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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3월 19일 16:22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오너가인 허제홍 대표이사가
엘앤에프(066970) 경영 전면에 나서며 재무건전성 회복을 위한 전방위적인 '재무 수술'에 돌입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여파로 배터리 소재 업황이 악화된 가운데 엘앤에프는 '부채비율 363%'라는 과중한 짐을 덜어내기 위해 자산 유동화와 자금 조달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특히 허 대표 취임 이후 단행된 일련의 조치들은 실질적인 현금 확보와 장부상 수익성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엘앤에프 대구 구지 3공장 전경. (사진=엘앤에프)
단기차입금만 1.3조원…차입부담 속 '자사주 매각' 승부수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엘앤에프는 지난해 연결 기준 156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가장 뼈아픈 지표는 부채비율이다. 지난해 말 기준 엘앤에프의 부채비율은 363%로 업종 평균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이는 과거 공격적인 설비투자(CAPEX)를 위해 외부 차입을 늘려온 결과로 금리 인상기와 맞물려 금융비용 부담이 가중되는 원인이 되고 있다. 그간 쌓인 부채 성격을 세부적으로 보면 유동부채가 2조 1968억원으로 전체 부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 중 단기차입금, 유동성장기차입금 등을 비롯한 유동차입금 규모만 1조 3233억원에 달한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지휘봉을 잡은 허제홍 대표의 최우선 과제는 단연 현금흐름의 정상화다. 엘앤에프는 지난 2월 이사회를 통해 보유 중인 자기주식 50만주를 처분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통해 약 565억원의 운영 자금을 신속하게 확보했다. 주가 관리 측면에서는 부담이 될 수 있는 결정이었지만 재무구조 개선이 급선무라는 판단 아래 자산 유동화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확보된 자금은 고금리 단기 차입금 상환과 원재료 구매 등 필수 운영비용으로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내용연수 12년→15년으로 조정…연간 119억원 고정비 절감
재무수술은 자산 매각에만 그치지 않고 회계 정책 변경을 통한 비용 통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엘앤에프는 이번 결산 과정에서 공장 내 기계장치의 내용연수를 기존 12년에서 15년으로 연장하는 회계추정 변경을 단행했다.
이는 장비의 실제 사용 가능 기간을 재검토한 결과지만 재무적으로는 감가상각비 부담을 덜어내는 효과가 크다. 이번 변경으로 지난해 감가상각비가 약 30억원 감소했으며 올해부터는 매년 약 119억원의 비용 절감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현금 유입이 없는 장부상 이익 개선이지만 영업이익 적자 폭을 축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수익성 방어를 위한 또 다른 움직임은 재고자산 관리 부문에서도 나타난다. 엘앤에프는 당기 중 989억원의 재고자산 평가손실 환입을 기록했다. 2024년 리튬 가격 폭락으로 1173억원이라는 기록적인 평가손실을 냈던 것과 비교하면 원가 구조가 다소 안정화되는 추세다. 재고자산의 세부 구성을 보면 제품이 2511억원으로 가장 많고 반제품 1640억원, 원재료 1097억원 순이다. 엘앤에프는 재고 회전율을 높이고 저가 원재료 확보 비중을 늘려 추가적인 손실 발생 가능성을 차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미래 먹거리를 위한 투자 전략도 '선택과 집중'으로 재편되고 있다. 엘앤에프는 매출 비중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하이니켈 양극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미 2023년 개발을 완료한 LFP(리튬인산철) 및 LFMP 양극소재를 필두로 나트륨 배터리용 소재와 전고체 배터리용 대면적 전극 기술 등 차세대 제품군에 대한 연구개발(R&D)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지배구조 측면에서 신규 설립된 엘앤에프플러스와 LS그룹과의 합작법인인 LLBS(LS-엘앤에프배터리솔루션)를 통해 전구체 자급 체제를 구축하려는 시도가 구체화되고 있다. 수직계열화가 완성될 경우 외부 원재료 수급 리스크를 줄이고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회사는 종속회사인 제이에이치화학공업을 통해 양극활물질 관련 소재 및 리사이클링 사업의 효율화도 꾀하고 있다.
하지만 엘앤에프가 보유한 약 21조 9336억원의 수주잔고 중 약 9조 2382억원 규모의 핵심 공급계약이 최근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는 점은 뼈아프다. 해당 계약 상대방이 현재 파산 및 제3자 인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실제 매출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만약 대규모 수주가 취소되거나 물량이 축소될 경우, 가동률 저하와 재고부담 가중으로 이어져 이제 막 시작된 재무수술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엘앤에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당사는 해당 유럽 업체와의 공급계약을 올해 사업계획 및 물량 가이던스 산정 시 이미 제외했다. 해당 계약에서 직접적인 매출이 발생한 사실이 없길 때문에 계약이 변경되거나 해지되더라도 가동률 저하 등의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