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국정 전반에 관한 감사를 진행하는 국정감사가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국회 상임위원회는 서류 제출과 증인·참고인 출석 요구, 검증을 할 수 있고 누구든지 이에 협조해야 하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습니다.
당초 정무위원회 국감에서는 가계부채 급증 문제와 연이은 금융사고에 따른 금융사 내부통제,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 등 굵직한 사건과 금융투자소득세 등이 주요한 이슈로 다뤄질 예정이었습니다. 가계부채와 내부통제 부실 문제는 매년 제기되는 단골 국감 소재입니다.
그런데 가계부채와 내부통제 등 주요 현안도 기존 내용을 되풀이하거나 재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번 국감에서 눈에 띄는 증인은 임종룡
우리금융지주(316140) 회장이 유일했습니다.
국감에 출석한 임 회장은 손태승 전임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 의혹과 관련해 고개를 숙이고, 자회사 임원에 대한 회장의 인사권을 내려놓는 등 강도 높은 쇄신책을 발표했습니다. 정무위 의원들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우리금융 경영 개입에 문제를 삼았지만, 임 회장에 대해서는 사퇴 의사를 재차 물어보는 데 집중했습니다.
나머지 출석이 예고된 주요 증인들은 대거 빠져나갔습니다. NH농협은행은 올해 공시된 금융사고만 5건에 달합니다. 금감원에서는 농협은행의 내부통제 실패 원인으로 농협중앙회·농협금융지주와 연결된 인사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석용 농협은행장은 금융당국 국감 증인에서 제외됐습니다.
신원근
카카오페이(377300) 대표도 금융감독원 국감에서 불법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신문이 예정돼 있었지만 출석 직전 국감장 출입을 피했습니다. 대주주 적격성 문제와 불법 경영 의혹이 도마에 오른 OK금융그룹은 최윤 회장 대신에 부회장급을 국감 증인으로 내보냈습니다.
기업인들을 무더기로 국감장에 출석시키는 '망신 주기'가 되어서는 안되겠습니다만 정부를 감시하는 기능을 갖고 있는 국회가 그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지 했는지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납습니다. 소모적 이슈에 집착하거나 불필요한 정쟁을 우선순위에 둔 것은 아닌지 유감일 따름입니다.
올해 국감은 가계부채, 내부통제 등 몇몇 이슈가 반복적으로 언급될 뿐입니다. 매년 비슷한 소재로 국감에 불려나오는 게 비단 기업들만의 책임일까요. 금융시장 질서를 바로잡는 역할을 하는 당국이 시간이 지나도 내부통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책임도 있습니다. 금융업권 간 장벽이 허물어지고 금융사고의 행태 역시 고도화하고 있는데, 이미 지적된 문제도 못 고치는 게 현실입니다. 상임위 담당 기관이 한 두 개가 아니라 특정 이슈에 전력을 쏟을 수는 없지만 민생금융과 가장 밀접한 피감기관에 대한 접근 노력이 더욱 절실한 때입니다.
이종용 금융산업부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