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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 10일 15:25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로봇 산업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기술이 융합된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산업으로 지목되는 가운데 새로운 차세대 먹거리로 주목 받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최근 세계 가전 박람회 IFA에서 가정용 AI 반려 로봇을 선보이는 등 로봇을 신사업으로 삼고 있다. 특히 최근 자동차, 2차전지, 반도체 업계를 중심으로 협동 로봇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데 레인보우로보틱스(277810)·두산로보틱스(454910), 에브리봇(270660)·엔젤로보틱스(455900) 등은 산업용 협동 로봇이나 서비스용 로봇, 혹은 휴머노이드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다만, 국내 로봇 기업들은 아직 성장 단계라 실질적인 수익성을 확보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갈 필요가 있다. 이에 <IB토마토>에서는 각 기업의 로봇 사업 현황과 향후 도전 과제를 살펴보고, 이들의 미래 사업 방향을 분석하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이조은 기자] 지난달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IFA 2024’에서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가 각각 AI를 탑재한 가정용 반려 로봇 ‘볼리(Ballie)’와 이동형 AI홈 허브 코드명 ‘큐나인(Q9)’을 선보였다. 가정용 비서 로봇 시장은 돌봄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향후 큰 성장이 예상된다. 그러나 현재 가사 지원 분야에서는 중국 기업들이 로봇청소기 시장을 거의 독점하고 있어,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경쟁에서 다소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에는 가사를 대체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 AI 기반 가정용 로봇 시장에서의 경쟁은 한층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IFA2024에서 삼성전자 반려 로봇 '볼리'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IFA2024서 가정용 반려 로봇 삼성·LG·중국 하이센스 삼파전 형성
지난달 삼성전자와 LG전자는 ‘IFA 2024'에서 나란히 가정용 반려 로봇을 선보였다. 두 반려 로봇은 인공지능(AI)을 탑재하고 자율 주행이 가능하다는 특징을 갖췄다. 중국 업체 하이센스도 가정용 로봇을 공개해 삼파전 구도가 형성됐다.
우선 삼성전자는 ‘AI 홈 컴패니언’(AI 가정용 동반자 로봇) ‘볼리’를 선보였다. 노란색 구체 모양으로 두 바퀴가 달려 있어 사용자를 따라다니면서 요구 사항을 들어주는 비서형 로봇이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볼리에게 베를린 명소를 찾아 달라고 하면 바닥이나 벽에 빔 프로젝터를 쏴서 필요한 정보를 보여준다. 볼리로 전화를 걸면 다른 일을 하면서 스피커폰으로 대화할 수도 있다. ‘볼리’는 연내로 출시 준비 중이다.
LG전자는 IFA 2024에서 이동형 AI홈 허브 ‘코드명 큐나인(Q9)’을 선보였다. AI홈 허브는 AI로 가전들을 제어하는 시스템인데 큐나인은 이동이 가능하단 특징이 더해졌다. AI 에이전트 '퓨론(FURON)'을 탑재해 자율주행기술로 움직인다. 음성·음향·이미지 등을 인식하는 복합정보처리 감지(센싱) 능력도 갖춰 사용자 생활 루틴에 맞는 실내조명과 온도도 조절하고,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등 케어 서비스도 제공한다. 가칭 Q9은 내년 출시될 예정이다.
LG전자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올해 CES에서 Q 라인을 공개한 후로 계속 진화된 모습을 전시마다 보여드리고 있다. 이번 IFA 2024에서는 AI홈 개념을 처음으로 공개해 재조명 받은 것 같다”라며 “이름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며 내년쯤 출시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IFA2024에서 LG전자 이동형 AI홈 허브 '가칭 Q9'을 공개했다. (사진=LG전자)
중국 가전업체 하이센스도 IFA에서 반려 로봇 ‘할리(Harley)’를 공개했다. 화면 부분에 손가락을 대면 심박수·혈압·산소 포화도·스트레스 수치 등 건강상태를 점검해 준다. 이어 냉장고와 연동해 사용자 건강상태에 따라 냉장고 속에 있는 재료로 만들 수 있는 요리를 추천해 준다. 할리도 오는 2025년 출시 예정이다.
