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성은·이지유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국내 식품기업에 대한 관세, 환율 부담 확대가 점쳐지고 있습니다. 차기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정책이 현실화할 시 식품업계의 미국 시장 저변 확대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8일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 제47대 대통령으로 선출된 트럼프 당선인은 내년 1월 20일 취임과 동시에 임기를 시작하게 됩니다. 트럼프 당선인의 통상정책 방향은 무역 불균형 해소를 위한 보호무역 확대입니다.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상품에 10~20%의 보편관세를 부과하는 정책을 공약으로 내걸었습니다. 이 정책이 가시화되면 미국 현지에서 우리 기업 제품의 가격 경쟁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국내 식품업계는 미국에 공장을 세우고, 대형마트에 상품을 입점시키는 등 미국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규모가 큰 시장인 데다 미국에서 흥행하면 다른 나라로 뻗어가기 용이하기 때문에 대부분 식품사들은 미국 시장을 두드리고 있죠.
올해 1~10월 K푸드 미국 수출액과 수출 상위 품목. (자료=농림축산식품부)
실제 대미 수출액도 성장세입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올해 1~10월 K-푸드(농식품) 대미 수출액은 13억660만 달러로, 전년 동기(10억698만 달러) 대비 22% 증가했습니다. K푸드 전체 수출액 81억8500만 달러 중 약 16% 비중을 차지합니다.
미국 수출 품목 중 과자류가 2억3430만 달러로 가장 많았고, 라면(1억7650만 달러)과 냉동김밥·즉석밥·떡볶이 등 쌀가공식품(1억4460만 달러)이 뒤를 이었습니다.
미국 현지에 공장을 둔 식품기업의 경우 재집권하는 차기 트럼프 정부 정책 영향을 덜 받겠지만, 국내 공장에서 제조해 수출하는 기업은 타격이 불가피합니다.
불닭볶음면의 인기로 수출 급등세에 있는 삼양식품은 전량을 국내에서 생산합니다. 삼양식품 매출 가운데 미국 등 미주 수출 비중은 지난해 20%에서 올해 1분기 25%, 상반기 29%로 증가세에 있습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보고서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경제·통상정책 방향 전망과 시사점'을 통해 "트럼프의 관세 정책으로 미국 시장 내 인지도를 굳혀가는 K-푸드와 K-뷰티 등 우리 소비재 제품이 가격 인상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시장 내 입지 강화를 위해 프리미엄 제품으로 차별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서울 소재 한 유통매장에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인기있는 식품이 판매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환율 불확실성도 큰 부담입니다. 트럼프 후보의 당선이 확정된 지난 6일 원·달러 환율은 7개월 만에 1400원을 돌파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공약이 그대로 이행될 시 강달러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 측면에서 관세와 감세를 앞세운 트럼프 당선은 미국 국채 금리 상승을 자극하며 미 달러 강세 방향으로 작용하는 요인이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은 상승 압력에 노출돼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강달러 현상이 지속되면 우리 기업이 수출할 때 환차익 효과를 볼 순 있겠으나, 주요 식품 원부재료가 수입산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수익성에는 빨간불이 켜지게 됩니다. 우리나라는 미국에서 밀, 대두, 옥수수 등 곡물을 대량 수입하고 있죠.
긍정적인 측면도 있습니다. 환경규제 완화에 따른 곡물 가격 하락 전망이 나오고 있고, 법인세 인하 시 미국 현지 법인을 운영하는 식품사는 사업에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트럼프 당선으로 강달러 시대에 접어들었고, 미국 우선주의가 팽배해지게 됐다"며 "미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F&B(식음료) 산업에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다행히 미국인들이 한국에 대한 국가 이미지와 선호도가 최근 10년간 높아졌다"며 "이를 바탕으로 K푸드가 적극적인 유통 전략을 취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수출 가도를 달리고 있는 국내 식품기업들은 트럼프 당선인의 파급 효과에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미국 수출량이 많은 한 식품기업 관계자는 "보편관세가 아직 시행 단계에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없다"면서도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은 인지하고 있고,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지켜보고 대응책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성은·이지유 기자 kse586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