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내년부터 수도권과 지방에서 '주택 공급 절벽'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아파트와 비(非)아파트를 막론하고 2022년부터 착공 물량이 크게 감소했기 때문인데요. 전문가들은 공급부족에 따른 시장 불안 심리가 높아지면서 서울 상급지를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면서 양극화 현상이 커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또 정부가 내놓고 있는 각종 주택공급확대 정책에 대해서는 단기적 효과보다는 장기적 효과를 기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2025년부터 공급부족 본격화…부동산 시장 불안 우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이 최근 발표한 '현 정부의 주택공급 확대 정책 평가와 제언'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수도권 아파트 착공 물량은 14만 가구 수준이었는데요. 수도권 아파트 준공 물량은 예년(2005~2023년) 평균 15만6000가구였습니다. 이에 따라 내년 수도권 준공 물량은 평균 이하로 줄어들 것으로 건산연 측은 예상했습니다.
건산연은 "아파트 시공 기간은 사업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2~3년 소요된다"며 "2022년 이후 착공실적이 감소하면서 2025년부터 본격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추정되며, 특히 내년 하반기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올해의 경우 전년보다 착공실적이 개선되긴 했지만 수요자들이 선호하는 민간 아파트 공급 개선은 여의치 않은 상황입니다. 건산연에 따르면 2022년(38만3000가구)부터 전국 주택 착공실적이 눈에 띄게 줄어들기 시작해 2023년(24만2000가구)에는 30만가구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올해 1~8월(17만3000가구) 착공실적 역시 전년 동기(12만6700가구) 대비로는 36.6% 증가했지만, 예년 대비로는 40.5% 감소했습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8.8 대책을 통해 주택 수요가 밀집한 수도권을 중심으로 비아파트 공공 신축매임을 내년까지 11만호+α를 집중 공급하기로 해 준공물량 감소 우려를 일부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2027년 3기 신도시 공급이 본격화되기 전까지 준공물량 감소에 따른 전월세 가격 불안 등 공급감소 부작용 현상이 예상되는 만큼 이 부분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상급지 쏠림 '양극화' 우려…전국적 공급대란은 없을 것
주택 관련 공기업에서도 내년 이후 공급감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따른 서울·수도권 쏠림 현상이 가속화 되는 '양극화'를 걱정하는 의견도 나옵니다.
한국부동산원이 부동산R114와 함께 분석·발표한 ‘향후 2년간 공동주택 입주예정 물량 정보’에 따르면 내년 전국에서 입주가 이뤄질 예정인 공동주택(30가구 이상 공동주택 기준·6월 말 집계)은 총 28만9244가구입니다. 올해 초 발표 때(27만5183가구)보다 1만4061가구 늘었지만, 두 기관이 연초 발표한 올 한 해 입주예정 물량 예측치인 36만4418가구보다는 20.6% 정도 줄어든 규모입니다.
서진형 광운대학교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공급 감소에 따른 부동산 가격 상승 우려가 존재한다. 현재 주택시장에는 수요자들의 거래 심리 위축이 강하고 최근 대출 문턱도 높아지면서 수도권과 비수도권 혹은 상급지와 비상급지 간에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며 "입지 여건이 좋아 가격 상승 기대감이 있는 곳들은 수요가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지역들은 수요 감소로 인해서 약보합을 보일 가능성이 많다. 이 양극화는 서울 지역 내의 양극화, 수도권과 지방 간의 양극화 순으로 심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인천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 (사진=뉴스토마토)
다만 전국적인 주택 공급 대란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옵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비수도권이나 지방의 경우, 수요가 정체되거나 감소하고 있다"며 "수도권 및 대도시에서는 공급 대란 수준의 문제로 발전할 수 있지만, 지역별로 편차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반적인 범위 내에서 서울과 수도권에서 공급 대란이 발생할 가능성은 적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공급부족 우려에 따른 향후 서울과 수도권의 주택 가격은 입지에 따라 크게 갈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은형 연구위원은 "아파트를 기준으로 서울 강남3구와 마용성 등 핵심지는 꾸준한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다. 다만 이전 문재인 정권 수준의 폭등은 없을 것"이라며 "정부의 대출 규제 등이 강화되더라도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다. 거래량은 일부 감소하더라도 핵심지의 거래가격 자체는 완만하게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함영진 랩장은 "경기·인천 지역은 입주량 감소에 따른 전세가 상승폭이 시장 변수가 될 수 있다"며 "특히 경기도는 내년 아파트 입주 물량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전세가 오름세가 이어지고 공급이 부족한 지역은 일부 매수 유입 가능성이 있다. 디딤돌 대출의 후취담보대출 금지와 소액임차보증금 제외 등으로 인에 일단 경기도 매매가는 강보합으로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현 정부 주택 공급 증가 '안간힘'…단기적 효과는 미미
한편 현 정부의 주택공급확대 정책에 대해서는 장기적인 효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올해 '8·8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비롯해 최근 서울·수도권의 그린벨트 4곳 해제를 통한 5만 가구 공급 등 다양한 주택공급 확대 정책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서울 한강변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서진형 교수는 "현 정부의 부동산 공급 대책은 사실 단기적인 측면보다는 장기적인 측면을 고려한 공급 대책"이라며 "재개발 재건축을 통한 공급이 선행돼야 되는데 공급 불안으로 인해 단기적인 측면에서 효과는 미미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송승현 대표는 "현 정부의 주택 공급 확대 정책에는 몇 가지 과제가 존재한다"며 "먼저 주택 공급이 적기에 이뤄지기 위한 행정절차 신속화, 면밀한 지역별 수요 분석과 실제 시장 수요와 부합, 개발이익이 투기로 이어지지 않기 위한 철저한 관리 등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