일부 청구는 기각했습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2019년 대주주와의 거래제한 등을 규제하는 보험업법 제111조와 기초서류 기재사항 준수의무를 명시한 보험업법 제127조의3 등 위반 혐의로 한화생명에 대한 과징금과 과태료 부과를 금융위원회에 건의했습니다.
금융위는 지난 2020년 10월 한화생명에 △대주주와의 거래제한 등 위반(과징금 6억9400만원)과 △기초서류기재사항 준수의무위반(과징금 11억3800만원) 등 2건, 과태료 1억9950만원 처분을 의결했습니다. 한화생명은 이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지난해 3월 1심에서는 한화생명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서울행정법원은 기관경고 처분 중 대주주 위반 부분을 취소했고, 한화생명에 부과된 18억3400만원의 과징금 중 200만원만 인정했습니다. 이에 금융당국은 과징금 경감 수준이 지나치다며 같은 달 항소장을 제출했습니다.
금융위는 지난 2020년 10월 한화생명에 과징금 18억3400만원, 과태료 1억9950만원 처분을 의결했다.(사진=한화생명)
한화생명이 2심에도 일부 승소했지만 득보다 실이 많은 결과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과징금이 200만원만 인정됐던 1심과 달리 2심에선 11억4000만원까지 늘었습니다. 항소심이 인정한 과징금액인 11억4000만원을 고려할 때 '보험금 과소지급'과 관련된 기초서류기재사항 준수의무위반에 대한 처분의 적법성이 인정된 것으로 풀이됩니다.
또한 중징계 취소 소송이 3년 넘게 진행되면서 중징계에 따른 신사업 진출 제한 시효도 종료된 상태입니다. 금융사가 금감원으로부터 기관경고를 받으면 향후 1년간 금융당국 인허가가 필요한 신사업 분야에 진출할 수 없는데요. 대법원까지 올라가 한화생명이 승소하더라도 제재 효력이 끝난 상태입니다.
대법원에서 끝까지 다툴지는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그간 동종업계 비슷한 사건이나 제재 상황과 비교해 봤을 때 억울한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소송을 진행한 것"이라며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지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세한 내용은 판결문을 살펴보고 향후 처리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서울고등법원 행정11-1부(부장판사 노진영·김지영·김동현)가 4일 한화생명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제기한 '기관경고 등 취소청구의 소' 항소심 판결에서 원고인 한화생명에 일부 승 판결을 내렸다.(사진=연합뉴스)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