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10월 24일 17:49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SK이노베이션(096770)이 업황 악화로 인해 저조한 실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주요 자회사 3곳의 최고경영자(CEO) 인사를 조기에 단행했다. 유가와 정제마진 하락으로 정유사업에서 대규모 적자가 예상되는데다 재무구조도 악화된 상황에서 꺼내든 카드인 만큼 조직쇄신과 함께 재무구조 개선을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SK)
유동부채 30조원…현금성자산 13조원 불과
24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올 3분기 실적은 전년 동기(1조5631억원) 대비 적자 전환(-3588억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가 하락에 따른 대규모 재고평가손실과 정제마진(래깅) 하락이 대규모 영업손실의 주요 원인이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9월 평균 유가가 3개월 사이 9달러 하락했고 원달러 환율도 3% 빠졌다. 정제마진 역시 휘발유 수요 부진으로 기대에 못 미쳤다”라며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의 정유부문 영업손익은 재고관련 손실 확대로 수천억원대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앞서 2분기부터 영업적자가 지속된 SK이노베이션은 3분기까지 적자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면서 재무구조 역시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 상반기 회사가 1년 내에 갚아야 할 유동부채는 29조7430억원, 이 중 만기를 앞둔 단기차입금이 9조5057억원으로 전체 유동부채의 31.95%에 달한다.
여기에 차입금에서 발생하는 이자비용과 환율 변동에 따른 외환차손, 외환거래손실 등의 금융원가만 1조4453억원에 달해 재무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반면 회사가 가진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3조1536억원으로 단기차입금과 금융원가를 감당하기도 버거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인 이자보상배율도 –0.44배로 적정기준인 1배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현금흐름도 좋지 않다. 이미 SK이노베이션은 수년간 은행 차입 등 재무활동을 통해 대규모 자금을 유입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22년부터는 자본적지출(CAPEX) 규모가 6조원을 넘어서면서 잉여현금흐름(FCF) 또한 6조원 이상의 적자가 났다. FCF가 적자라는 것은 회사가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만으로는 CAPEX, 즉 투자로 인한 지출 규모를 감당할 수 없음을 뜻한다. 이로 인해 회사는 2022년 10조원, 지난해에는 9조원이 넘는 자금을 재무활동을 통해 유입했다.
기술형 사장 선임…현장에서부터 '수익성 개선'
이처럼 수익성이 떨어지고 재무상태가 악화된 가운데 SK이노베이션은 자회사 CEO 3명을 교체했다. SK에너지와 SK지오센트릭,
SK아이이테크놀로지(361610) 사장직이 교체 대상이다. 위기상황을 돌파하고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젊은 리더십으로 교체한다는 게 SK이노베이션 측 설명이다.
SK에너지 사장으로 선임된 김종화 SK에너지 울산 CLX총괄은 엔지니어 출신으로 정유와 화학사업을 두루 경험한 울산 CLX 내 생산 전문가다. SK지오센트릭에는 최안섭 SK지오센트릭머터리얼사업본부장이 선임됐다. 그는 연구개발(R&D)부문 연구원 출신으로 최적운영실장과 전략본부장 등 SK지오센트릭의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 신임 사장으로는 이상민 SK엔무브 그린성장본부장이 선임됐다. 그 역시 R&D 연구원 출신으로 첨단기술개발과 더불어 성장사업에서 경력을 쌓아왔다.
이번에 선임된 신임 사장들의 공통점은 모두 이공계 출신이라는 점이다. SK이노베이션측은 이들이 기술과 현장에의 경험을 통해 효과적으로 회사를 이끄는 것은 물론 SK이노베이션 계열이 추진하고 있는 운영개선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SK이노베이션의 CEO 교체를 두고 신임 사장으로 선임된 세 사람 모두 기업경영 전문가라기보다는 엔지니어, 연구원 출신으로 기술전문가에 가까워 회사가 직면한 대내외 리스크를 타개하기 어렵지 않겠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정유화학 기업의 경우 현장에서 낼 수 있는 성과가 많은 편”이라며 “비용 절감이라든지 운영 최적화라든지, 공장에서부터 시작해서 실질적인 재무적 효과까지 내려면 기술 전문가를 사장으로 선임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도 이번 인사는 놀랄만한 일은 아니라는 반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실제로 정유업계의 경우 현장에서 수익개선이나 비용절감 등을 이룰 수 있는 부분이 절대적으로 많은 게 사실”이라면서 “그렇기 때문에 현장, 기술적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들을 사장으로 뽑은 것은 더욱 효율적으로 회사를 운영하겠다는 것을 의미하는 상징적인 인사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