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게임+)마니아층만 공략?…'중꺾마' 시험하는 '카잔'의 탈진

3D 셀 애니메이션 독보적 매력
카잔 장군의 비극 몰입감 높여
공격·회복 불가 '탈진'에 지쳐
넥슨은 '하드코어' 노선 강조

입력 : 2024-10-04 오후 4:28:12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소울류(소울라이크) 게임의 공통된 콘셉트는 '모르면 죽어야지'입니다. 보스의 공격 유형을 익힐 때까지 죽고 또 죽다가 결국엔 쓰러뜨려 쾌감을 얻도록 하는 식이죠. 그러니 소울류 게임을 즐기는 독자라면 '중꺾마(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가 어떤 건지 누구보다 잘 아실 텐데요.
 
최근 넥슨의 '퍼스트 버서커: 카잔'의 TCBT(테크니컬 클로즈 베타 테스트)를 해 보니, 이 게임은 마니아와 일반인에게 서로 다른 중꺾마를 줄 거란 예감이 들었습니다. 일반인이 느끼게 될 중꺾마는 바로 '중간에 꺾이게 되는 마음'입니다.
 
3D 애니메이션과 엑스박스 컨트롤러의 섬세한 진동이 몰입감을 높인다. (이미지=카잔 TCBT 실행 화면)
 
그래픽 개성 압도적
 
게이머의 마음이 꺾이기 전까지는 크게 두 단계를 밟게 됩니다. 우선 독특한 외연과 이야기에 매료됩니다. 넥슨은 액션 롤 플레잉 게임(ARPG)에 흔히 쓰이는 실사 대신 3D 카툰 렌더링 그래픽을 카잔에 도입해, 원작 '던전앤파이터'의 느낌을 살리면서 전투와 각종 상호작용을 세밀하게 묘사했습니다.
 
비극적인 도입부도 주인공의 여정에 동참하고 싶은 욕구를 일으킵니다. 광룡 히스마와 용 군단으로부터 펠로스 제국을 구해낸 영웅 카잔이 반역죄를 뒤집어씁니다. 양팔의 힘줄이 끊겨 유배지로 추방당한 카잔은, 사고로 목숨을 잃은 뒤 '블레이드 팬텀'에 의해 되살아나 복수에 나서는데요. 죄수 호송 마차가 부서지고 카잔이 일어서는 동안, 엑스박스 컨트롤러 특유의 묵직한 진동이 적재적소에 구현돼 몰입감을 높입니다.
 
카잔은 소울의 법칙을 충실히 계승했습니다. 주인공 행동을 제한하는 스태미나가 있고, 절벽 밖으로 걸으면 떨어져 죽습니다. 주요 길목에 놓인 '마모된 귀검'에 결속하면 체력이 회복되고 주변의 적이 되살아납니다. 또 주인공이 죽었던 자리에 되돌아가야, 능력을 키우는 데 필요한 자원인 라크리마(눈물)를 되찾을 수 있습니다.
 
카잔의 사망 후 자원 회수 화면은 프롬 소프트웨어의 블러드본(그림 위) 등에서 따왔다. (이미지=카잔 TCBC·블러드본 실행 화면)
 
한대 더 맞아야 빠른 회복…호불호 갈릴 듯
 
하지만 넥슨은 한 가지 요소로써 이 게임의 소비자층을 뚜렷이 지목합니다. 바로 '탈진'입니다. 화면 왼쪽 아래에는 주인공의 생명력을 나타내는 붉은색 막대와 스태미나를 표현하는 회색 막대가 위아래로 나란히 놓여 있습니다. 이는 전형적인 소울류 조작 환경인데요. 게이머는 주인공의 남은 스태미나를 신경 써가며 공격·방어·회피 동작을 해야 합니다.
 
탈진은 이 스태미나에 완전한 제약을 거는 장치입니다. 카잔이 무방비로 맞으면, 회색이던 스태미나 막대가 붉게 변하는데요. 이때는 스태미나가 얼마나 남아있든 간에 최대치로 차오를 때까지 움직일 수 없게 됩니다. 붉게 변한 스태미나가 다시 가득 차 회색으로 돌아오기 전에 깨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적에게 한 대를 더 맞는 겁니다. 이렇게 두들겨 맞으면 체력을 회복하고 반격할 기회도 줘야 하는데, 한 번 방어에 실패하면 순식간에 사지에 몰리게 됩니다.
 
탈진에 대한 호불호는 1막 보스 '예투가'와의 전투에서 뚜렷이 나뉠 전망입니다. 한두 번의 실수로 카잔이 탈진하면, 반격할 기회도 없이 패배를 반복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게임이 매울수록 재미를 느끼는 극 마니아층이라면 넥슨이 내건 '하드코어 액션 롤플레잉'이라는 구호에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할 겁니다. 프롬 소프트웨어의 '다크소울' 삼부작과 '블러드본', '세키로', '엘든 링'엔 없는 요소이기 때문에, 프롬식 소울만 즐겨온 이들에겐 새로운 도전의 재미가 열린 셈이죠.
 
카잔과 1막 보스 예투가의 싸움에서 두 개의 '중꺾마'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지=카잔 TCBT 실행 화면)
 
하지만 시프트업의 '스텔라 블레이드'나 리스폰 엔터테인먼트의 '스타워즈 제다이'처럼 소울의 외양을 가져오되, 스태미나 제한을 두지 않은 게임 위주로 즐긴 게이머는 난감해 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카잔의 그래픽과 서사에 대한 기대로 이 게임을 시작할 경우, 반복된 탈진이 이야기 흐름을 끊는 가위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넥슨은 확고한 '하드코어' 노선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윤명진 던전앤파이터 IP 총괄 PD는 4일 보도자료에서 "이번 TCBT를 통해서도 독보적인 하드코어 액션 RPG 경험을 제공하고, 다양한 기술적 검증과 피드백 수집으로 내년 초 출시까지 담금질을 이어갈 예정이니 많은 기대와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말했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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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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