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학교나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부문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산업안전보건법 적용에서 차별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민간 사업장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지만, 공공행정 서비스란 이유로 관련법이 적용되는 현업고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는 겁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현업고시 대상 직종을 전면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민주노총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산업안전법 현업고시 대상이 아니면 산업재해 예방과 감정노동 보호 조치 등 안전보건관리체계 적용을 받지 못한다”며 “현장에선 특수교육 실무사와 수도검침 노동자, 방문 간호사 등 적용 제외 직종의 노동자 산재가 급증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현업고시 대상을 확대해서 모든 노동자에게 차별 없이 산업안전법이 적용돼야 한다”고 했습니다.
민주노총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산업안전보건법 현업고시 확대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현행 산업안전법은 교육서비스와 공공행정 분야에서 ‘현업’ 노동자로 제한해 안전보건관리 규정을 적용합니다. 시행령의 현업고시를 통해 적용 대상 직종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같은 학교에서 급식 조리사는 현업 노동자로 산업안전법이 적용되지만, 특수교육 실무사(지도사)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간호사나 콜센터 노동자도 병원이나 민간 사업장에서 일하면 대상자가 되지만, 보건소나 지자체에서 일할 경우 산업안전법 적용 대상자가 아닙니다.
“정부도 비준한 ILO 기본협약 위반”
민주노총은 공공부문 노동자에게도 산업안전법의 모든 조치를 균등하게 적용하도록 하는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위반이라는 입장입니다.
이미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위원장은 “학교나 지자체 공공행정의 산업안전법 적용 제외는 우리 정부도 비준했던 ILO 협약 위반이고, 그동안 현업고시 대상 직종이 너무 협소하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됐다”며 “노동부는 지난해 7월까지 개정 확대를 약속했지만, 개정고시 시한을 넘기고 아직도 현업고시를 개정하지 않고 있다”고 했습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특수교육 지도사로 근무하는 이미정씨는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의 수업시간과 방과 후 활동 지원, 교실 정리정돈과 청소 등 쉴 틈 없는 노동을 하면서 일상적으로 사고에 노출돼 있다”며 “특수교육 지도사들은 특히 사고성 재해와 근골격계 질병 유병률이 높지만, 산업안전법 대상 직종이 아니라서 안전교육이 전무한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구자연 공공연대노조 안산지부장도 “방문 간호사들은 현장 방문 업무로 고질적인 허리와 어깨 질환, 만성 스트레스로 인한 심혈관 질환을 겪고 있다. 하지만 행정사무로 분류돼 산업안전법 적용이 안돼 질병이 발생해도 산재로 인정받기 어렵다”며 “현업고시 대상을 확대해서 사고나 질환을 예방하고 산재가 발생해도 제도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