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대성 기자]
현대차증권(001500)이 시총과 맞먹는 규모의 대규모 유상증자로 주주 피해가 커지자 증자 남발에 대한 규제 강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유증 규모와 발행가를 제한하는 등 주주 보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5년 전 유증과 달라
(그래프=뉴스토마토)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대차증권은 전일 2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유증 사실을 공시했습니다. 이는 현대차증권의 현재 시가총액 2400억원 규모에 맞는 상당한 규모입니다.
현대차증권은 지난 2019년에도 100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했습니다. 당시에도 논란은 있었지만 상환전환우선주(RCPS) 발행으로 자본금 1조원 확보라는 비전을 제시했습니다. 주주들도 대규모 투자 유치와 새로운 성장 동력을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나 이번엔 차입금 상환과 운영자금 충당이 주된 목적입니다. 현대차증권은 공시에 시설자금 1000억원과 채무상환 225억원, 기타자금 774억원 등을 유증 목적으로 밝혔습니다.
또한 이번엔 제3자 배정이 아닌 일반 주주 대상입니다. 기존 주주들의 지분 희석과 주가 하락을 피할 수 없을 전망입니다.
이에 주주들은 회사에 쌓아둔 현금자산이 6608억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유증을 결정, 명분이 확실치 않다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한 소액주주는 "시가총액이 2400억원인 회사가 2000억원 유증을 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다른 회사들은 주주 가치를 높이기 위해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하는데 현대차증권은 오히려 주주들에게 부담을 떠안기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현대차증권 3분기말 소액주주 지분율은 46.39%에 달합니다.
현대차증권은 27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유증으로 미래 지속성장과 함께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인가를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겠다며 주주들을 달랬습니다. 또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담은 밸류업 프로그램 공시를 올해 안에 내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현대차증권의 자기자본은 현재 1조2000억원 수준이어서 종투사 요건(3조원)과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현행법상 유증 규제 부재… 상법 개정 필요
현재 금융당국은 유증 규모와 적정성에 관련해 별도의 규제를 두고 있지 않습니다. 기업은 정관 변경을 통해 주식총수를 늘릴 수도 있고, 자본조달 수단으로서 증자에 대해 사실상 제한이 없는 상황입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유증 규모의 적정성은 회사 이사회 결정사안이라 금감원에선 절차적으로 공시 내용이 정확한지만 확인한다"면서 "일반 주주들은 상법상 주주 권리를 통해 부당성을 주장할 수 있지만 법적 판단은 별개"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같은 논란이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기업과 주주의 이익이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규제를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증자 남발을 막기 위해 상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단기간 대규모 증자 제한, 신규 사업과 관련된 엄격한 심사 기준 등 규제를 강화하기 위한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는 설명입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기업이 충분한 자금 여력이 있음에도 유증이 남발되면 주가 하락 등 주주 가치가 훼손된다"면서 "유증에 대한 규제와 상법 개정을 통해 소액주주 보호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도 "우리나라 기업들이 시가보다 지나치게 낮은 가격으로 유증을 남발하는 경우가 많다"며 "증자 규모와 발행가를 제한하는 명확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우찬 고려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행법은 유증 규모나 발행가에 대해 구체적인 제한을 두지 않아, 이사회가 사실상 모든 결정을 내린다"면서 "상법 개정을 통해 주주의 공평한 대우를 명확히 하고, 유증 남발을 방지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김 교수는 민주당이 추진 중인 상법 개정안에 대해 "총주주의 이익 보호와 공정한 대우를 강조하는 측면에서 유증 문제 해결의 단초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현대차증권 여의도 사옥.(사진=뉴스토마토)
신대성 기자 ston9477@etomato.com