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현대차가 최초로 외국인 대표이사를 발탁했습니다.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북미권역본부장을 맡고 있는 호세 무뇨스 사장이 내정됐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에 따른 경영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동시에 미국 시장을 확대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15일 현대차그룹은 이 같은 내용의 2024년 대표이사·사장단 임원 인사를 발표했습니다. 현대차가 외국인 CEO를 내정한 건 창사 이래 최초입니다. 글로벌 경영을 더 강화하기 위한 파격적인 인사로 풀이됩니다.
앞서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실력이 있으면 국적 나이 성별을 따지지 않겠다"는 인사 원칙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일각에서는 현대차가 외국인 CEO 발탁이 다른 기업으로 확산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왼쪽부터)호세 무뇨스 사장, 성 김 사장, 장재훈 부회장, 백철승 부사장(사진=현대차그룹)
첫 외국인 CEO 무뇨스…트럼프 출범 대비
무뇨스 대표의 숙제는 트럼프 출범에 대비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무뇨스 사장이 합류한 뒤 현대차 북미 법인 실적이 개선된 만큼 이번 트럼프 2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신임 대표이사는 2019년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GCOO) 및 미주 권역담당으로 합류했습니다. 그는 북미지역 최대 실적을 이끈 바 있습니다. 2022년 미주 권역에 유럽과 인도, 아시아중동 등 해외 권역으로 사업 범위를 넓혔습니다. 현대차의 사상 최대 실적 달성에 공헌한 검증된 경영자로서 입지를 다졌다는 평가입니다.
무뇨스 사장이 합류한 뒤 현대차그룹 북미법인 실적은 개선됐습니다. 가솔린 세단 중심이던 주력 판매 차종을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전기차, 하이브리드카로 전환하는 동시에 브랜드 파워를 키웠습니다.
무뇨스 사장의 판단력에 힘입어 2018년 68만대였던 현대차의 미국 판매량은 작년 87만대로 뛰었습니다. 특히 SUV는 세단보다 값이 비싸고 수익성도 좋아 현대차 미국법인의 매출이 15조2928억원에서 40조8238억원으로 개선됐습니다.
무뇨스 사장이 CEO로 취임하면 북미를 비롯한 글로벌 시장 판매 확대에 주력할 것으로 업계 측은 전망하고 있습니다. 특히 친환경차 판매 확대를 1순위에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전기차 캐즘(수요 둔화)에도 불구하고 친환경차 수요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이유입니다.
또한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 맞춘 인사도 진행됐습니다. 현대차그룹 싱크탱크 수장에 성 김 고문이 임명됐습니다. 성 김 사장은 국제 정세에 정통한 미국 외교 관료 출신 전문가인데요. 올해 1월 현대차 고문역으로 영입됐습니다.
그는 앞으로 글로벌 대외협력, 국내외 정책 동향 분 및 연구, 홍보·PR 등을 총괄하면서 그룹 인텔리전스 기능 간 시너지 제고 및 글로벌 프로토콜 고도화에 기반한 대외 네트워킹 역량 강화 등의 역할을 담당하게 됩니다.
장재훈 사장, 부회장 승진…현대차·기아 전반 운영 책임
현대차그룹은 현대차 대표이사인 장재훈 사장을 완성차 담당 부회장으로 승진·임명 했습니다. 임기는 내년 1월부터입니다. 현대차·기아 전반적인 운영을 책임져야 하는 임무가 부여됐습니다.
장 사장은 2020년 12월 현대차 최고경영자(CEO)인 대표이사 사장이 된 지 4년 만에 부회장에 오르게 됐습니다. 2021년 윤여철 부회장 퇴임으로 사라졌던 현대차 부회장 자리가 3년 만에 부활하게 된 것입니다.
장 신임 부회장은 사장 취임 후 코로나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 리스크, 전동화 전환 트렌드 속에서 현대차의 최대 실적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또한 현대차의 미래성장동력인 수소 이니셔티브와 인도 기업공개(IPO)를 성공적으로 이끈 성과를 인정 받아 이번에 부회장으로 승진했다고 현대차그룹 측은 설명했습니다.
장 신임 부회장은 상품기획부터 공급망 관리, 제조·품질에 이르는 벨류체인 전반을 관할하며 완성차 사업 전반의 운영 최적화·사업 시너지 확보를 도모할 계획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장 신임 부회장에게 수소차 등 미래 모빌리티 사업 선도에 큰 숙제를 줬다"며 "정 회장이 믿고 있는 만큼 부담도 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의선 회장식 '신상필벌' 인사 기조
이번 인사에서는 신상필벌 인사 기조도 보였습니다. 2024년 대표이사·사장단 인사에서 변속기 제조 등을 맡는 계열사인 현대트랜시스 대표가 교체됐습니다.
여수동 대표가 물러난 자리에는 백철승 부사장(사업추진단장)을 내정했습니다. 백철승 부사장은 현대차 체코 법인장 및 구매본부 주요 보직을 거쳐 2023년 현대트랜시스에 합류해 사업추진담당을 맡아왔습니다.
여수동 사장은 노조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 문제로 이번에 자리에서 물러난 것으로 보입니다. 현대트랜시스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현대차·기아 주력 차종 생산에 차질이 생겨 피해가 컸습니다.
이에 백 부사장은 핵심 사업 추진을 위한 연속성을 확보하고, 동시에 노사 관계 안정 등 주요 현안 해결 및 관리 체계 내실화에 더 집중할 계획입니다.
현대차 100% 자회사인 현대케피코도 새 수장을 맞았습니다. 자동차 엔진 및 변속기용 부품 제조사인 현대케피코는 오준동 기아 전동화생기센터장 상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대표를 맡게 됩니다.
현대케피코의 수장 교체 배경으로는 실적 부진이 거론되는데요. 현대케피코는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그룹사에서 올리고 있습니다. 현대차·기아의 호실적은 현대케피코의 지속적인 외형 성장을 견인 중입니다.
하지만 수익성은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타고 있습니다. 올 3분기 말 누적기준 현대케피코 매출은 3% 성장한 1조9502억원을 기록한 반면, 영업이익은 24.1% 감소한 463억원에 그쳤습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