가정용 반려·비서 로봇의 다소 높은 가격대는 진입장벽으로 꼽힌다. 지난 2021년 아마존은 가정용 로봇 '아스트로(Astro)'를 국내 출시했는데 당시 약 120만원에 달하는 가격은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외에도 일본 로봇 벤처기업 '그루브X'가 올해 출시한 가정용 로봇 '러봇(Lovot) 3.0' 가격은 약 500만원이다. 이전 버전은 한 대당 약 350만원인데 지난 3년간 1만대 정도가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최근 간호 인력이 다소 줄면서 돌봄 로봇이 공백을 채워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임상덕 로봇산업협회 팀장은 <IB토마토>와 인터뷰에서 "가정용 AI 반려 로봇은 결국 인공지능 성능이 핵심이다. 한국말을 잘 알아듣고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하다면 아동이나 독거노인에게 대화 상대가 되어줄 것"이라며 "직접 조작해야 하는 스마트폰과 달리 부르면 오거나 사용자를 따라다니는 등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한 점도 큰 장점이 될 것이다. 응급상황이 있을 때도 대신 연락을 해주는 등 기능이 있다면 돌봄이 필요한 가정에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스포크 AI 스팀 (사진=삼성전자)
실질적인 가사 돕는 로봇청소기·도우미 로봇 시대 올까
가사를 대체하는 가정용 로봇으로는 로봇청소기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세계 로봇 청소기 출하량은 약 960만대다. 올해 출하량은 지난해보다 7.5% 상승한 1025만대로 추정된다. 향후 연간 로봇 청소기 출하량은 2000만대에 달할 전망이다.
국내에선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해 지난 2021년 상장한 로봇청소기 기업 '에브리봇' 등도 로봇 청소기를 내놓고 있다. 에브리봇 로봇 청소기는 자율주행 분야에서 센싱과 제어기술 실시간 공간 정보 인식에 필요한 매핑 솔루션 기술 고도화를 추진 중이다. 하지만 로봇청소기 시장에서 국내 기업의 시장 지배력은 미미한 편이다. 현재 글로벌 로봇 청소기 판매량 상위 기업은 1위 로보락을 필두로 2위 미국 아이로봇을 제외하고 에코백스, 샤오미, 드리미 등은 대부분 중국 기업이다.
특히 각각 점유율 1위와 3위를 차지한 로보락과 에코백스는 지난 2022년 기존 먼지 흡입 외에도 먼지 비움과 물걸레 청소·건조 기능을 탑재한 '올인원(All-in-one)' 로봇청소기를 선보였다. 로보락은 2022년부터 국내 로봇 청소기 점유율 1위를 차지했고 올해 상반기에도 로보락 점유율은 46.5%에 달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올해 초에야 올인원 로봇청소기 '비스포크 AI 스팀'를 선보였고, LG전자는 지난 8월 'LG 로보킹 AI 올인원' 로봇청소기를 출시했다. 이에 로봇청소기 시장은 중국에 비해 국내 업체들이 상당히 뒤쳐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위생이나 보안, 사후관리(A/S) 면에서는 국내 제품들이 강점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기존에는 저희가 올인원 로봇 청소기가 없어서 그 부분에 중국 업체가 들어온 거였다"라며 "(중국업체가) 파이(점유율)을 다 차지하던 상황에서 저희 신제품이 나오면서 이제 그 파이를 갖고 오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지나고 내년 정도엔 상황이 많이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실질적인 가사나 돌봄을 도와주는 인간 형태의 휴머노이드 가정용 로봇도 존재한다. 독일 노이라 로보틱스에서 포애니원(4NE1: For Anyone)을 2025년 출시할 예정이다. 키는 180cm에 달하는 인간 형태의 휴머노이드로, 최대 15kg에 달하는 짐을 옮길 수 있으면 다림질 등 일부 가사를 대신할 수 있다. 텐센트 산하 로보틱스X 연구에서는 지난달 '더파이브(The Five)'라는 가정용 '돌봄' 휴머노이드를 선보였다. 더 파이브는 4개 로봇 다리로 움직이며 물체 운반과 간단한 소통이 가능하다.
한 로봇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청소 로봇 자체는 더 빨리 개발했지만 워낙 다양한 분야 가전을 다루는 만큼 집중하진 못하면서 로봇청소기 활황기를 다소 놓친 것 같다"라며 "현재 글로벌 톱10에 드는 중국 기업들은 로봇청소기를 전문화한 곳이 많다. 아무래도 하이엔드까지는 아니고 단순 가전 영역인 만큼 중국 업체에 원가 경쟁력이나 기술 면에서도 밀릴 수밖에 없다. 휴머노이드는 간단한 서빙이나 임무 수행은 가능하지만 AI 수준에 따라 가격 차이가 날 수 있어 높은 인건비를 얼마나 상쇄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조은 기자 joy828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